[아시아경제 이경호 기자]국정원 국정조사와 서해북방한계선(NLL)대화록을 놓고 여야의 난타전이 점입가경이다.
국정원 국정조사는 지난 3월 전임 지도부시절 여야 원내대표가 합의했고 새 지도부가 지난 20일 재차 합의한 사안이다. 3월 17일 여야의 국회 운영 관련 합의사항을 보면 "제18대 대통령선거과정에서 제기된 국가정보원 직원의 댓글 의혹과 관련 검찰 수사가 완료된 즉시 관련 사건에 대해 국정조사를 실시한다"고 했다. 6월 20일 합의문에는 "여야 전임 원내대표 간에 기 합의한 국정원 직원 댓글 의혹 관련 국정조사는 6월 임시회의에서 처리될 수 있도록 노력하기로 했다"로 돼 있다.
그런데 양당의 주장은 평행선을 달린다. 민주당은 검찰 수사가 끝났으니 국정조사를 해야 한다는 주장이고 새누리당은 국정원 여직원의 감금문제, 국정원 전 직원과 민주당의 공모 등 제보경위에 대한 수사가 끝나지 않았다고 맞서고 있다.
여야는 합의를 해놓고도 매일 공방만한다. 합의의 '약발'이 먹히지 않는 것이다. 단순계산을 해보니 박근혜정부 출범 직후 여야 지도부가 국가중대사를 놓고 한 합의는 9건이다. 대부분은 이전 합의가 지켜지지 않아서 한 확인용 합의와 이견을 조정해 다시 덧칠한 합의가 대부분이다. 시작은 좋았다. 1월 11일 의원연금제 폐지에 합의하더니 1월 31일에는 2월 임시국회에 합의하면서 정부조직법을 2월 24일에 처리한다고 합의했다. 2월 7일에는 당시 박근혜 당선인과 여야 대표가 민생 최우선을 인식하고 공통공약을 조속히 처리하기로 했다.
그러나 정부조직법은 미래창조과학부의 업무이관을 놓고 여야가 대치에 들어갔고, 여야는 3월 17일 정부조직개편과 국회운영관련 합의를 다시 한다. 박근혜 대통령이 여야 합의에 감사한다고 공개적으로 밝혔다. 정부조직법은 또 다시 이견을 거듭하다 3월 21일 방송법,전파법 합의를 거쳐 3월 22일, 정부조직법 개정안의 국회제출 52일만에 본회의에서 통과됐다. 이후에도 여야는 여야 6인협의체 합의(4월 1일),개헌논의 기구구성및 추경처리(5월7일)에 합의했다.
새누리당 최경환 원내대표와 민주당 전병헌 원내대표는 취임 이후 5월 31일과 6월 20일 두 차례에 걸쳐 6월 임시국회 의사일정과 관련된 합의를 했다.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와 김한길 민주당 대표는 6월 18일 콩나물국밥 조찬회동을 갖기도 했다.
여야 대표 단독회동은 10년 만이었다. 양당 대표와 원내대표 모두 전국민이 지켜보는 가운데 합의문을 발표했고 필요할 땐 사인도 했다. 그런데 6월 국회는 민생국회에서 정쟁국회로 변질됐고 여야가 합의처리키로 한 83개 법안의 절반도 처리되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갈등을 조정하고 이견을 좁히도록 한 합의가 도리어 갈등을 조장하고 이견을 넓히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합의(合意)가 아니라 이견만 합쳐놓은 합이(合異)라는 비아냥까지 나온다. 합의가 남발되고 재탕, 삼탕합의가 계속되면 당 지도부의 당내외 신뢰도는 낮아지고 이는 정치불신으로 이어진다. 여야 지도부가 하루 빨리 합의의 패러독스에서 벗어나길 바란다.
이경호 기자 gungh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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