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채 외인자금 썰물에 정부 "발행 축소" 불끄기
[아시아경제 이승종 기자] 장기채권 시장을 두고 외국인 투자자와 정부간 샅바 싸움이 시작됐다. 외국인 자금이 빠지며 장기채 금리가 급등하자 정부가 불 끄기에 나선 것. 장기채를 중심으로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는 채권시장 안정화에 성공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24일 금융투자 업계에 따르면 지난주 '버냉키 쇼크' 이후 20~21일 양일간 채권 금리는 일제히 급등했는데 특히 장기채 위주로 치솟았다. 국채 10년물은 양일간 3.24%에서 3.58%로 무려 34bp(1bp=0.01%포인트)나 오르며 통안채 1년물 상승분(12bp)의 3배 가량을 기록했다. 20년물과 30년물 역시 각각 31bp, 32bp씩 금리가 뛰었다.
유독 장기채 값의 급락(금리 상승)이 심한 배경으론 외국인 매도세가 꼽힌다. 같은 기간 외국인은 국내 장외채권 시장에서 만기가 긴 국채를 2653억원 순매도하고 대신 만기가 짧은 통안채를 9365억원 순매수했다. 통안채는 통상 만기가 2년 미만으로 대표적 단기채로 꼽힌다. 외국인이 보유채권의 회수기간(듀레이션)을 급격히 줄이자 장기채 수급이 취약해지며 금리가 급등세를 보인 것으로 추정된다.
상황이 이렇자 정부는 23일 "7월 장기채 발행물량을 축소해 유동성을 탄력적으로 조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유동성을 줄여 최근 장기채 급등세를 막아보겠다는 것이다. 정부에게 최근 장기채 급락은 자존심이 걸린 문제기도 하다. 지난해 정부는 사상 첫 30년물을 발행하며 채권 선진국으로의 도약을 내세웠고, 올해는 지표채권을 기존 3년물에서 10년물로 바꾸기도 했다. 국내 채권시장의 중심을 장기채로 바꾸며 시장 선진화를 꾀하려 했던 정부로선 장기채 시장이 흔들리는 모습을 두고볼 수 없는 셈이다.
외국인의 장기채 매도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이는 만큼 정부의 장기채 안정 정책이 얼마만큼 효과를 거둘지가 관건이다. 듀레이션이 긴 장기채는 금리 상승에 따른 평가손실이 단기채보다 크다. 외국인은 버냉키 쇼크로 국내 금리가 상승하리라고 예상하고 피해를 줄이기 위해 장기채 물량을 줄이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안정화 정책에 나섰지만 당분간 금리 상승은 불가피하다"며 "기존에 풀린 유동성이 회수되며 거칠 수밖에 없는 단계"라고 진단했다.
정부가 시장 개입에 나선 만큼 단기적으론 채권시장이 안정된 모습을 보일 것이란 시각도 있다. 이정준 HMC투자증권 연구원은 "금주 채권금리는 정부의 시장 안정 조치를 계기로 급등세에서 벗어나 진정국면으로 진입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이승종 기자 hanar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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