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승종 기자] STX팬오션이 법정관리를 신청한 후 회사채 위기론을 강조하는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다. 회사채 양극화 심화, 발행 위축 등으로 시장과 기업이 고사 직전이라는 성토다.
회사채 양극화는 지난해 웅진 사태 후 등장한 표현이다. 신용등급 A이상 기업으로 자금이 몰리며 BBB이하는 고통받고 있다는 게 요지다.
그러나 회사채 양극화는 수년 전부터 심화돼 온 것으로 국내 신용평가사의 신용등급 쏠림 문제가 근간에 깔려 있다. 신평사의 등급 인플레로 매년 우량등급이 급증하니 저등급 발행은 줄어드는 게 당연하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BBB이하 회사채 발행은 2010년 9.2%에서 2011년 7.1%, 지난해 5.5%로 매년 감소했다. 일부 기업의 법정관리로 인한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는 얘기다.
채권금리 상승과 회사채 위기를 연결짓는 것도 문제가 있어 보인다. 최근 미국 출구전략 논의로 금리가 다소 올랐지만 그래도 국채 5년물 금리는 3%를 밑도는, 역사적 저점 수준이다. 현 금리 수준이 위기 상황이라면 금융위기 전 배 이상 금리로 회사채를 발행했던 곳들은 무슨 배짱이었던 것일까.
또한 일부 회사채 미매각은 STX 쇼크 때문이라기보다는 발행사의 금리 욕심과 오너리스크 등 자체 악재 때문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혹자는 산업은행을 두고 "STX팬오션을 인수하지 않아 회사채 시장의 화를 키웠다"며 손가락질 한다. 산은이 STX팬오션을 실사한 뒤 발견한 건 지난해 기준 5조원이 넘는 엄청난 부채였다. 국책은행인 산은이 세금을 투자해 부실덩어리 기업을 인수하는 게 정답이었을까.
상황 진단이 적확해야 대안도 적절하게 나올 수 있다. '회사채가 위기'라는 어불성설이 힘을 얻고 금융당국이 그런 여론의 눈치를 보면 제대로 된 문제 해결은 요원할 수밖에 없다. 일각에선 회사채 신속인수제도 등을 언급하며 정부의 문제 해결을 떠밀고 있다. 세금 지출을 주머니 쌈짓돈 마냥 여기는 태도가 우려스럽다.
이승종 기자 hanar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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