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정부가 강조하고 내세우는 ‘창조경제’라는 모호한 표현을 빌리지 않더라도, 콘텐츠의 생명은 상상력이다. 누가 얼마만큼 더 새로운 상상을 하고, 상상을 현실로 만들 수 있느냐가 콘텐츠의 성패를 가른다.
때로 새로운 상상이 자본이라는 현실의 벽에 막혀 세상에 태어나지 못할 때가 있는가 하면, 자본의 뒷받침에도 콘텐츠의 상상력이 빈약해 실패하는 경우를 우리는 흔히 볼 수 있다.
21세기 콘텐츠 강국으로 가기 위해서는 상상력과 자본을 적절하게 조화해 낼 수 있어야 하고, 국가 차원에서 상상력과 자본을 조화시킬 수 있는 제도를 만들어 내야 콘텐츠 강국으로 거듭날 수 있다.
우리 콘텐츠산업은 2000년대 들어 비약적 발전을 했다. 영화, 음악, TV 드라마 등에서 권위주의를 탈피한 새로운 상상력이 한류 붐을 만들어 냈고, 특히 국민의 정부가 과감하게 구축한 전국 초고속 인터넷망 위에 온라인게임이라는 새로운 상상력을 갖춘 게임콘텐츠는 무한히 성장을 거듭했다.
그런데 이러한 콘텐츠의 상상력이 주춤하고 있다. 영화, 음악, TV 드라마 등은 이명박정부의 좌파문화척결 등 이념 논리에 위축됐고, 콘텐츠 수출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던 한국 게임산업 역시 안타까운 답보를 거듭하고 있다.
왜 그럴까? 첫째로 과도한 정부규제로 상상력의 한 축이 꺾였고, 둘째로 대기업화된 게임회사의 자사 이기주의 앞에 사회 제도와 괴리감이 만들어졌으며, 셋째로 그동안 강점을 가지고 있던 온라인게임 분야에서 조차 내용의 상상력 뿐 아니라 유료화 모델, 새로운 수익창출 카테고리의 상상력에서 외국회사에 뒤처져 버렸기 때문이다.
이러한 3가지에 대해 정부와 게임업계에 변화를 촉구하고 싶다.
박근혜 대통령은 후보시절 게임을 5대 글로벌콘텐츠로 육성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박근혜정부 정책의 현실은 이명박정부 때처럼 게임을 규제의 대상으로만 보고 있다. 게임 산업을 진정 육성하고자 한다면 이명박정부에서 도입된 규제를 철폐하고, 게임업계에 종사하는 인력들에게 상상의 날개를 달아줘야 한다.
말이나 공약으로는 육성해야 할 산업이라 말하면서, 실제 정책은 규제 일변도인 모습은 참으로 위선적이고, 이중적 태도라고 지적하겠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박근혜정부와 새누리당이 내놓은 규제안들조차 효과가 없을 것이라는 점이다. 콘텐츠 산업 육성을 명목으로 민간기업의 매출총액의 최대 5%를 기금으로 조성한다는 것은 본말이 전도된 것이다.
콘텐츠수익의 5%를 기금화한다면 이제 막 시작하는 1인 창업자, 스타트업 기업의 도전의지 조차 꺾어버리는 것으로, 콘텐츠 창업도전을 지원하겠다는 기금 조성의 목적달성에 도리어 반한다.
박근혜정부는 게임 산업을 진흥하겠다고 밝힌 약속처럼 자유로운 상상력을 마음껏 펼칠 수 있도록 정부와 정책이 인큐베이터가 되도록 만들어야 한다.
게임 산업계 역시 틀에 박힌 서비스를 탈피하고 새로운 상상력을 기반으로 한 게임서비스 방식에 도전해야 할 때다. 과도한 확률형 아이템, 게임을 즐기는데 돈이 좌지우지하는 부분 유료화 모델은 이제 너무 식상하고 이기적이다. 당장 눈앞에 수익이 좀 줄더라도 게임을 더 재미있게 즐기는 ‘착한 유료화 모델’로 나아갈 수 있어야 한다. 과도한 확률형 아이템, 게임을 즐기는데 커다란 영향을 미치는 ‘캐쉬템’은 이제 지양해야 한다. 이는 비단 온라인게임뿐 아니라 천편일률화된 카카오톡류 모바일게임에게도 바라는 내용이다.
이제는 단순히 게임 내용뿐 아니라 서비스 방식에 대한 상상력을 함께 키워야 할 때다. 또한 ‘게임만 잘 만들면 된다’는 과거형 자사이기주의에서 탈피해야 한다. 사회와 더불어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
때로는 자사의 이익에 반하는 것이라도 사회가 원하고, 업계가 원하고, 이용자들이 원한다면 일부는 희생할 수 있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게임만 잘 만든다고 떼돈을 버는 성공시대는 지났다. 사회와 함께 성장해 나가지 않으면 도태될 수밖에 없는 시대가 됐음을 게임업계도 인지해야 한다.
전병헌 민주당 원내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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