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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흥수의 조세이야기]죽음과 세금은 피할 수 없다

시계아이콘읽는 시간1분 2초

요새 나는 술만 먹는다. 근무시간 후에도 퇴근할 생각도 하지 않고 괜히 컴퓨터 앞에서 특별한 일도 없이 시간을 보내다 창 밖이 어둑어둑해진 후에야 사무실을 나선다. 집에 간다 한들 나를 반겨주는 이도 없고 불 꺼진 조그만 고시촌 작은 방에 혼자 들어설 용기도 없어서다.


결혼생활 십년 차이던 작년 겨울 나는 갑자기 이혼을 해야 했다. 아직 내 주변 사람들 중 아무도 이 사실을 알지 못한다. 내 친구의 확실한 정보(?)를 믿고 시작한 나의 주식투자가 나를 사랑하는 아내와 이혼하게 만들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총각 때 취미 삼아 시작했던 주식투자는 결혼 후에는 절대 주식투자에는 얼씬도 하지 않겠다는 아내와의 약속과 함께 끝이 난 줄 알았다. 그런데 회사생활 십 년이 되도록 만년 대리에 머물다 보니 나도 모르게 인생역전 로또가 필요했었나 보다. 결국 30평대 아파트로 이사 가려고 모아두었던 돈이 주식으로 다 날라가 버리고 내 아내는 내 사랑하는 딸과 함께 나를 떠나버렸다. 나는 내 사랑하는 딸과 내 아내에게 전재산인 24평 아파트를 위자료로 넘겨주고 나서 고시원 쪽방 생활을 시작했다.


오늘도 터벅터벅 고시촌을 들어서는데 관리실에서 우편물 하나를 건네주었다. 그런데 이건 무슨 청천벽력인가. 양도소득세를 내라는 고지서아닌가. 내가 무슨 재산이 있다고 나에게 양도소득세를 내라는 것인지. 난생 처음 보는 세금고지서이다. 처음에는 화가 났지만 고등학교 동창인 박변호사와 통화하고 난 지금은 내가 몰랐던 사실을 알게 되었고 조금 허탈하다.

박변호사의 말인즉슨 부부가 이혼을 하게 되어 남편이 아내에 대한 위자료를 지급하기 위한 방법으로 자신의 소유인 주택의 소유권을 이전하는 것은 아내에 대한 위자료채무의 이행에 갈음한 것으로서 그 주택을 양도한 대가로 위자료를 지급할 채무가 소멸하는 경제적 이익을 얻게 되는 것이므로, 그 주택의 양도는 양도소득세의 부과대상이 되는 유상양도에 해당한다(대법원92누18191, 1993.09.14)는 것이다.


지금까지 양도소득세라 하면 부동산 등을 양도하고 그 대가를 받는 경우만을 생각해왔다. 그런데 대가를 받는다는 것이, 적극적으로 대가를 받는 것뿐만 아니라 소극적으로 지급하여야 할 금전을 주지 않게 된 것도 포함한다는 것이다. 즉 이혼함에 있어 남편에 귀책사유가 있는 경우 남편은 아내에게 위자료(정신적 손해배상)를 지급하여야 할 의무가 발생하는데, 남편 소유 주택을 아내에게 양도함으로써 남편 입장에서는 위자료를 지급할 의무를 면한 것이니 이는 대가를 받고 주택을 양도한 것과 다를 바가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에 대한 양도소득세를 내라는 것이다.


오늘 밤은 더욱 더 쓸쓸하다. 이제 와서 아내에게 전화를 걸어 따질 수도 없지 않은가….


박흥수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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