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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리뷰>미·일 동맹과 아베의 자충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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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근철 기자]지난해 9월 이언 브레머 유라시아그룹회장이 파이내션 타임스에 특별 기고를 했다. 제목이 '미국은 아시아에서 최고 동맹자로 일본이 필요하다'였다. 세계적 정치리스크 전문가로 명성을 얻고 있는 그는 제목에서 밝혔듯 미ㆍ일 동맹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논지는 이렇다. 그 동안 미국에 영국이 최고의 동맹국이었다. 영국은 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이 유럽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데 핵심적인 동맹 역할을 훌륭히 소화했다. 이제 일본이 아시아에서 그런 역할을 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중국이 급성장했고 세계의 중심축도 이제 아시아ㆍ태평양으로 이동해오고 있기 때문이다.

그의 주장처럼 최근 미국에서 일본의 몸값은 매우 높아졌다. 지난 2월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백악관 정상회담은 이런 기류를 잘 보여줬다. 오바마 대통령은 "미ㆍ일 동맹이 아태 지역 안보의 중심적 기초(the central foundation )"라고 무게를 실었다.


아베 총리도 "우리 동맹 관계에서 신뢰와 유대가 회복됐다고 자신 있게 선언할 수 있다"고 화답했다. 오히려 아베 총리가 더 적극적이었다.

사실 미ㆍ일 동맹은 일본에 더 매력적이다. 일단 중국과 영토분쟁을 벌이고 있는 일본으로선 미국이라는 우군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게다가 미국 내 기류는 중국 견제라는 군사전략적 목표 때문에 일본의 재무장에 점차 관대해지고 있다. 미 해병대와 일본 자위대는 지난 2월 미 캘리포니아주 센크라멘터섬에서 합동 훈련까지 가졌다.


어디 그 뿐인가. 미국은 엔저를 앞세운 '아베노믹스'의 가장 강력한 우군이기도 하다. 아시아에서 중국과 균형을 맞추고 글로벌 경제 회복을 위해선 일본 경제도 살려야 한다는 게 미 정가와 재계의 인식이다. 지난 19일 워싱턴에서 막을 내린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 및 중앙은행 총재 회의에서 일본의 엔저 정책은 면죄부를 받았다. 이는 미국의 후광 덕이 컸다.


일본 우익 세력과 정치인들은 아마도 요즘을 '국운 재상승의 기회'라고 여길 법하다. 미ㆍ일 동맹의 든든한 후원 아래 그 동안의 숙원들을 한꺼번에 정리할 구실과 환경이 무르익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베 총리가 샴페인을 너무 일찍 터뜨린 것 같다. 그의 '침략 망언'으로 주변국들이 거세게 반발하자 미국 언론들도 경고음을 내기 시작했다. 워싱턴포스트는 아베 총리의 발언과 관련해 "한국과 중국 당국자들이 이에 격분하는 것은 이해할만한 반응"이라면서 "역사는 늘 재해석되지만 사실(fact)은 있다. 일본은 한국을 점령했고 만주와 중국을 점령했고 말레이 반도를 침공했고 침략을 저질렀다"고 비판했다.


월스트리트저널도 비록 일본이 미국의 동맹이긴 하지만 아베의 '수치스런(disgraceful) 발언'은 국제사회에 일본의 친구가 없도록 만들 것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미국 입장에서 미ㆍ일 동맹의 효용성은 아태 지역에서 자국의 안정적 기반 구축이라는 이해관계에 부합해야 의미가 있는 것이다. 일본이 오히려 이 지역의 안정에 역행한다면 '동맹국 일본'의 가치는 현격히 떨어진다. 이는 미국도 바라는 바가 아니다.
한국은 아베 정권의 거침없는 우경화와 엔저 공습의 직접 이해당사국이다. 아베 정권의 폭주에 외교적으로 제동을 걸려면 이점을 잘 활용해야 한다. 일본이 위험선에서 이탈하지 않아야 미ㆍ일 동맹도 성공할 수 있다는 점을 미국에 분명히 인식시킬 필요가 있다.


마침 박근혜 대통령이 오는 5일부터 미국을 방문한다.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과 워싱턴 정가는 북핵 문제는 물론 동북아의 균형을 이룰 수 있는 해법 찾기에 목말라 있을 시점이다. 박 대통령이 준비하는 워싱턴 메모에 밑줄을 그어둘 대목이다.




김근철 기자 kckim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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