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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동여담]명동을 하나의 '마을'이 되게 하라

시계아이콘읽는 시간53초

물 위에 꽃가루를 올려놓으면 그 움직임은 전혀 종잡을 수가 없다. 자연계의 불가측성을 보여주는 이런 현상에 '브라운 운동'이라는 이름이 붙게 된 건 이를 밝혀낸 이가 식물학자 브라운이었기 때문이다. 나중에 이는 분자운동과 관계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지만 자연계의 사물은 이처럼 그 움직임을 포착하기 어렵다는 점을 보여준다.


사람들이 사는 사회도 적잖게 자연계를 닮았다. 사회의 생태계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에서도 브라운 운동처럼 그 방향을 예측하기 힘든 불규칙성이 발견된다. 최근 서울 명동의 노점상 철거 이후 벌어진 일들이 바로 이런 점을 보여주는데, 관광객들의 쇼핑에 방해가 된다고 해서 노점을 대거 철거하니, 오히려 외국인들 발길이 줄어들었다는 것이다. 더 두고 봐야겠지만 일단 의외의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만은 분명한 듯하다.

그렇다면 앞으로는 어떻게 될까? 물 위의 꽃가루처럼 명동에서도 상황이 어떻게 전개될지 전혀 예측할 수 없는 것일까. 그러나 여기서 브라운 운동이 실은 전혀 예측할 수 없는 불가사의한 움직임만을 보이는 건 아니라는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브라운 운동은 물체의 표면이 넓은 경우 통계적으로 균등화된다. 즉 불규칙성 속의 예측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이를 명동의 상황에 대입해보자. 명동을 자연 생태계, 특히 하나의 숲이라고 가정해 보면 명동이란 생태계의 작동 원리를 조금은 분명하게 알 수 있을 것이다. 우리가 조금만 주의 깊게 들여다 보면 숲은 그야말로 '다양성의 향연'이 펼쳐지고 있는 곳이다. 거기에는 크고 작은 나무들이 뒤섞여 있고 양지와 음직 식물들이 뒤엉켜 있다. 이 같은 '종의 다양성'이 숲을 살아 있게 하고 무성하게 한다. 큰 나무의 우산 아래 기생하는 듯 사는 식물도 있다. 그러나 실은 이들도 단지 받기만 하는 것이 아니며 다른 나무와 풀들의 영양분이 돼 주는 것이다. 이렇게 이들은 서로 주고받으며 한 '마을'을 이루고 더불어 사는 것이다.  명동은 이 숲의 공생 공영의 원리에서 뭔가 배울 점이 있지 않을까 싶다. 명동을 찾는 외국인들이 파리나 뉴욕이 아닌 명동을 찾는 것은 그곳에서 서울을, 한국을, 그리고 한국인과 한국인의 삶을 만날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화려한 듯하지만 단색조의 쇼핑가가 아닌 하나의 살아 있는 마을을, '풍경'을 만나려는 것이다. 명동을 명동답게 하는 것, 아마도 거기에 명동의 살길이 있을 것이다.

이명재 사회문화부장 pro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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