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임철영 기자]기업 최고경영자(CEO)의 한마디는 수많은 임직원들의 삶과 맞닿아 있다. 기업의 규모가 커질수록, 글로벌 기업일수록 말 한마디가 가진 영향력은 기하급수적으로 확대된다. 그래서 우리는 그들을 오피니언 리더라고 부른다.
영향력이 큰 만큼 말 한마디에 실리는 책임도 클 수밖에 없다. 말 한마디에서 비롯된 의사결정이 곧 회사의 존폐와도 직결될 수 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최고경영자들이 공식 답변을 내놓기에 앞서 문구를 수없이 수정하는 이유다.
GM해외사업부문을 담당하는 팀 리 사장이 상하이에서 열린 모터쇼에서 한국기자들과 만나 "한국 철수계획은 없다"고 발언했다.
글로벌 GM을 이끄는 댄 애커슨 회장의 한반도 문제와 관련한 '컨틴전시 플랜' 발언 이후 불과 보름만이다. 그의 발언을 요약하면 한반도 상황이 악화되면 한국시장에서 철수할 준비가 돼있다는 것. 한국GM에 대한 8조원 투자계획을 밝힌 지 한달만에 내놓은 엄포에 가까운 발언이었다.
애커슨 회장의 이같은 엄포는 팀 리 사장의 배치되는 발언으로 너무도 간단하게 뒤집혔다. 글로벌 GM의 경영을 책임지는 최고경영자와 해외사업을 책임지는 최고위 경영자가 정반대 입장을 취한 셈이다.
수만명의 일자리와 관련된 민감한 문제를 손바닥 뒤집듯 하는 최고 경영진의 태도로 회사에 대한 신뢰는 사실상 바닥을 쳤다. 또한 애커슨 회장의 발언이 당시 '컨틴전시 플랜'보다는 발언에 따른 파장을 통한 노림수였다는 업계와 노조의 의혹도 함께 커지고 있다. 업계와 노조는 앞서 애커슨 회장의 발언 당시 국내 자동차 공격용, 노조 압박용 등의 분석을 내놓은 바 있다.
민기 한국GM 노동조합 지부장을 비롯한 노조 간부가 오는 29일 미국 디트로이트에 위치한 GM 본사를 찾아 애커슨 회장과 면담한다. 노조는 이번 면담을 통해 한반도 컨틴전시 플랜을 언급한 배경을 재차 확인할 예정이다. 애커슨 회장이 땅에 떨어진 신뢰를 얼마나 회복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임철영 기자 cylim@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