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이모저모]
[아시아경제 신범수 기자]4·19 기념식에 불참한 박근혜 대통령, 한 달 앞으로 다가온 5·18 기념식에는 어떤 결정을 내릴까.
5·18민주화운동은 올해로 33주년을 맞는다. 국가보훈처는 청와대에 박 대통령의 기념식 참석을 조언했으나 아직 답을 듣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취임 첫 해 기념식에 참석했지만 이후 4년 내 불참했다.
최초의 대통령 참석은 고 김대중 전 대통령으로 취임 3년째인 2000년 5·18 기념식에 참석했다. 그 해 고 김 전 대통령은 4·19 기념식에도 대통령 최초로 참석해 화제를 낳았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은 임기 내내 참석했다.
한편 박 대통령은 19일 53주년 4·19혁명기념일을 맞아 서울 수유동 4·19민주묘지를 찾아 참배했다(사진). 그러나 이어 열린 공식 기념식에는 참석하지 않고 정홍식 국무총리를 보냈다. 이는 관행을 따른 것이다.
2000년 참석했던 고 김 전 대통령도 이듬해부터는 참배만 하고 돌아갔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도 이 관례를 따르다, 2006년 참배하면서 "(대통령이 참석하지 않아)4·19 격을 낮춘 것 같다"며 "역대 정권과 4·19 관계가 어색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내년부터 참가하겠다"고 약속했고 이를 지켰지만 다음해 임기가 끝났다.
2008년 취임한 이명박 전 대통령은 미국 순방일정 때문에 취임 후 첫 4·19기념일에 참배도 하지 못했다. 천안함 사건으로 혼란스럽던 2010년 한 번 참석하고 나머지 임기 중 모두 참배만 하고 자리를 떴다.
다시 5·18로 돌아와, 박 대통령의 5·18 기념식 참석 가능성은 어느 정도일까. 청와대는 보안을 이유로 대통령의 외부일정을 미리 공개하지 않는다. 하지만 관행과 별개로 가능성이 꽤 있다는 게 주변의 관측이다.
박 대통령은 대선을 앞둔 지난해 5·18민주묘지를 두 번이나 찾았다. 이 때 박 대통령은 방명록에 "민주화를 위해 산화하신 영령들의 명복을 빕니다", "숭고한 희생을 하신 영령들의 명복을 빕니다"라고 썼다. 한나라당 대표시절에도 이곳을 여러 번 찾은 경력이 있다.
박 대통령의 5·18 기념식 참가를 바라는 목소리가 많다는 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강운태 광주시장은 청와대를 방문해 박 대통령이 참석해야 한다는 필요성을 강조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주변 상황은 예측 불가다. 박 대통령은 5월 5일부터 10일까지 미국 순방에 나선다. 이때가 대북 관계의 전환점이 될 것이란 전망이 많다. 북한의 도발 위협이 지금보다 강해진다면 기념식 불참 이유가 분명해질 수 있다. 그러나 그 반대라면 굳이 참석하지 않을 명분도 적다. 4·19 기념식 불참과 더불어 민주화 역사에 대한 불편함 혹은 무관심으로 비칠 가능성을 박 대통령이 어떻게 대처할 지 관심이 간다.
신범수 기자 answe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