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은정 기자, 오종탁 기자] 끝내 길은 열리지 않았다. 개성공단 입주기업 대표단이 17일 오전 방북을 위해 경의선 남북출입국사무소(CIQ)에 집결, 초조하게 방북허가를 기다렸지만 북한은 '불허'로 대응했다. 개성공단기업협회 임원진 10명으로 구성된 방북 대표단은 이날 공단을 방문해 주재원들에게 식자재 등을 제공할 계획이었다.
통일부는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북한이 오늘(17일) 개성공단 입주기업 대표 10명의 방문 신청에 대해서 동의할 수 없다는 입장을 통보해 왔다"며 "북한이 입주기업들의 요청과 인도적 조치마저 거부한 것에 대해 정부로서는 매우 대단히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혹시나 했던 기대가 사라지자 CIQ에 집결했던 입주기업 대표 10명은 망연자실했다. 입주기업 대표는 "북한에 대한 개성공단 재개 촉구 외엔 파괴력 있는 대응책이 없어 답답하다"며 "혹시 기대를 하고 왔는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개성공단 정상화의 최대 고비였던 이날 입주기업 대표단의 방북마저 수포로 돌아가면서 중단 사태는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지난 9일 북측 근로자 전원 철수로 시작된 개성공단의 가동 중단 사태는 벌써 9일째로 접어들었다.
이날 정오 3명이 예정대로 차량 3대와 함께 귀환하면 개성공단엔 우리 국민 206명과 외국인 1명 등 207명의 근로자가 남게 된다. 입주업체 123곳이 시설을 관리할 최소 인원을 업체 당 한두 명씩 남겨뒀지만 지난 3일부터 북측의 개성공단 진입금지 조치로 생필품 공급이 전면 차단되면서 식자재 부족 등의 사태를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입주기업 대표단의 방북이 수포로 돌아가면서 범 중소기업계 대표단이 추진 중인 22일 방북도 먹구름이 드리워졌다. 김기문 중기중앙회장 겸 초대 개성공단기업협회장과 한재권 협회 현 회장 등 역대 협회 회장단 5명과 김근식 경남대 교수 등 남북관계 전문가로 구성된 범 중소기업계 방북 대표단 10명은 22일 북한에서 개성공단을 담당하는 중앙특구개발지도총국 등의 방문을 계획하고 있다.
또 다른 입주기업 대표는 "북한에 대한 개성공단 재개 촉구 외엔 파괴력 있는 대응책이 없다"며 "가동을 멈춘 상황에서 9일동안 버티고 있지만 정말 개성공단이 완전 폐쇄될까 두렵다"며 털어놨다.
한편 중앙특구개발지도총국은 전날 비망록을 통해 남한 정부가 현재의 개성공단 사태의 책임을 북한에 전가하려고 하면 상황은 더 악화할 것이라고 위협한 바 있다.
이은정 기자 mybang21@
오종탁 기자 ta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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