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태진 기자]올해 청산된 부실채권정리기금에 돈을 댔던 증권사들이 쓴웃음을 짓고 있다. 출연한 액수에 비례해 잔여재산을 나누면서 수십억원의 가욋돈(?)을 챙겼다고 하지만, 부도 위기에 처해있는 회사 지분이나 보증금 반환소송에 진행중인 현금 등 실제 수익으로 처리하기 어려운 금액들이 할당됐기 때문이다.
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2월 부실채권정리기금이 청산되면서 잔여재산으로 남아있던 현금 5790억원과 주식 등 현물 1조1780억원, 총 1조7570억원이 정부와 출자 금융기관에 분배됐다. 기금의 86%를 출연했던 정부에 1조5110억원이 귀속됐고, 은행·보험·카드·증권사 26개 업체에 나머지 액수가 보유 지분만큼 배정됐다.
증권사별로 살펴보면 0.12%를 출연했던 동양증권에 21억840만원 가장 많은 금액이 배정됐고, 0.10% 지분을 보유한 우리투자증권이 17억5700만원으로 뒤를 이었다. 금호종금과 메리츠증권에는 각각 5억2700만원과 1억원 정도가 돌아갔다.
하지만 정부가 현금화하기 쉬운 자산을 대부분 챙겨간 가운데 증권사에는 돈을 돌려받을 가능성마저 불투명한 유가증권 등이 대거 할애돼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이에 대해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한화가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추진하면서 냈던 이행보증금이 기금에 예치됐는데 계약 무산 이후 반환 소송이 진행중"이라며 "출자금이 소송유보금으로 물려있는 상태여서 회계에 수익으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화그룹은 지난 2008년 대우조선해양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돼 이행보증금으로 3150억원을 채권단인 산업은행과 캠코에 지불했다. 하지만 2008년부터 불어 닥친 글로벌 금융위기로 자금조달에 차질을 빚고 대우조선해양 측 노조와 대립하면서 인수가 무산됐다. 한화그룹은 대우조선해양 인수가 무산되자 이행보증금에 대해 반환 소송을 냈으며, 지난해 6월 1심에서 패소한 뒤 항소한 상태다.
여기에 배정된 현물도 경영정상화가 불투명한 쌍용건설 주식으로 채워졌다. 쌍용건설 최대주주인 캠코의 부실채권정리기금이 청산되면서 보유주식 1153만6775주(약 315억원 규모)를 출연비율에 따라 배분했기 때문이다.
한편, 부실채권정리기금 출연기관이 돈을 맡긴 15년 동안 거둔 누적수익률은 19% 정도인 것으로 나타났다.
조태진 기자 tjj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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