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나주석 기자, 백종민 기자]키프로스에 대한 구제금융 결정 이후 가상 화폐 '비트코인'이 각광 받고 있다. 구제금융 과정에서 모든 예금자가 은행 부실에 대해 책임져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예금마저 날릴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키프로스에 대한 구제금융은 10만유로(약 1억4244만원) 이상의 예금자에게만 부담을 지우는 것으로 결론 났다. 하지만 안전할 것으로 여겨졌던 유로화에 대한 불신은 커졌다.
비트코인에 대한 관심과 인기가 고조되면서 비트코인 가치는 상승했다. 3일(현지시간) 비트코인 환율이 비트코인당 117.1달러(약 13만1034원)까지 치솟았다. 3일 현재 비트코인 매수시 117.01001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비트코인은 2009년 '나카모토 사토시'라는 정체 불명의 프로그래머 혹은 집단에 의해 만들어진 가상화폐다. 비트코인은 온라인에서 상품이나 서비스 대금을 결제하는 데 사용된다.
요즘 환전 서비스까지 생겨 비트코인은 각국 정부가 발생하는 통화처럼 환율이 변동하면서 거래되고 있다. 현재 유통 중인 비트코인 수는 1095만9075개다. 여기에 환율을 적용할 경우 12억8200만달러로 다른 화폐에 비해 비트코인 총액은 얼마 되지 않는다.
이처럼 비트코인은 실제 가치 총액이 그리 크지 않고 달러나 유로 같은 법정 화폐를 대체한 것도 아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어떤 정부로부터도 통제 받지 않는 돈이 인터넷 공간에 존재한다는 점이다. 이는 비트코인의 가치가 한순간 연기처럼 사라질 수 있다는 뜻이다. 그러나 지금 상황에서는 반대의 경우가 생길 수도 있다.
비트코인은 중앙은행과 상관없는 분산화한 화폐로 익명의 사람들 사이에서 거래된다. 익명성을 갖고 있어 정부 등에 빼앗길 염려가 없다. 각국 경제정책이나 재정상황 같은 요인에 가치가 타격 받지도 않는다.
키프로스 사태로부터 예금이 안전하지 않다는 게 확인된 지금 수학과 인터넷에 기반한 비트코인은 되레 안전한 화폐로 인식됐다. 기존 화폐에 대한 불신이 커질수록 비트코인에 대한 신뢰가 커질 수 있다는 뜻이다.
비트코인의 인기가 높다 보니 이를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해주는 자동화기기(ATM)까지 등장했다. 비트코인 ATM을 선보인 기업은 서인도제도 소재 TDV미디어다. TDV의 ATM으로 비트코인 계좌를 편리하게 관리할 수 있다. 인터넷에서 처리해야 하는 복잡한 비트코인 환전 절차가 간단해진 것이다.
TDV의 제프 버윅 최고경영자(CEO)는 "비트코인 이용에 어려움이 많아 비트코인 전용 ATM을 개발했다"고 말했다. 그는 "비트코인이 '완전한 자유시장'의 통화라는 점에서 인기가 치솟고 있다"며 "비트코인 ATM을 자본통제 중인 키프로스에 처음 설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나주석 기자 gonggam@
백종민 기자 cinqange@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