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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김중수를 위한 변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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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박연미 기자]

[현장에서]김중수를 위한 변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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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중수 한국은행 총재를 김수영의 시 '풀'에 빗대는 직원을 만난 일이 있다. 북창동 허름한 주점에서 그는 "바람보다 더 빨리 눕고, 바람보다 먼저 일어난다"는 싯구가 고스란히 김 총재를 말한다고 했다. '풍향(風向)' 읽는 일에 그만큼 기민하다는 얘기였다.


2010년 4월, 취임 후 첫 기자단 만찬에서 김 총재는 "티코 운전할 줄 알면 소나타도, 그랜저도 운전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었다. 그리고 "차가 바뀐다고 운전 능력이 달라지느냐?"고 되물었다. 스스로의 범용성(汎用性)을 그는 강점이라고 봤다.

그런 김 총재의 '촉(觸)'을 타박하는 목소리가 1일 여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나왔다. 이한구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한은을 향해, 보다 정확히는 김 총재를 향해 엄중한 시점을 깨우치고 할 일을 정해줬다.


이 원내대표는 "한은이 경제 활성화를 위해 역할을 할 때가 됐다"고 했다. 그 역할로 "기준금리 인하나 중소기업 총액한도대출 한도 인상 등 경제 활성화에 필요한 조치"를 꼽았다. 정부의 경기방어 총력전에 참전하라는 압박이었다.

새 정부의 경기방어전은 급하게 돌아가는 중이다. 성장률 전망치를 0.7%포인트나 낮추고, 대규모 추경예산을 편성해 돈을 풀기로 했다. 하루 전엔 기존 주택의 양도세마저 깎아주는 부동산 대책이 나왔다. 외환위기 때도 없었던 조치다. 이 난리통에 기준금리와 중소기업 총액한도대출 한도를 묶어버린 한은은, 새 정부의 눈에 그저 한가한 조직이다.


하지만 가까이서 본 소공동은 또 다른 전쟁터다. 평가야 어떻든, 매일 새벽 농경사회적 근면함으로 지표를 살피는 김 총재부터 깨알같은 속보치를 날마다 업데이트하는 금통위원들까지. 소공동의 새벽은 여의도의 낮만큼 밝다.


어제 금통위원들은 모처럼 한 자리에서 점심을 먹었다. 이 원내대표 덕에 마련된 자리인지, 진작 정한 약속인지 알 수 없지만 "(여의도에서)내릴 때까지 계속 말할 것 같아요." 이런 대화가 오가는 건 한국경제에 도움이 안 된다.




박연미 기자 chan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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