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독성 강한 가사와 멜로디···추억과 현재가 함께 흥얼거리는 '감성경제학'
#1960년대
"야야야야 야야야야 차차차 진로 진로 진로 진로"
#1970년대
"맛동산 먹고 즐거운 파티 맛동산 먹고 맛있는 파티"
#1980년대
"아름다운 날들이여 사랑스런 눈동자여 오오오오 오란씨"
#1990년대
"젊음의 새 옷을 갈아입자 가자 젊은이여 뱅뱅"
#2000년대
"미녀는 석류를 좋아해 자꾸 자꾸 예뻐지면 나는 어떡해"
#2013년
"참깨빵 위에 순쇠고기 패티 두장 특별한 소스 양상추"
[아시아경제 이현주 기자]올해로 55살이 된 CM송이 꾸준히 진화하고 있다. 이제는 소비자가 직접 만든 CM송이 그대로 전파를 타는 시대가 됐다.
2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한국 맥도날드는 소비자들이 직접 참여해 만든 CM송을 방송에 그대로 내보냈다. 소비자가 관련 홈페이지에 자신이 만든 CM송 UCC를 올리면 그대로 전파에 노출시키는 방식이다. 지난해 캠페인에는 1만3000건의 UCC가 올라오기도 했다.
조주연 맥도날드 마케팅팀 전무는 "온라인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에 익숙한 한국 고객들에게 더 친밀하게 다가갈 수 있는 방법의 일환이었다"며 "누구나 빅맥 브랜드 페이지에 업로드하면 참여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 맥도날드는 더 나아가 소비자를 모델로 기용할 계획도 추진 중이다.
이처럼 새로운 형태의 CM송이 계속 탄생하는 이유는 오랜 시간이 지나도 잊히지 않고 기억 속에 남아 향수를 자극하는 CM송의 장점때문이다. 이는 바로 구매 행위로 이어진다.
CM송의 첫 탄생은 1959년 진로의 '진로 파라다이스'다. '야야야 야야야 차차차'로 유명한 이 노래는 당시 소주를 모르는 아이들까지 따라 불렀을 정도다. 당시 CM송의 특징은 따라 부르기 쉬우면서도 분량 제한이 없어 50초~1분 정도로 길었다.
1960년대 코카콜라 CM송은 돌풍을 일으켰다. 1969년 가수 조영남의 별명은 'No Hit, Busy Run(히트곡은 없지만 바쁜 가수)'이었다. 당시 코카콜라 CM송 '산뜻한 그 맛, 오직 그것뿐 코카콜라'를 조영남이 불렀는데 그의 능청스런 창법이 통해 손님들이 밤업소에서 늘 코카콜라송을 청하고 박수를 보냈다는 후문이다.
1970년대 들어 CM송은 위기를 맞는다. 당시 어느 장관의 가족이 한 자리에 모였는데 한 꼬마가 술 광고 노래를 모창한 것이 문제가 되면서 주류 CM송이 금지되는 헤프닝까지 벌어졌다. 각종 규제도 이때 생겨났다. 이후 주류 광고 대신 각종 음료와 제과 관련 CM송이 줄을 잇는다. 해태제과의 부라보콘 광고는 당시 2억원 정도의 매출을 예상했는데 CM송이 대박을 치자 매출이 예상보다 10배 더 높게 나왔다고 한다.
70년대에는 통기타를 들고 다니며 노래하는 이장희, 윤형주, 김도향 등이 등장하면서 이들이 부른 CM송도 인기를 끌었다. 특히 가수 윤형주가 작사한 오란C CM송은 최고의 서정성으로 인정받았다. 윤형주는 시인 윤동주의 사촌동생이다.
1980년도는 컬러 TV가 등장하면서 CM송이 주춤한 시대다. 음향 효과보다는 영상에 더 초점이 맞춰진 광고들이 많았기 때문에 당시 광고에는 팝송 등이 배경음악으로 깔리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CM송이 다시 주목을 받게 된 것은 1990년대 후반 IMF를 겪으면서다. 유명곡을 배경음악으로 쓰려면 저작권료를 많이 내야 했지만 당시 CM송 제작은 500여만원 정도면 가능했기 때문이다. 이때 기업 PR 광고가 등장하기 시작했는데 '사랑해요 LG' 등이 대표적이다.
이후 2000년대 들어서면서 기존에 나왔던 CM송을 리메이크하는 곳이 많았다. 또한 카드, 자동차, 이동통신, 정유 등 광고들도 다양해졌다. 농심 새우깡 CM송은 가수 신화가, 해태제과 맛동산 CM송은 동방신기가 다시 부르면서 주목 받았다. 기존 CM송을 알고 있는 청장년층은 물론 청소년들에게도 어필하기 위해 노래를 리메이크 한 것이다. 이후 중독성이 강한 노래들도 나오게 되는데 2005년 현대카드는 "아버지는 말하셨지 인생을 즐겨라"라는 CM송을 내놓으면서 카드업계에 반향을 일으켰다. 2007년에는 만년 2위를 유지하고 있던 KTF가 '쇼 곱하기 쇼는 쇼'라는 중독성 강한 노래를 발표해 좋은 반응을 얻었다.
남상일 제일기획 팀장은 "음악은 가장 대표적인 감성코드로 디지털화가 가속화되고 이성과 기술이 강조될수록 음악과 같은 감성적인 요소에 대한 욕구가 증가한다"며 "계속 반복해서 노래가 나오는 징글에 다른 요소를 결합해 소비자를 사로잡는 새로운 시도도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현주 기자 ecolh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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