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백종민 기자] 위기의 주범이 해결사를 배출한다? 앞뒤가 맞지 않는 말이지만 이런 공식이 통하는 곳이 있다. 바로 골드만삭스다.
미국에서도 대표적인 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는 고위 공직자들의 산실로 유명하다. 그야말로 전세계 곳곳에서 골드만삭스 출신들이 재정, 경제 정책을 휘어잡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지난해 11월 영국 중앙은행인 영란은행(BOE)의 차기 총재로 마크 카니 캐나다 중앙은행장이 임명되자 전 세계 언론들은 골드만삭스의 고위관료 배출에 대한 이유를 집중적 조명했다.
그는 골드만에서 근무하다 캐나다 재무부로 자리를 옮겼다. 캐나다 중앙은행장에까지 오른 후에는 금융위기 와중에도 캐다나 경제를 세계에서 가장 안정적인 수준으로 유지하는데 공헌했다.
골드만삭스 출신들이 중용되는 것은 확실한 성과를 보여줬기 때문이다. 지난해 유럽 위기의 와중에 "어떤 수단을 쓰더라도 유로화를 지켜내겠다"며 시장을 안정시킨 마리오 드라기 유럽 중앙은행(ECB) 총재도 골드만삭스 멤버다.
부채 위기에 빠져 허덕이던 이탈리아를 위한 구원투수로 나서 '테크노크랏(전문관료)'의 힘을 보여준 마리오 몬티 이탈리아 총리 역시 골드만 출신이다.
이들외에도 개리 겐슬러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 위원장과 로버트 졸릭 전 세계은행(WB) 총재 빌 클린턴 전 대통령 시절 로버트 루빈 전 재무장관, 조지 W. 부시 행정부 재무장관 헨리 폴슨 모두 골드만삭스 출신이다.
이처럼 성과를 냈다고만 하지만 골드만삭스가 일반인들로 부터 받은 신뢰는 크지 않다.
여론조사기관 해리스인터랙티브(Harris Interactive's)의 기업평판지수(RG) 조사결과에 따르면 악명 높은 10대 미국기업에서 골드만삭스가 2위를 차지했다.
골드만삭스 등 대형 투자은행은 지금도 개혁의 대상이기도 하다. 미국은 도드 프랭클린 법안을 통해 투자은행을 제한하려하고 있다.
그럼에도 골드만삭스의 고위 공직자 배출에 이어지자 투자은행 출신으로 '돈과 권력: 골드만삭스는 어떻게 세계를 지배하게 됐나'라는 책을 쓴 빌 코핸은 "골드만은 언제든 정부 고위직과 닿을 수 있고 정부는 시장에 맞는 인재를 찾을 수 있다는 점이 쌍방향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누이 좋고 매부 좋은 현상이라는 주장인 셈이다.
투자은행이나 금융기업 출신 인사들의 공직 진출에 대한 비판도 없진 않다. 제이콥 루 미 재무장관은 인사청문회에서 시티그룹 재직시 많은 임금과 복지 혜택을 받은 것이 문제가 됐다.
정부감시 프로젝트(POGO)라는 민간단체는 시티그룹 외에도 많은 금융기업에서 공직 진출자에 대한 특혜가 만연해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고위공직자에는 엄격한 잣대가 요구된다. 그렇지만 역할에 접합한 인력의 풀은 한계가 있기 마련이다. 그러다 보니 골드만삭스 처럼 욕을 먹으면서도 인재가 모인 집단에 대한 구애가 끊이지 않는 것이다.
한국 최대 법률사무소인 김앤장이 고위 관료 배출처로 부각되는 것도 비슷한 이유일 것이다.
어느곳 출신 이라는 '주홍글씨'로 능력을 발휘할 기회를 제한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한만수 공정거래위원장 내정자 사퇴에서 보듯 공직에 나가기 원하는 이들은 스스로 준비가 필요하다.
공직자를 꿈꾸는 이들이라면 그에 걸맞는 능력 개발과 함께 국가와 국민을 먼저 생각하고 최소한의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도덕수준을 갖춰야 하지 않을까. 그런 뒤에 능력을 발휘해도 늦지 않을 것이다.
백종민 기자 cinqan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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