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창업선구자' 에를리히 요즈마펀드 회장 "기업가 문화·투자 생태계 갖춰져야"
[아시아경제 이민우 기자] 이스라엘의 벤처 붐을 주도해 '창업 국가' 모델의 선구자로 불리는 이갈 에를리히 요즈마펀드 회장은 25일 박근혜 정부의 '창조경제'와 관련, "스스로 기업가가 되려는 문화와 투자에 적극적인 기업생태계가 갖춰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에를리히 회장은 이날 오전 새누리당 경제민주화실천모임 초청 정책세미나에 참석해 "하이테크 산업은 굉장히 중요한 분야이며 전세계 시장으로의 확장 가능성을 갖고 있다"며 이 같이 밝혔다.
그는 정보통신기술(ICT)를 중심으로 한 경제 체질 개선을 목표로 하는 박근혜 정부의 '창조경제'를 의식한 듯 "이스라엘은 하이테크 산업은 수출의 50% 이상을 이룰 뿐 아니라 많은 고용기회를 창출하는 주산업"이라며 "국가는 기업들이 새로운 아이디어로 세계시장의 무대에 진출할 수 있도록 돕는 한편 양질의 인재와 훌륭한 기술로 세계적 기업을 유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스라엘은 세계에서 가장 활발한 벤처 창업이 일어나고 있는 국가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연구개발(R&D) 투자 비율이 가장 높다. 이 같은 변화에 대해 에를리히 회장은 투자유치에서 성공 비결을 찾았다. 그는 "투자의 볼모지로 여겨졌던 이스라엘에서 정부 지분 인수 옵션 등의 인센티브를 지급해 '글로벌 플레이어(국제 투자자들)'을 유치했고 성공으로 여겨졌다"며 "세금우대정책 또한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스라엘이 '창업국가'로 성장할 수 있었던 기반에는 1993년 에를리히 회장이 세운 요즈마펀드(Yozma Fund)가 있었다. 요즈마펀드는 자본이나 담보능력 없이 아이디어만으로 출발하는 벤처기업인들에게 자금조달을 해결해주기 위해 설립된 정부 주도의 벤처캐피털이다. 창업기업에 대한 투자자금은 벤처캐피털과 정부가 60대40 매칭 방식으로 지원한다. 투자를 받은 기업은 경영에 실패해도 정부에 투자금을 갚을 필요는 없다.
이 점에서 한국과 이스라엘이 가장 큰 차이점을 보인다는 것이 에를리히 회장의 지적이다. 그는 창업에 실패했을 때 다시 재기할 수 있는 지원이 절실하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그는 한국에서의 연대보증제도 등을 의식한 듯 "이스라엘의 경우 기업가가 실패한 뒤 귀책사유가 없다면 얼마든지 또 지원받을 수 있다"며 "기업가들을 육성하겠다고 하면서 실패하면 책임지라고 한다는 것은 통용될 수 없는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정부정책에 대해선 "창업에 실패할 경우 민간투자는 돈을 잃게 되지만 정부 입장은 조금 다르다"며 "기업에서의 경험을 토대로 인재를 확보했다는 정책적 시선 변화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날 행사를 주관한 새누리당 이종훈 의원은 "우리나라에서 지난 대선 당시 박근혜 후보가 창조경제를 핵심전략으로 내세우고 그 일환으로 요즈마펀드의 벤치마킹 필요성을 언급해 주목을 받고 있다"며 "창업기업이 성공하기 위한 생태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말이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경실모 대표격인 남경필 의원은 "요즈마펀드를 창립하고 이를 통해 청년 일자리, IT일자리를 만들어낸 에를리히 회장의 노하우가 우리 사회에 주는 시사점이 크다"며 "한국의 새로운 모델, 국가모델 만드는데 지식과 경험, 비전을 함께 나눌 수 있어 영광으로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이민우 기자 mw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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