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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만 들어주면 끝 놀고먹는 사외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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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대표는 "0", 연봉은 두둑
10대 증권사 작년 3분기 보고서 살펴보니

[아시아경제 구채은 기자]고위 공무원, 금융권 유관기관 출신 간부들이 대거 포진한 증권사 사외이사들이 경영진 견제 임무를 소홀히 한 채 두둑한 보수만 챙겨온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른바 '낙하산 관행' 척결을 주요 국정과제로 내세운 박근혜 정부 출범과 함께 사외이사 제도에 대한 수술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업계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다.


12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내 10대 증권사의 사외이사는 총 47명으로 지난해 3분기(2012년 4~12월) 동안 이들이 받은 평균보수는 3663만원이었다. 그러나 사외이사들의 거수기 노릇은 여전했다. 이사회에 불참하는 경우는 있어도 이사회 안건에 반대의견을 표명한 경우는 전무했다. 실제로 10개사 47명의 사외이사들이 모두 참여한 이사회에서조차 반대 의견은 단 한 차례도 없었다.

국내 10대 증권사 중 사외이사 보수가 가장 높은 곳은 삼성증권으로 지난해 4월부터 12월까지 1인당 평균 6600만원을 받았다. 삼성증권 사외이사는 이영균 전(前) 한국은행 부총재보, 오종남 전 국제통화기금(IMF) 상임이사, 유영상 전 특허청 차장 등 고위 관료 출신들로 짜여져 있다. 이들은 지난해 6차례 열린 삼성증권 이사회에서 주요 안건에 대해 단 한 번도 반대 의사를 표시한 적이 없었다. 이영균 이사는 지난해 7월 열린 제4차 이사회에 참석조차 하지 않았다.


삼성증권 다음으로 평균보수가 높은 곳은 현대증권으로 회사 측은 사외이사에 평균 5200만원의 보수를 지급했다. 현대증권 사외이사진은 법조계 출신 인사들이 대거 배치됐다. 박충근 법무법인 성의 대표변호사를 비롯해 박광철 법무법인 태평양 고문, 박 윌리엄 전 베이커 앤드 메킨지 변호사 등이다. 특히 금융감독원 부원장을 지낸 박광철 이사는 지난해 6월 연임에 성공했고, 고려대 출신인 윤남근 서울동부지법 부장판사가 신규 선임된 바 있다.

대우증권 사외이사진은 평균 4373만원을 챙겼다. 여기에도 코스닥증권시장 사장을 지낸 강정호 이사를 필두로 김상우 전 금융감독원 부원장보, 박진규 전 재무부 이사관 등 금융 유관기관 간부 출신들이 자리를 메웠다.


미래에셋증권, 한화, 우리투자증권(이상 3600만원), 하나대투(3325만원), 대신(3300만원), 신한금융투자(2100만원), 한국투자증권(933만원) 등도 사정은 비슷했다.


전문가들은 사외이사의 독립성 측면에서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송민경 한국기업지배구조원 연구원은 "회사측에선 사전협의를 하기 때문에 이사회에서는 반대의사가 나오지 않는다고 이야기 하기도 한다"면서 "이러한 협의는 사외이사의 독립성에 대한 신뢰가 확보되지 않는 상태에서 일어나는 것이기 때문에 시장의 신뢰가 높을 수 없다"고 말했다.




구채은 기자 fakt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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