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채명석 기자] “나라도 택시 안타겠네요.”
28일 만난 한 택시기사의 말이다. 이날 오후 있을 공청회에서 발표될 ‘택시산업 발전 종합대책안 내용을 설명해준 직후의 반응이다. 택시 요금을 인상하는 방안이 서민들에겐 적잖은 타격이 될 것이란 소리였다.
그는 “밤 10시는 저녁 일정을 마치고 귀가를 서두르는 시민들이 거리로 몰리는 시간”이라며 “택시기사들도 버스, 지하철 이용 시민을 한 명이라도 더 붙잡기 위해 바쁘게 뛰어다녀도 실적이 시원찮은데 할증요금까지 적용하면 이용객이 크게 줄어들 것”이라고 불만을 터뜨렸다.
정부가 공청회에서 발표할 택시법 대책은 ▲밤 12시부터 새벽 4시까지인 택시요금 할증시간대를 밤 10시부터 적용하는 방안 ▲주말은 하루 종일 할증요금을 적용하는 방안 ▲2년 마다 택시 기본요금을 조정할 때 연료비 변동폭을 요금에 적용하는 유류할증제를 도입하는 방안이 포함돼 있다. 또한 향후 10년간 택시 기본요금을 점진적으로 인상해 현행 2800원인 택시 기본요금을 오는 2023년이면 5100원까지 올리기로 했다. 대중교통으로 인정해 달라는 택시업계의 요구에 내놓은 정부의 대책을 요약해보면 요금인상으로 귀결된다.
문제는 택시업계를 살리기 위한 볼모가 왜 국민 개개인이냐는 것이다. 국민이 내는 세금으로 직접지원을 해선 안된다면서 사실상 요금인상 정책을 통해 국민의 주머니 쌈짓돈으로 도와주겠다는 발상을 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본요금과 더불어 할증요금까지 더할 경우 국민들이 체감하는 택시 요금 인상폭은 정부의 예상보다 훨씬 커질 게 분명하다.
공청회에서 국민의 의견을 수렴하겠지만 업계의 입장을 지나치게 살린 ‘졸속대책’ 아니냐는 힐난도 나온다. 벌써부터 택시기사들마저 반대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회사택시는 회사에 내는 사납금 문제가 심각한데, 할증요금이 확대되면 회사는 사납금을 또 올리고 손님은 줄어들어 근본적 대책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밤샘 근무를 추가해야 간신히 200만원 내외를 받을 수 있는 월 급여 상황이 개선되기보다는 회사 오너의 배만 불려주게 될 것이라는 택시기사들의 주장을 새겨 들어야 한다.
채명석 기자 oricm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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