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명의 통화정책회의 위원중 반대파 설득이 열쇠
[아시아경제 박희준 기자]아베 신조 일본 총재가 27일 구로다 하루히코 아시아개발은행(ADB) 총재를 일본 중앙은행인 일본은행(BOJ) 차기 총재로 내정했다. 그는 일본 하원인 중의원과 상원인 참의원의 동의를 얻으면 총재에 취임한다.
구로다는 1999년부터 2003년까지 일본 재무성에서 통화정책을 담당하는 재무관(국제금융담당)을 지내면서 엔화강세(엔고)를 바로잡기 위한 시장개입을 주도했고 BOJ에 물가목표제 도입을 요구하는 등 금융완화에 적극성을 보인 인물인 만큼 그가 취임할 경우 공격적인 엔저 정책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정책을 시행하기 위해서는 그러나 그가 반드시 넘어야 할 산이 있다. 통화정책위원회 위원들 중 이견을 보일 부총재와 민간 위원들을 설득하는 일이 당면과제다.
우선 BOE에서 잔뼈가 굵은 부총재를 자기편으로 끌어안아야 한다. 부총재 중 한 명으로 내정된 이와타 기쿠오 가쿠슈인 대학 교수는 평소 그동안 정부 정책을 비판해온 구로다의 훌륭한 동맹군이 될 수 있다.그는 지난 25일 내정 소식이 알려진 직후 기자들과 가진 대화에서 “2% 물가 목표를 꼭 달성할 수 있으며 의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아베 총리가 개정을 검토하겠다는 일본은행법 개정에 대해서도 “꼭 바꾸고 싶다”고 말하기도 했다.
문제는 다른 부총재 지명자인 나카소 히로시(59) BOJ 국제담당 이사다.그는 문자 그대로 BOJ맨이다. 1978년 입행해 지금까지 BOJ에서 잔뼈가 굵어 BOJ 노선을 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BOJ는 그동안 물가목표 2%는 “실현가능성이 없다”며 양적완화 요구에 미온적인 반응을 보였다.
이 때문에 구로다가 정책을 밀어붙이려면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9인 통화정책위원회의 나머지 위원들을 우군으로 만들어야 한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보도에 따르면, 시라카와 마사아키 총재 체제에서 외롭게 완화론을 고수하고 그간의 정책회의에서 8대 1로 완화를 고집한 미야오 류조 위원과 금융계 출신인 이시다 고지 위원은 적극적 금융완화론자로 분류돼 이들을 설득하는 데 큰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시다는 지난해 12월 BOJ가 상업은행들이 맡기는 예탁금에 지급하는 최저금리를 내리자고 제안하기도 했다.
국제통화기금(IMF) 이코노미스트 출신인 시라이 사유리 위원도 디플레 타개에 적극적일 것으로 관측됐다.
문제는 2012년 7월 합류한 사토 다케히로 위원과 기유치 다카히데 위원이다. 이들은 지난달 통화정책회의에서 인플레이션 목표 2%로 높이는 데 반대했다.민간 출신인 이들은 그간 금융완화론자로 알려졌지만 당시 반대표를 던져 시자에서는 의외로 받아들여졌다.
도쿄전력 사장을 지내고 지난 2010년 일본은행에 들어온 모리모토 요시히사 위원도 만만치 않은 인물이다. 시라카와의 신중한 통화 정책을 줄곧 지지해온 그는 지난주 연설에서 일본은행이 경기 부양을 위해 채권을 대대적으로 사들이는 것이 역효과를 낼 수 있다고 경고했다.
아베와 구로다가 어떤 설득 전략을 펼지 주목된다.
박희준 기자 jacklond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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