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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EU FTA, EU 회원국 이해관계로 삐걱

시계아이콘읽는 시간01분 38초

[아시아경제 김영식 기자]미국과 유럽연합(EU)가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추진을 공식 선언했지만 EU 각국의 복잡한 이해관계로 인해 난관을 겪고 있다. 글로벌 경제총생산(GDP)의 절반을 차지하는 양대 경제권의 무역장벽 철폐가 이뤄지면 세계 무역 판도에 일대 변화가 불가피하지만, 최대 현안인 농업 분야를 놓고 일부 EU 회원국들의 반발이 극심하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지난 12일(현지시간) 2기 행정부 첫 국정연설을 통해 양자간 FTA 협상에 개시할 것임을 밝혔고 다음날인 13일 미국과 EU는 오바마 대통령과 헤르만 반 롬푀이 EU정상회의 상임의장, 조제 마누엘 EU집행위원장 명의의 공동성명을 통해 ‘미·EU간 포괄적 범대서양무역투자동반자(TTIP) 협정’ 체결을 위한 공식협상을 개시하기 위한 초기 절차에 착수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시작부터 EU 각국간 입장차 때문에 조속한 진전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독일 시사주간 슈피겔 온라인판은 18일(현지시간) “독일은 가능한 한 폭넓은 범위에서 협상을 시작하고 싶어하지만, 프랑스를 비롯한 남유럽 국가들이 자국 농업 보호를 위해 식품 규제와 유전자변형작물(GMO) 등의 문제를 의제에서 제외하기를 원한다”고 보도했다.


유로존(유로화사용 17개국) 부채위기에 따른 경기침체 장기화를 우려하는 EU 입장에서는 수출 확대를 위한 시장 확보가 절실하다. 더딘 성장세에 고심하는 미국 역시 새로운 돌파구가 시급한 상황이다. 하지만 농업 분야의 이해차이를 극복하지 못하면 미-EU FTA는 별다른 성과 없이 ‘요란한 빈 수레’로 끝날 수밖에 없다.

제조업 부문 경쟁력이 강한 독일은 협상에 적극적이다. 독일 민간경제연구소 IFO는 무역장벽이 더 폭넓게 낮아질수록 범대서양 경제권의 장점은 커진다고 분석했다. 이미 양자간 관세율이 평균 4% 정도로 낮은 수준이기에 관세 철폐만으로는 EU와 미국의 1인당 GDP는 각각 0.1%와 0.2% 증가하는 데 그친다. 때문에 수출입 규제 등 비관세장벽을 낮추는 것이 관건이며, 이 경우 향후 20년간 경제효과는 미국의 경우 5% 이상, EU의 경우 6% 이상, 독일의 경우 8% 이상 증가를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필립 뢰슬러 독일 경제장관은 “처음부터 의제를 제한하는 것은 협상의 기대효과를 저해시킨다”면서 “더 폭넓게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EU 2위 경제국인 프랑스는 전통적으로 농업 비중이 크며 EU의 각종 농업보조금 등 혜택에 힘입어 EU 전체 농업생산의 20%를 차지하는 최대 농산물 생산 및 수출국이다. 이탈리아와 스페인 등 남부 유럽 주요 국가들 역시 마찬가지 입장이다.


미국측은 자국이 강점을 가진 농업분야 개방에서 양보하지 않을 태세다. 론 커크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GMO 등 민감한 문제를 포함해 농업 분야의 모든 이슈를 협상 테이블에 올려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 의회 역시 농산물 수출에 대한 EU측의 각종 규제장벽을 낮춰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때문에 미국과 EU 양측이 2년 안에 협상을 마무리하겠다고 밝혔음에도 이후 협상은 매우 길고 험난할 것으로 예상된다. 농업 외에도 항공·자동차·서비스 등 다른 산업분야는 물론 반독점과 금융규제 등까지 이해관계가 걸쳐 있다. 카렐 데 휘흐트 EU 통상담당 집행위원은 영국 BBC와의 인터뷰에서 “어렵고 복잡한 과정이며 최소 몇 년은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경제전문가들은 오바마 행정부가 2014년 중간선거 전까지 가시적 성과를 얻기를 원하고 있다면서 유럽 내 갈등으로 좀처럼 진전을 이루지 못할 경우 미국은 EU 대신 아시아 지역과의 FTA 활성화에 더 집중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김영식 기자 gr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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