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체 실수·부주의에 피해자에 우호적인 입장 주목
[아시아경제 조유진 기자]3500만명의 네이트·싸이월드 개인정보 유출사고에 따른 집단소송에서 SK커뮤니케이션즈가 피해자에 위자료를 지급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온 가운데 사건을 담당한 재판부에 세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외부 해킹 피해자에 대한 첫 승소 결정이라는 점에서 사건을 담당한 부장판사의 이력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배호근 부장판사는 15일 피해자 2882명이 SK컴즈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원고에 1인당 위자료 20만원(총 5억7640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그간 인터넷 해킹사고에 따른 집단 법정 분쟁은 수차례 있었지만, 법원이 사업자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해킹사고의 경우 불가항력적인 측면이 강한만큼 기술·관리적 보호조치에 충실했다면 손해배상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이번 판결이 사업자의 책임을 처음으로 인정했다는 점에서 소송의 향방이 주목된다.
법조계 일각에선 이번 판결이 향후 진행될 추가 소송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보고 있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이번 판결은 매우 이례적"이라며 "검경 측이 제시한 증거 가운데 기업체의 책임을 입증할만한 결정적인 근거가 없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현재 판결은 주장과 주장 사이에서 한쪽 편을 들어주는 결과에 불과하므로 향후 유사한 소송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주긴 어렵다고 본다"고 말했다.
배 판사는 과거 판례에서 실수나 부주의에 대한 물적 보상 책임을 후하게 주는 성향을 보여왔다. 지난 몇 년간 의료 관련 사고에 대해서도 기업체(의료진)에 불리한 판결이나 입장을 내놨다. 2011년 수원지법 근무시 의료 사고에 대해 의료진에 배상 책임을 지우며 피해자에 2280만원을 지급하라는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린 바 있다. 또 분만 지연 뇌성마비 사고에 대해 의료진에 책임을 귀속, 9000여만원을 지급하라고 결정하기도 했다. 법조계 관계자는 "배 판사가 과거에도 물적 보상에 후한 판결을 내놨다는 점이 주목된다"고 말했다.
배 판사는 SK컴즈 사건에 대해서도 보안상 취약한 공개용 알집을 사용해 해킹이 더 쉽게 이뤄지도록 했다며 부주의에 대해 기업체가 물적 보상을 해야한다는 의견을 내놨다.
조유진 기자 ti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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