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나주석 기자]세계 각국 중앙은행이 경기부양을 위해 통화전쟁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유럽중앙은행(ECB)은 통화전쟁에 나서지 않아 비판 받고 있다고 독일 시사주간 슈피겔이 최근 보도했다.
세계적인 투자자 조지 소로스 소로스펀드매니지먼트 회장은 지난달 스위스 다보스포럼에서 "유럽 국가들이 통화전쟁의 희생양으로 전락하고 있다"며 "갖고 있는 역량을 발휘해 통화전쟁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ECB가 시대에 뒤떨어진 정책을 고수하고 있다"고 집중적으로 성토했다.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은 지난주 유럽의회에서 직접적으로 ECB를 언급하진 않았지만 "유로존이 독자적인 환율정책을 갖고 있어야 한다"며 "현실과 동떨어진 환율정책은 끝나야 한다"고 지적했다. 올랑드 대통령의 발언은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를 겨냥한 것이다. 유로화 환율을 방어하기 위한 조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소로스 회장은 "유로존이 막대한 정부 부채에도 경제성장을 주도할 수 있는 방법은 양적완화 뿐"이라고 강조했다.
부채 문제가 심각한 일본은 최근 통화정책을 적극적으로 펼치고 있다. 지난해 12월 출범한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 정부와 일본은행은 무제한 국채 매입안을 내놓았다. 일본이 과감하게 통화정책을 내놓자 달러에 대한 엔화 가치는 급락했다.
미국의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도 금융위기 이전에는 상상하지 못했을만큼 공격적인 통화정책을 펼치고 있다. 중국도 위안화 환율을 방어하기 위해 나서고 있다.
각국 중앙은행들이 자국 화폐를 평가절하하는 움직임과 관련해 지우마 호세프 브라질 대통령은 "평가절하로 브라질 같은 신흥국 화폐가 평가절상되고 있다"며 "그 결과는 처참할 것"이라고 비난했다.
글로벌 통화전쟁의 피해국 명단에는 유럽도 포함돼 있다.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부채위기가 진정세를 보이자 유로화는 점차 평가절상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유로존 회원국들의 경기회복 노력이 반감되는 것은 이 때문이다.
그렇다면 ECB도 통화 발행으로 환율을 평가절하하면 어떨까. 하지만 ECB가 '돈 찍어내기'에 반대하는 것은 1930년대 독일이 인플레이션으로 혹독한 어려움을 겪은 기억 때문이다. 독일 연방은행 총재이자 ECB 정책위원인 옌스 바이트만은 '환율의 정치화'를 강력히 비판하며 유로화 평가절하에 반대하고 있다. 드라기 총재도 "다른 나라들이 통화정책 방향을 바꿨다고 ECB까지 바꿔야 할 이유는 없다"고 잘라 말했다.
금융시장에서는 통화전쟁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코메르츠방크의 외르크 크래머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경쟁적인 평가절하를 겪고 있다"며 "이런 정책은 결국 물가 및 세계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주장했다.
슈피겔은 새로운 통화전쟁의 장수가 된 각국 중앙은행 총재들이 모여 평화회담을 여는 방법도 고려해볼만하다고 제안했다.
나주석 기자 gongg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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