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올 상반기 내 SIB 활용해 민간단체와 합동 추진
병리적 접근 답습하면 실패할 수도, 민관협력에는 긍정적
[아시아경제 나석윤 기자] 시민사회와 서울시의 '자살예방 공동 프로젝트', 과연 성과를 낼 수 있을까?
서울시와 시민사회가 '사회성과연계채권(SIB, Social Impact Bond)'이라는 독특한 방식의 민관 합동 자살예방사업을 추진한다. 현재 세부 운영계획을 마련 중인 상태로, 이르면 올 5월을 전후해 시행에 들어간다는 방침이다.
SIB는 공공서비스분야에서 민간과 연계한 공동사업을 진행하고, 향후 성과가 있을 시 그에 대한 재정적, 정책적 보상을 해주는 제도로, 이미 미국과 영국 등 선진국에서는 보편화된 정책 운영방식이다.
서울시는 최우선 과제로 급증하고 있는 자살률을 낮추는 일을 선정했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11년 기준 서울의 인구 10만명 당 자살률은 26.9명으로, 같은 시기 전국 평균(31.7명)과 비교하면 낮은 수준이지만 최근 5년 간 꾸준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서울시는 그 동안 민간영역에서 요구해 온 사항들을 세부 계획에 반영할 계획이다. 무엇보다 지금까지 의사와 소수 전문가들을 중심으로 자살 방지사업이 이뤄져 왔던 점을 개선할지가 주목된다.
지난 2011년 기준 정부가 자살예방에 지원한 예산은 총 23억원, 지난해에도 보건복지부의 자살 관련 예산은 20억원 수준이었다. 그러나 이 예산의 상당부분은 자살방지사업 자체에 투입되기보다는 교수나 연구자들의 학술연구에 지원돼 실효성 논란을 낳았다.
박영기 한국자살예방시민연대 회장은 "자살문제 접근의 핵심은 정신·심리적 치료에 있는 게 아니라 예방에 있다"며 "기존의 지원이 연구나 학술분야에 치중하면서 효과를 거두지 못한 측면이 있다" 말했다. 아울러 박 회장은 "과거와 같이 병리적 차원의 접근이 아닌 다양한 시각이 반영돼야 국민적 공감과 의식변화를 이뤄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사업이 일회성에 그치지 않도록 향후 새로운 사업을 발굴하고, 단체역량 강화를 위한 지원도 지속키로 했다. 또 관련 분야 외국단체들과의 교류 활성화에도 노력한다는 구상이다.
궁극적으로는 '도시공동체 회복'의 근본적인 자살 방지책에 얼마나 기여할지 관심이다. 자살은 결국 사회경제적 요인에 의한 결과라고 봐야 하기 때문이다. 바로 이런 부분에서 민간단체가 시민 근접성, 접촉빈도에서 관청 이상의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게 서울시의 판단이다. 아울러 단순한 연계를 넘어 사업확산이 용이하다는 측면에서도 이상적이란 평가다.
이번 합작 프로젝트가 실제 자살률 감소라는 성과를 올릴지 현재로선 미지수다. 특히 서울시가 선보일 SIB 방식 사업은 사실상 처음 있는 시도로 부담이 적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민간영역에서는 서울시의 시도를 반기고 있다. 그간의 인력과 예산부족 등의 어려움을 상당한 정도로 덜어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다. 다만 지속 가능성이 보장되지 않은 보여주기식 사업으로 그치지 않을까라는 우려가 없지는 않다.
윤진 중앙자살예방센터 미디어팀장은 "그간 자살예방을 위한 대안으로 민간과 공공 간의 연대 중요성은 꾸준히 제기돼 왔다"며 "단순히 힘을 합치는 데 그칠 게 아니라 실효성을 담보해 줄 협의체 구성과 사전 교육시스템의 구축이 전제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서울시는 이번 협력사업이 전례가 없는 시도인 만큼 올해는 시범사업 형태로 운영한다. 세부계획이 나오는 대로 정신보건센터와 연계해 사업 타당성검사와 사업비 심사 등을 실시하고, 추진단체 선정 공모에 착수한다. 선정단체는 사업규모와 범위에 따라 2~3개 이상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나석윤 기자 seokyun19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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