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ar_progress

글자크기 설정

닫기

"엔低에 일본손님 없고…가진 엔화 앉아서 손해만"

시계아이콘읽는 시간54초

르포 엔저, 명동 남대문 시장 환전시장도 강타


[명동ㆍ남대문=아시아경제 조강욱 기자, 노미란 기자] "손님도 없는데 엔화값은 자꾸만 떨어져 오히려 손해만 보니… 정말 죽을 맛이네요."

22일 오전 10시 30분 외국인들의 관광 1번지 서울 명동 거리에서 십수년째 환전상을 하고 있는 박 모씨(56)는 이 같이 말하며 "앓는 소리가 아니라 '진짜' 힘들다"고 강조했다.


명동 입구에서 환전소를 운영하는 김 모씨(35)는 "2년째 환전소를 운영하면서 이렇게 급격히 엔화환율이 떨어지는 것은 처음"이라며 "지난해 9월 이후 100엔당 300원 가까이 떨어졌기 때문에 엔화를 많이 보유하고 있는 환전상들은 앉은 자리에서 그간 수백만, 수천만원씩 손해를 보고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명동과 남대문의 환전상들이 비명을 지르고 있다. 유례없는 엔저 현상에 주요 고객인 일본인 관광객이 급감했기 때문이다. 그나마 찾아온 일본인 고객도 소액만 찔끔찔끔 바꾸고 가니 환전상 규모를 가릴 것 없이 모두 생사 갈림길에 섰다는 얘기다.


명동과 남대문의 환전상들은 국내를 찾는 외국인 관광객들을 직접 상대하기 때문에 관광과 관련된 실물경기를 알 수 있는 '바로미터'로 인식된다.


남대문시장의 또 다른 환전상 최 모씨는 "지난해에 비해 엔화 환전량이 절반 정도로 줄었다"며 "예전에는 일본인 한 사람이 바꾸는 액수가 10만 엔 정도 됐는데 요즘은 고작 1만~2만 엔, 그것도 환율표를 보면서 찔끔찔끔 바꾼다"고 푸념했다.


최근 엔화 약세 여파로 일본인 관광객이 급감하면서 이들을 주 고객으로 삼던 환전상 등 국내 주요 상권이 직격탄을 맞고 있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9월 30만여 명이던 일본인 입국자수는 12월 22만여 명으로 급감했다.


일본 관광객이 가장 선호하는 관광지로 꼽히는 명동ㆍ동대문ㆍ인사동조차 '엔저 쇼크'를 피하지 못했다. 중국인이 늘어나 일본인 매출을 메워주는 면세점이나 백화점에 비해 일본인에 의존해온 기념품ㆍ화장품 로드숍 등 몇몇 업종은 휴ㆍ폐업까지 고민할 처지다.


명동에서 구두와 모자 등을 파는 이 모씨(33)는 "이렇게까지 손님 없기는 처음"이라며 "이러다간 가게세를 못 내고 문을 닫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말 100엔당 원화 환율은 1238.3원으로 1년 전(1481.4원)에 비해 무려 20% 가까이 폭락했다. 14년 만에 가장 큰 낙폭이다. 원ㆍ엔 환율은 오전 10시 현재 전날보다 3.76원 떨어진 1185.94원을 기록 중이다.




조강욱 기자 jomarok@
노미란 기자 asiaroh@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AD
AD

당신이 궁금할 이슈 콘텐츠

AD

맞춤콘텐츠

AD

실시간 핫이슈

AD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