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움 이해해 줄 걸로 알았는데..." 푸념 이어져
[아시아경제 나석윤 기자] 정부가 22일 택시를 대중교통 수단으로 인정하는 '택시법' 개정안을 거부하기로 한 가운데 일선 택시기사들의 푸념이 이어졌다.
"정부에서도 택시하는 사람들 어려움을 이해해 줄 걸로 알았는데..."라는 한 숨 섞인 반응이 나왔다. 그 중 일부는 "국회까지 통과한 법안에 대해 정부가 거부권을 행사하는 건 실상을 외면한 처사"라며 파업이 이뤄질 경우 동참하겠다는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같은 날 오전 정부는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김황식 국무총리 주재로 국무회의를 열어 '대중교통 육성 및 이용촉진법(택시법)' 공포안을 심의했고, 재의 요구안(거부권 행사 안건)을 의결했다.
요구안은 이명박 대통령이 최종 서명하면 확정되고, 다시 국회로 송부돼 재의과정을 밟게 된다.
일선의 기사들이 이번 정부의 택시법 거부에 내비친 반응은 '푸념'과 '분노'였다. '이렇게 될 줄 알았다'는 반응과 함께 정부 결정을 질타하는 격앙된 반응이 나오기도 했다.
광화문 광장 인근에서 만난 택시기사 최동철(가명) 씨는 "우리 같이 법인에 소속된 기사들은 사납금 내고 이것저것 하다 보면 하루 12시간 이상 일해도 벌어가는 게 없다"며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가 된 것 같아 실망스럽다"고 털어놨다.
이와 함께 파업도 불사하겠다며 정부 입장에 강한 불만을 드러내는 주장도 나왔다.
9년 째 개인택시를 운영하고 있다는 김형운(42) 씨는 "택시업계에서 그 동안 몇 년에 걸쳐 수도 없이 개선사항을 국회나 정부에 건의한 것으로 안다"며 "정 입장이 관철되지 않으면 파업 같은 형태의 전개도 고려해 볼 수 있지 않나"라고 말했다.
앞서 전국 택시조합은 지난 21일 비상대책회의를 열고 총파업을 결의했다. 현재는 세부적인 파업 진행 계획에 대해 논의 중인 상황이다.
택시업계가 총파업에 들어갈 경우 일부 개인택시를 제외한 대부분의 법인택시들은 운행을 중단하게 돼 시민 불편이 초래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전국개인택시운송연합회 관계자 역시 "이번 정부의 결정은 택시업계 종사자들의 의견을 완전히 무시한 처사"라며 "일정을 조율한 뒤 택시운행 중단과 함께 종사자 30만명을 서울로 집켤시켜 투쟁을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정부는 택시법에 대한 대체입법으로 '택시운송사업 발전을 위한 지원법(택시지원법)'을 제정하기로 했다.
거부권 행사로 국회 재의결 과정을 거쳐야 하는 기존 택시법은 재적의원 과반수 출석에 출석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이 있어야 통과된다. 국회는 지난 1일 국회의원 총수 3분의 2를 훌쩍 넘긴 222명의 찬성으로 법안을 처리했다.
나석윤 기자 seokyun19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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