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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콕은 세금 지뢰밭…태국스러워져야 산다

시계아이콘읽는 시간2분 12초

아시아경제가 희망이다 - 태국서 성공한 한국기업<下>


KTB투자증권·포스코엔지니어링, 언어·문화 익혀 현지화
CJ GLS 법인장, 현지인과 결혼
중소기업은 AS 등 철저한 준비를

방콕은 세금 지뢰밭…태국스러워져야 산다 이용욱 KTB투자증권 태국법인 최고운영책임자(COO·왼쪽 여섯번째)가 현지인 직원들과 기념 촬영하고 있다. KTB투자증권 태국법인은 지난해 12월 창립 10주년을 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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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콕·라용(태국)=아시아경제 박미주 기자]태국이 아직은 척박한 시장이라지만 성공적으로 정착한 한국 기업들은 있다. 이들이 강조하는 한결같은 비결은 '현지화'다. 언어는 기본이며 문화까지 이해해야 비로소 태국 국민들의 선택을 받을 수 있다는 조언이다.

◆'현지화'로 신뢰감…매출도 '쑥'= "이 친구들이 없었으면 태국에서 살아남기 어려웠을 것이다. 지금은 한 가족 같다."

방콕은 세금 지뢰밭…태국스러워져야 산다 이용욱 KTB투자증권 태국법인 최고운영책임자(COO)


이용욱 KTB투자증권 태국법인 최고운영책임자(COO)의 말이다. 이용욱 COO는 자연스럽게 한국말과 태국말을 섞어가며 두 명의 태국인들과 함께 대화했다. 그의 태국어 실력은 수준급이었다. 대화를 주도하며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만들었다. 직원들의 생일을 직접 챙기기도 했다는 이 COO의 현지인 융합노력은 KTB투자증권 태국법인의 성공을 불러왔다.


지난달 창립 10주년 행사를 열기도 한 KTB투자증권 태국법인은 태국에서는 유일한 한국 지분 100%의 증권사다. 직원수 258명. 지난해 태국 내 시장점유율이 전년도보다 두 배 이상 높아졌다. 지난해 9월부터 턴어라운드를 이뤘고 올해 본격화될 전망이다.


이 COO는 "처음부터 태국어를 잘 했던 것은 아닌데 태국 문화를 이해하기 위해 배웠다"며 "언어를 구사하지 못하는 기업경영자는 살아남지 못하는 곳이 태국"이라고 단언했다. 그는 "태국의 증권시장에는 이 나라만의 독특한 문화가 있는데 거래 수수료 일정 부분 환급을 고객이 요구하는 것"이라며 "처음에는 황당했는데 나중에 관행이라는 것을 알았다"고 전했다.


그가 말한 태국 문화의 정수는 '끄랭짜이(주저함)'와 '쿠암쌈판(관계)'이다. 끄랭짜이는 싫은 내색과 거절에 어색해 하면서도 마음에 담아둔 것은 끝까지 기억하고 복수하는 경향이 있음을 뜻한다. 쿠암쌈판은 관계를 중요하게 여긴다는 의미로 고객 유치와 직원 관리에 필수적이라는 설명이다. 이 COO는 "연말 파티에 태국 금융 관계자들에게 손 글씨가 담긴 초청장을 보내기도 하며 세세한 부분까지 신경쓰고 있다"고도 했다.


그는 "태국은 단기투자로 성공하기 힘든 나라"라고 평하면서 "현지화가 잘 된 외국기업은 세 손가락 안에 꼽는다"며 성공의 비결을 설명했다.

방콕은 세금 지뢰밭…태국스러워져야 산다 태국 라용 산업단지에 있는 포스코엔지니어링 태국법인 현장 사무소


'쿠암쌈판'을 잘 쌓으며 승승장구하는 또 다른 대표주자는 포스코엔지니어링이다. 태국 건설시장의 신흥강자로 부각하는 중이다. 태국 대기업인 시암시멘트그룹(SCG)의 MOC PI 프로젝트를 라용 산업단지에서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 연말에는 태국 최대 석유회사 PTTGC가 발주한 1680억원 규모의 화공플랜트사업을 수주했다. 조만간 대형 프로젝트 수주 계약을 앞둔 것으로 알려졌다.


5년째 태국에 주재하며 까무잡잡한 얼굴의 현지인이 다된 김동규 포스코엔지니어링 태국법인장은 "그간 프로젝트를 수요자 요구에 맞춰 잘 수행하면서 발주처에 신뢰감을 줬다"며 "향후 PTT나 SCG가 인근 다른 국가들로 진출 계획이 있어 추가 수주를 통해 새 시장을 개척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태국시장은 만만치 않지만 가능성이 크다"면서 "향후 10년간은 태국 플랜트 시장에서 나올 일감이 적잖다"고 예상했다.


태국 진출 이후 폭발적 성장을 해온 물류회사의 CJ GLS 사례 역시 마찬가지다. 연평균 50% 이상 매출 성장을 거듭하며 2010년 매출 1억달러 시대를 열었다. 2004년 태국법인 매출은 94억원에 불과했던 것에 비하면 기록적인 수준이다.


이를 이끈 고창현 CJ GLS 태국법인장은 현지인 수준에 달했다. 태국 출신 부인과 결혼한 지 10년째 접어든 그가 태국어를 잘 하는 것은 당연해 보인다. 고 법인장은 "현지화가 안 되면 성공할 수 없는 건 당연한 이치"라며 "처음에는 '맨 땅에 헤딩하는 수준'이었으나 지금은 CJ GLS의 해외법인 중 가장 많은 매출을 올리고 있다"고 강조했다.

방콕은 세금 지뢰밭…태국스러워져야 산다 CJ GLS 태국법인 본사 전경


◆철저한 준비 없으면 실패한다= 태국에 진출했다가 쓸쓸히 퇴장한 기업들은 많다. 태국 시장이 괜찮아 보인다고 막연히 진입했다 '필패'한 유형이다. 유명 화장품 회사 몇몇은 태국에 매장을 열었다가 어느새 사라졌다. 이유는 다양하다. 세금폭탄을 맞았거나 비관세 장벽을 극복하지 못한 경우들이다.


이만재 한태상공회의소 회장은 "철저히 준비해야 한다"고 주의를 당부했다. 옛 대우상사 태국지점장을 이끌었고 지금은 멕스웰이라는 무역회사를 운영 중인 그다. 이 회장은 "중소기업들을 컨설팅하다 보면 준비 안 된 곳이 허다하다"며 "수출하겠다면서 제품설명서를 영어로 준비하지 않았거나 설명서에 제품은 없고 회사 역사와 대표 경력만 있는 경우까지 있다"고 지적했다.

방콕은 세금 지뢰밭…태국스러워져야 산다 이만재 한태상공회의소 회장


이 회장은 "태국 시장이 어설픈 것 같아 보여도 잘 정돈된 곳"이라고 했다. 일례로 든 것이 화장품이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허가를 받아야 제품을 팔 수 있는 국가다. 그는 "태국 정부 관계자들은 자료 준비를 제대로 안 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보내온 물건을 통관시키는데 일정 기간 침묵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며 "대신 1~2년 후 그런 기업들은 세금폭탄을 피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태국 판매 법인이 있다면 과욕을 부리지 말아야 한다. 이 회장은 "세일즈맨이 돈을 벌도록 해야 현지에서 물건이 잘 팔려 살아남을 수 있다"면서 "한국 본사가 먼저 이득을 취하려 해서 태국 판매를 접게 된 사례도 목격했다"고 전했다.


태국시장에 진입하기 위한 로드맵은 필수다. 이 회장은 "특히 중소기업들의 경우 AS계획 등을 준비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면서 "내년에는 무엇을 하고 차기 제품은 어떤 것들이 있을지, AS는 어떻게 하며 기간은 몇 년으로 정할지 등을 미리 생각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상공회의소에는 230여개 업체가 가입돼 있으며 1년에 두 번 법률세미나를 열고 태국 경제와 정치 등에 대한 각종 자료를 매주 공급하고 있다"며 "이곳을 활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덧붙였다.




방콕·라용(태국)=박미주 기자 beyo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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