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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바그너와 박근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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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바그너와 박근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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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책임감이 없었다. 여력이 있는 주위 사람 거의 모두에게서 돈을 빌렸지만 한 푼도 갚지 않았다. 그는 빌린 돈을 인도의 왕이나 되는 양 사치스럽게 썼다. 그는 자신을 매우 아끼던 친구의 부인을 유혹했다. 유부남이었던 그는 그 부인을 꼬드기면서 동시에 다른 재혼 상대를 물색했다. 다른 친구한테 '어디 재혼할 돈 많은 여자 없느냐'는 편지를 쓴 것이다.


그는 작달막했고 머리가 몸에 비해 너무 컸다. 그는 과대망상증이 심했다. 자신을 위대한 극작가이자 사상가이자 작곡가라고 여겼다. 그는 끊임없이 떠들었다. 그의 장광설을 종합하면 '셰익스피어와 베토벤과 플라톤을 모아놓은 인물이 나'라는 주장이었다.

자신의 위대함을 믿어 의심치 않아, 마치 온 세상이 자신에게 큰 신세를 졌다는 듯 후안무치하게 군 이 인물은 리하르트 바그너였다. 음악평론가 딤스 테일러는 '괴물(The Monster)'이라는 글에서 "천재임을 고려해도, 바그너가 70년이라는 짧은 기간에 그토록 위대한 작품들을 낳았다는 건 기적"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가 사람이 되기엔 시간이 없었다는 게 놀랄 일일까"라며 글을 맺었다.


바그너의 사례는, 예술가의 인간성과 작품성 사이의 괴리를 논하려고 든 게 아니다. 작품은 빼어나지만 인간이 덜 되거나 못 됐다는 예술가는 바그너 외에도 차고 넘친다.

얼마 전 이 글을 다시 읽으며 나는 역사에 남은 사람을 평가하는 하나의 저울을 생각하게 됐다. 그 저울은 공(功)과 과(過)를 측정하고 비교한다는 점에서는 여느 저울과 같다. 다른 점은 공과 과의 점수를 세월에 따라 누적적으로 매긴다는 것이다. 바그너를 예로 들면 사람들로부터 바그너에 대한 반감과 바그너에게 던지는 열광을 듣고, 각각을 세대를 거치며 계속 쌓는다. 바그너에 대한 미움은 당대에 그치는 반면 찬탄은 계속 높아진다.


한국의 대통령을 이 저울로 재면 어떤 결과가 나올까. 박정희 대통령은 공과 과 모두 극단을 달린 '문제적 집권자'였다. 독재의 발에 짓밟힌 사람들은 아직 치유받지 못했다. 반면 박정희 시대 개발독재형 경제성장은 오늘날 한국경제의 토대가 됐고, 그 성과는 여러 세대에 걸쳐 공유되고 있다.


전두환 대통령에게는 참모를 잘 만나 일을 맡긴 덕분에 1980년대 중반 엔고 반사이익과 저유가ㆍ저금리에 따른 호황이 커졌다는 평가가 따른다. 하지만 그 성과는 불과 몇 년에 그쳤다. 그가 저지른 범죄는 5ㆍ16 쿠데타와 함께 현대사의 아픔으로 상존한다. 노태우ㆍ김영삼ㆍ김대중ㆍ노무현ㆍ이명박 대통령은 계속해서 누릴 이렇다 할 경제적 동력을 만들지 못했다.  박근혜 18대 대통령 당선인은 민주화 이후 역대 대통령과 달리 태성적으로 '과거'를 짊어지고 출발한다. 게다가 외환위기 이후 누적된 계층ㆍ세대 간 갈등이 어느 때보다 심각하다. '100% 대한민국'을 내건 박 당선인이 51.6%의 득표율을 얼마나 넘어설 수 있을지 의문이다.


더 관심이 가는 대목은 박 당선인이 세대를 넘어서 많은 사람들이 누릴 무언가를 마련해 놓을 것인가 하는 점이다. 이 또한 매우 어려운 일이다. 그렇다고 기대를 놓을 때는 아니다. 박 당선인이 누군가처럼 뛰어난 경제정책가를 등용해 일을 맡긴다면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아 싹을 틔우고 키워내는 일이 가능하다고 본다. 그렇게 된다면 그에게는 역사의 저울에 두고두고 올라갈 자산이 마련된다. 경제 부처 인사가 궁금한 까닭이다.


아, 물론이다. 예술가 바그너와 박근혜 당선자를 평가하는 저울이 같을 수는 없다. 박 당선인은 대통령으로서의 덕성과 측근ㆍ친인척의 행동으로도 역사에 기록된다.






백우진 정치경제부장 cobalt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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