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승미 기자]민주통합당은 9일 5선의 문희상 의원(사진)을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선출하고 당 재정비에 나섰다. 민주당이 대선 캠프에 관여하지 않고 계파색이 옅은 '관리형' 인사를 선택한 것이다. 그러나 비대위원장 선임 과정에서 신-구 계파간 극렬한 갈등이 빚어져 이를 완전히 봉합하기에는 적지 않은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그만큼 문 신임 비대위원장의 어깨가 무거울 것으로 보인다. 전당대회를 비롯해 4월 재보궐 선거 등 그가 넘어야 할 산이 한 두개가 아닌 탓이다.
민주당은 이날 국회에서 당무위원회-의원총회 연석회의를 열고 국회부의장 직을 맡고 있는 5선의 문 의원을 새 비대위원장에 만장일치로 합의 추대했다. 박 원내대표는 품안에서 흰 봉투를 꺼내서 " 최다선이자 신망을 받고 있는 문희상 전 국회의장을 비대위원장에 추천할 것으로 동의를 구한다"고 하자 의원들이 일제히 박수로 화답했다. 이에 문 비대위원장은 "자다가 홍두깨 맞은 격"이라며 "근사한 인삿말할 준비도 없었다. 일단 수락하겠다. 최단 시간내에 전당대회를 열고 차기 전당대회에 출마할 분들은 비대위원으로 함께 하면 좋겠다"며 짧은 취임사로 화답했다.
이날 문 비대위원장의 추대는 '대선 패배 책임론'이 크게 작용한 결과인 것으로 보여진다. 소장파 초ㆍ재선 의원 그룹이 비대위원장으로 밀었던 박영선 의원이 지난 대선 캠프에서 공동선대위원장이라는 중책을 맡았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따라 초ㆍ재선 의원들도 대선 패배 책임론에서 자유롭고 계파색이 옅은 문 비대위원장을 받아들이기로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당내 중진 원로그룹은 '대선 패배 책임자 배제'라는 원칙을 토대로 문 비대위원장을 추대하기로 했다. 박지원 전 원내대표도 이날 기자들과 만나 "대선에 핵심적 위치 일한 사람들은 대선 패배에 책임지는 모습을 보이는 게 좋다"고 말했다.
문 비대위원장의 향후 행보는 험로가 될 것으로 보인다. 3개월간의 짧은 기간이지만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과 새누리당에 맞서 제1야당의 존재감을 찾아야 하는 중책을 떠안았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대선 패배 이후 계파 갈등에 휘둘리며 대선 직후 여론조사에서 41%였던 당 지지율이 20일만에 33.8%로 곤두박질 쳤다. 새누리당과 지지율 격차는 16%포인트 차이까지 벌어졌다. 박 비대위원장은 전당대회 이전까지 당 지지율을 대선 전후 수준까지 만회하지 못하면 책임론에 휩싸일 가능성이 높다.
아울러 문 비대위원장은 대선 패배의 아픔을 다독이는 한편 철저한 대선 평가를 해야하는 책임도 있다. 현재 비대위원장이 인선이 지연되면서 대선 평가가 작업도 늦춰진 탓에 당 안팎에서 사후평가 요구는 더욱 거세지고 있는 상황이다. 차기 지도부 구성을 위한 전당대회와 4월 재보선 일정을 감안하면 대선 평가 작업과 당 혁신을 위한 물리적 시간이 빠듯하다는 점도 문 비대위원장이 떠안은 과제다.
또 1월 임시국회에서 박기춘 원내대표와 호흡을 맞추며 박 당선인과 새누리당을 견제해야할 임무도 문 비대위원장의 몫이다. 오는 15일쯤 열릴 헌법재판소장 인사청문회를 시작으로 박 당선인이 지목할 고위공직자 인사청문회를 성공적으로 이끌어야 한다.
물론 이 모든 것은 당내 주류와 비주류의 갈등 봉합에서부터 시작한다. 당내 계파간 갈등이 계속 이어진다면 4월쯤 치러질 것으로 예상되는 전당대회가 또 다시 친노(친노무현)과 비노 진영간의 전면전 양상으로 치달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특히 '모바일 투표' 제도의 전반적 손질이 필요한 가운데 주류와 비주류간의 의견을 한데 모아내는 것도 그가 해결해야 할 중책으로 떠올랐다.
김승미 기자 ask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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