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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기관 성희롱 피해여성 93% "그냥 참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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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수진 기자]공공기관에서도 성희롱 피해에 대한 대처가 미흡한 것으로 드러났다. 피해자의 90% 이상이 불이익을 받을까봐 그냥 참고 넘어가는 길을 택했다. 특히 권력관계에서 정규직보다 더 약자의 위치에 놓여 있는 비정규직의 피해가 현격히 컸다.


26일 여성가족부가 발표한 '2012년 공공기관 성희롱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국가기관과 지방자치단체, 교육청, 공직유관기관, 대학, 초중고교 등 6개 공공기관에 근무하는 일반직원 2015명과 성희롱 업무담당자 5942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와 심층면접을 병행한 조사다.

성희롱의 주된 피해자는 여성이다. 동료가 성희롱 피해를 입은 것을 보거나 들은 적이 있는 응답자의 비율은 남자의 경우 3.7%, 여자는 12%다. 또한 직접피해를 입은 경우도 여성은 7.7%인데 비해 남성은 0.5%에 불과했다.


성희롱 '사각지대'는 회식장소였다. 응답자의 87% 이상이 회식장소에서 일어난 성희롱을 간접적으로 접해 본 적이 있다고 대답했다. 직접 피해를 입었다고 답한 비율도 63.2%다. 사무실 안에서 발생하는 성희롱보다 최대 2배 이상 많다. 유형별로는 언어적 성희롱이 가장 많았지만 성적 요구를 거부했다는 이유로 고용상에 불이익을 받은 경우도 최대 11.8%에 달한다.

그러나 성희롱 피해자의 대다수는 그냥 참고 넘어가는 방법을 택했다. 내외부의 공식적 기관을 통해 처리한 경우는 극소수다. 실제 남녀 성희롱 피해자 중 '참고 넘어갔다'고 답한 비율이 90.8%다. 특히 여성들은 92.9%가 적극 대처를 포기했다. 사내 기구를 통한 공식적 처리는 1.4%에 불과하다. 성희롱 발생 공공기관의 공식적 사건처리 건수는 2011년 평균 0.7건. 성희롱 피해 경험자가 대체로 열 명중 한 명 꼴임을 감안할 때 납득하기 어려운 숫자다. 사건이 있어도 합의나 징계 등의 처리 과정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뜻이다. 여성가족부에서는 2010년부터 3년간의 사건 통계를 볼 때 성희롱 사건처리가 발생한 기관의 55~65%가 아무런 공식처리를 하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조사 대상 기관의 절반 이상(65.7%)이 성희롱 사건처리 매뉴얼을 갖고 있다고 답했지만 무용지물인 셈이다.


고용이 불안정한 비정규직은 성희롱 문제에 대해서도 철저히 약자다. 인식부터 다르다. 성희롱 문제가 심각하다고 답한 비율이 정규직은 47.2%인데 비정규직은 64.6%다. 타인의 성희롱을 접한 경험(정규직6.3%/비정규직 13%) , 본인이 직접 피해를 접한 경험(정규직 3%, 비정규직 7.5%)도 정규직에 비해 최소 2배 이상이다. 정규직 피해자도 업무나 인사고과 불이익을 우려해 공식적 문제제기를 하지 않는 상황에 비정규직 피해자의 고통은 더 심각하다.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방법 자체를 몰라서 그냥 지나친 경우도 정규직의 2.8배였다.


여성가족부는 기관 유형과 사업장 규모에 따라 강화된 성희롱 관련 지침을 마련해 내년도부터 시행한다는 계획이다. 현장점검을 체계화하고 부진한 기관은 언론에 공표를 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겠다는 것. 강월구 권익증진국장은 "성희롱 관련 현행 법령이 성희롱 개념을 고용관계에 한정하고 있어 학생과 학생 간 성희롱 등을 포괄하지 못하는 만큼 제도개선이 필요하다"며 "신고자 보호장치와 피해자 치유 프로그램도 강화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비정규직 피해자를 줄여나가는 것은 여성가족부에서도 간단히 개선하기 어려운 문제다. 고용형태에서부터 이미 피해자가 적극적 대처를 하기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이다. 여성가족부 관계자는 "비정규직 문제를 처음부터 바꿔놓기 힘들다"고 인정하며 "성희롱 상담기구 등 관련 절차를 모르는 비율이 높은 것으로 드러난 만큼 성희롱 교육 같은 부분부터 개선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김수진 기자 sj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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