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주정부 3기 꿈의 좌초, 철저한 완패
- 책임론 싸고 내홍 불가피... 내년 1월 전당대회 분수령 될 듯
[아시아경제 김승미 기자]‘민주정부 3기’를 갈구했던 민주통합당의 꿈은 좌초됐다. 투표율이 높을수록 유리할 것이라는 야권의 신화도 함께 깨졌다.‘75.8%’라는 2000년대 들어 가장 높은 투표율을 기록하면서도 ‘정권 교체’에 실패한 민주당과 문재인 대선 후보는 그 ‘책임론’ 역시 쉽사리 벗어던지지 못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야권은 “어디로 갈 것인가.”의 기로에 놓였다. 민주당은 “왜 졌는가.”를 놓고 백가쟁명식의 내홍이 불가피해 보인다. 멀게는 4월 있을 재보궐 선거가, 가깝게는 내년 초로 예정된 전당대회가 향후 5년 민주당의 운명을 좌지우지 할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문 후보는 철저하게 ‘완패’했다. 정권교체를 원하는 국민이 61%에 달한다는 여론조사에도 불구하고 과반의 민심을 얻어내지 못했다는 점은 최악의 결과다. 문 후보는 득표율은 48%대에 머물렀다. 보수와 개혁의 양자대결에서 보수에게 승리를 내줬다. 국민연대를 통해 야권 대결집을 이루고 안철수 전 무소속 대선 후보와 단일화까지 이뤄냈음에도 패배한 것은 참담할 정도다. 대선에서 단일화 하면 반드시 승리한다는 공식도 처음으로 깨졌다. 야권에는 여러모로 쓰라리다.
문 후보의 패배는 ‘친노’(친노무현)의 꼬리표를 완전히 떼내지 못한 탓이 크다. 선거 내내 ‘국민 후보’를 외쳤지만 결국 ‘노무현’의 분신에 그친 것이다. 이는 참여정부 실패론으로 이어졌다. 문 후보는 결국 노무현의 프레임을 결국 벗어내지 못했고 그 결과는 대선 패배로 나타났다.
선거 막판 박 후보 측과 치열해지는 대결 국면에서 필승 카드를 내놓지 못한 것도 패착이다. 비노(비노무현)계 의원들은 “집권 후 친노 백의종군”, “이해찬, 한명숙 사퇴” 등의 카드를 꺼내야 한다고 압박했지만 문 후보는 이같은 요구에 귀를 닫았다.
참여정부 홀대론으로 상처를 받은 호남 민심이 완전히 회복되지 않은 것도 정권교체 실패의 요인이 됐다. 박 후보가 호남에서 탕평 인사를 외칠 때 문 후보는 마땅한 대책없이 사과만을 되풀이 했다. 그 사과에 진정성은 있었지만 사과만으로 부족했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안 전 후보와의 단일화가 아름답지 못했던 것도 패인이다. 야권 단일화 과정에서 국민들에게 안긴 피로감은 표심마저 잃게 했다. 단일화 진통은 당 후보 경선때부터 요구받아 온 친노 쇄신을 완전히 이뤄내지 못한데서 비롯됐다. 이를 무마하기 위해 ‘공동정부론’ 카드를 꺼냈지만, 한번 등을 돌린 안 전 후보의 지지자들은 그에게 표를 주지 않았다.
이제 민주당의 향후 행보에 관심이 모아진다. 문 후보는 정치인으로서 최대 위기에 빠졌다. 재기하기 위해선 친노의 짐을 완전히 벗어 던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존재 자체가 위협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1월 ‘민주통합당’ 창당 이후 4·11 총선에 이어 대선까지 연이어 패배하면서 민주당의 운명은 벼랑끝으로 몰렸다. 조만간 국민으로부터 혹독한 채찍질을 당하며 재편될 듯하다.
걸림돌은 역시나 계파다. 손학규 전 당대표를 중심으로 한 고 김근태(GT) 상임고문계 등 비노·반노들의 목소리가 더욱 커질 전망이다. 그들은 문 후보의 대선 패배를 호기로 삼을 가능성이 높다.
안 전 후보의 거취도 중요하다. 이번 대선에서 시민사회계가 총력을 다해 문 후보에게 힘을 보탰음에도 패배했기 때문에 안 전 후보의 입지는 더욱 탄탄해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때문에 안 전 후보가 민주당의 재기에 어떤 도움을 주느냐에 따라 민주당의 명운이 좌우될 수도 있다.
관건은 내년 1월 열리는 전당대회다. 단일화 과정 이후 민주당 지도부가 일괄 사퇴하면서 현재로선 문 후보가 당의 전권을 쥐고 있다. 문 후보가 대선 패배 책임을 쥐고 전권을 내려 놓는다면 민주당은 주인없는 공(空)당으로 전락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민주당이 2013년 체제에 맞춰 젊은 모습으로 확 개편해야 한다는 여론이 커지는 이유다. 이런 상황에 486 세대들이 ’세대 교체‘를 들고 나올 수 있다. 특히 당 예비경선 때부터 쇄신을 주문해 온 시민사회계 출신들의 입김도 거세게 나올 듯 하다. 민주당의 쇄신이 필수불가결한 측면이 있다는 얘기다. 문 후보가 지난달 27일 첫 광화문 유세에서 “환골탈퇴한 민주당을 만들겠다”며 “국민들 눈높이에 만족할때까지 제대로 혁신하겠다”고 강조한 것도 당 쇄신의 필요성에 공감했기 때문이다.
‘제3의 정당 창당‘의 가능성도 엿보인다. 특히 안 전 후보가 차기 대권 로드맵으로 ‘신당 창당‘을 제시한다면 제3정당의 길은 더욱 구체화될 것으로 보인다. 안 전 후보가 이번 대선에서 나타난 표심을 바탕으로 ’상식적 보수와 민생‘을 구현하는 독자적 신당에 더 무게를 두고 있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내년 4월 재보궐 선거를 앞두고 안 전 후보 측이 신당창당을 가시화한다면 민주당 내 일부 세력들이 이에 빨려 들어갈 가능성도 크다. 야권 후보 단일화 과정에서 민주당 내 비노(비노무현) 세력들이 안 전 후보에 동조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기 때문이다. 아울러 새누리당 내 친이계와 수도권 중도 쇄신파들이 ’상식적 보수‘ 정당에 참여할 가능성이 조심스럽게 고개를 들고 있는 것도 제3의 정당 창당에 힘을 싣고 있다.
김승미 기자 ask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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