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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리그 감독 선임, 악순환의 뫼비우스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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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리그 감독 선임, 악순환의 뫼비우스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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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전성호 기자]되풀이되는 미봉책인가. 합리적 자원배분을 향한 과도기인가.

매서운 칼바람이 K리그를 휩쓸고 지나갔다. 한 해 동안 무려 10명의 감독이 자리를 잃었다. 승강제 도입 원년의 모진 분위기를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떠난 감독들의 빈자리를 메운 방식은 또 다른 논쟁거리다. 다섯 팀이 수석코치를 감독으로 내부 승격했다. 사실상 성적 부진으로 물러난 감독이 일주일도 되지 않아 다른 팀 사령탑에 선임되기도 했다. 개혁이나 쇄신보단 안정 혹은 안전을 추구한 흐름이다.


물론 참신한 변화가 발전의 동의어는 아니다. 한준희 KBS 해설위원은 최근 K리그 감독 선임 방식을 나쁘게만 볼 필요는 없다고 말한다. 그는 "사실상 한 팀만 강등된 올해와 달리, 내년엔 2.5팀이 강등돼 생존경쟁이 더 심해진다"라고 전제한 뒤 "이런 가운데 구단으로선 자원 배분 방식에 민감해질 수밖에 없다"라고 해석했다. 과감한 투자로 스타 출신 혹은 거물급 감독을 영입하기보단 안전하고 비용이 절감되는 선택을 한다는 얘기다. 그로 인해 아낀 돈은 좋은 선수를 데려오는데 쓸 수도 있다.

한 위원은 수석코치의 내부 승격에 대해 "연속성 차원에서 보면 나쁘지 않은 선택"이라며 "바르셀로나도 과르디올라 감독 후임으로 빌라노바 수석코치에게 지휘봉을 맡겼고, 올해 성공적인 시즌을 보낸 최용수 서울 감독과 김봉길 인천 감독도 모두 팀 내 수석코치 출신"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감독으로서의 경험이나 자질 검증이 부족하다는 얘기도 있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선수단 파악도 잘 돼있고 물론 이전 감독의 잘잘못을 가장 잘 아는 존재가 바로 수석코치"라고 설명했다.


더불어 팀에서 경질되다시피 떠난 감독이 곧장 다른 팀 수장이 되는 것도 나름대로 이유가 있다고 덧붙였다. 한 위원은 "물론 유럽에서도 직전 팀에서 부진했던 감독에게 새로이 지휘봉을 맡기면 해당 팀 팬들로선 반발할 수밖에 없다"라며 "윤성효 부산 신임 감독만 하더라도 올해 수원의 명성과 전력에 비해서 분명 부족한 성적을 남긴 건 사실이니, 부산팬들로선 다소 불만일 수 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A팀에 안 맞던 감독이 B팀에선 더 좋을 수 있다"라며 "늘 화려한 경기를 해야 하는 수원과 윤 감독의 스타일은 다소 맞지 않았지만, 부산과의 궁합은 오히려 더 잘 맞을 수도 있다는 게 개인적 생각"이라고 말했다.


K리그 감독 선임, 악순환의 뫼비우스인가


반대론도 만만치 않다. K리그 한 관계자는 최근 감독 선임 방식에 대해 "임시방편적 태도가 엿보여 아쉽다"라고 일갈했다. 그는 "아무리 그래도 성적부진으로 물러난 감독을 1주일도 안 돼 다른 팀이 데려간다는 것 자체가 모순이 있지 않나"라고 반문했다.


수석코치의 감독 승격에 대해서도 "성공한 케이스도 있고, 기존 팀을 가장 잘 아는 지도자란 점은 맞다"라면서도 "속내를 들여다보면 꼭 그런 이유만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거물급이나 스타 출신 감독은 다루기가 쉽지 않으니, 윗선의 말을 잘 들을만한 사람에게 감독직을 주는 꼴"라며 "또 성적이 안 나오거나 지역 분위기가 안 좋아지면 모든 책임을 전가하기 쉬운 대상인 것도 사실"이라고 꼬집었다.


이런 행태가 결국은 구단 수뇌부의 무능함 혹은 무책임한 태도에서 비롯됐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K리그 하위권 팀들은 하나같이 긴축재정만 얘기한다. 그러면서도 나쁜 성적은 피해야 하니 다들 소극적으로 변한다"라고 비판했다. 이어 "자금을 만들어내고 과감한 투자로 팬들에게 최상의 팀을 보여주겠다는 모습은 없고, 그저 새로운 팀을 만들어가는 과정을 지켜봐 달라고 한다"라고 말했다. 그는 "대단히 잘못된 태도다. 팬들에겐 완성된 최상품을 선보여야 한다"라며 "오디션 프로그램으로 케이블에서 3~4% 시청률만 찍어도 대박이겠지만, 20%가 나와야 하는 공중파에선 그래선 곤란하다"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물론 오디션에서 어떤 이가 우승하는 과정은 재밌을 수도 있지만, 그 우승자가 정작 가요계에 나오면 오디션 때만큼 주목받지 못하는 게 다반사"라고 비유했다.


K리그 감독 선임, 악순환의 뫼비우스인가


근본적으로 너무 쉽게 감독을 내치는 분위기가 잘못됐다는 지적도 있다. 선수부터 쓴 소리를 던졌다. 이영표(밴쿠버)는 "10팀의 감독이 바뀌었다는 것만 봐도 K리그 '윗분들'의 생각이 얼마나 잘못됐는지를 알 수 있다"라고 말했다. 그는 "기업구단 사장 혹은 시민구단 시장은 본인이 팀에 있는 짧은 기간 동안 성적에 목을 맨다. 그래야 인사고과가 오르고 할 얘기도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한국이든 유럽이든 교체되어 들어온 지도자는 또 경질되어 나가기 쉽다"라며 "지도자를 교체하는 것만으로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더불어 "그런데도 감독 경질이 최상의 해결책이라 생각하는 건 잘못된 생각"이라며 "가장 바뀌어야 될 사람들은 정작 감독을 바꾸는 걸 결정하는 그 사람들이 아닐까 싶다"라고 덧붙였다.


또 다른 K리그 관계자 역시 "유럽은 물론이고 가까운 일본만 하더라도, 팀 성적이 부진하면 감독뿐 아니라 그 감독을 선임한 단장 등 프런트가 책임을 진다. 팬들은 '사장 나가라'라고 시위까지 할 정도"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런데도 K리그는 감독만 경질하면 끝"이라며 "구단에서 일어나는 모든 문제, 심지어 운영의 책임까지도 감독에게 떠넘기는 형국"이라고 비판했다.


잦은 감독 교체가 선수들에게 독이 될 수 있음도 강조했다. 그는 "감독이 시쳇말로 '파리 목숨'이 되면 선수들도 지도자의 리더십에 따라가는 게 쉽지 않게 된다"라며 "결과적으로 선수단 통솔 자체가 어려워져 팀 전체가 흔들린다"라고 말했다.




전성호 기자 spree8@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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