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임철영 기자]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의 '제2의 품질경영'이 내년 경기 불확실성에도 불구하고 신기록 행진을 벌이고 있다. 지난 11월 월간 글로벌 시장점유율 10%대를 달성한데 이어 유럽서 고급차 판매비중 10%대를 처음으로 돌파했다. 글로벌 브랜드들의 견제와 내부적인 악재를 딛고 이룬 성과다. 일각에서는 연간 시장점유율 두 자릿수대 달성도 머지 않았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19일 현대차그룹에 따르면 현대차와 기아차는 지난 10월 미국서 사상 초유의 연비사태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시장점유율 10.1%를 달성한 것으로 집계됐다. 월간기준 글로벌 시장점유율 두 자릿수대 달성은 최초다.
누적 시장점유율도 꾸준하게 높아지고 있다. 현대차와 기아차의 11월까지 글로벌 누적시장점유율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0.2%포인트 상승한 8.7%를 기록했다. 현대차는 5.3%에서 5.4%로 0.1%포인트, 기아차는 3.3%에서 3.4%로 0.1% 올랐다.
이같은 호실적은 글로벌 시장에서 판매하고 있는 모델 라인업을 강화하고 있는 데다 글로벌 각지의 현지 생산공장에 대한 투자를 늘려 생산효율을 높여 공급능력을 강화한 덕분이다.
현대차 고위 관계자는 "글로벌 현지에서 무리하게 투자하지 않으면서 생산효율을 높이고 있고 꾸준히 판매모델을 늘리고 있는 점이 판매실적으로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며 "정 회장이 현지 판매 딜러망을 각별히 챙기고 있는 점도 시너지로 작용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에 따라 내년 경기 불확실성에도 불구하고 현대차와 기아차의 글로벌 시장점유율은 더욱 높아질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금융투자업계 일각에서는 2013년 이들 두 회사의 글로벌 시장점유율이 9%를 넘어 이후에는 10%대에 육박할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특히 글로벌 자동차 판매대수가 신흥국의 판매비중 증가로 내년 8000만대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나온 시장점유율 예상치여서 더욱 고무적이라는 평가다.
올해 자동차 연간 수요 추정치는 전년 동기 대비 5.9% 증가한 7991만대. 내년 자동차 판매대수는 올해보다 3.4% 증가한 8236만대에 달할 전망이다. 현대차와 기아차의 판매대수는 올해 710만대, 내년 최대 766만대로 추정, 이들 두 회사의 합산 글로벌 시장점유율은 내년 9.3%까지 뛰어오를 전망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회사 내부적인 생산 및 판매 목표치보다 다소 상회하는 수치지만 현재 생산능력으로 불가능한 수준은 아니다"라며 "내년 투자의 상당비중이 설비투자인 만큼 글로벌 자동차 수요가 예상대로 따라와준다면 달성 가능하다"고 전했다.
다만 가파른 시장점유율 상승세에 비례해 부담도 커지고 있다. 일반적으 글로벌 시장점유율 10%대를 넘어서면 브랜드간 견제가 더욱 심해지기 때문이다. 현재 현대차의 위상은 제너럴모터스(GM), 폭스바겐, 르노-닛산, 도요타에 이어 5위권이다.
이미 유럽시장에 이어 미국 시장에서도 현대차와 기아차를 타깃으로한 견제가 시작됐다. 하반기 프랑스 정부가 현대차의 유럽 내 덤핑 조사를 요구해 한바탕 논란을 빚은데 이어 미국에서는 연비 '뻥튀기' 논란에 휩싸여 연간 수백억원의 비용을 추가로 투입해야하는 상황이다.
자동차 첨단기술 관련 특허분쟁도 안심할 상황은 아니다. 글로벌 자동차 브랜드들이 현대차와 기아차를 대상으로한 특허소송을 준비하고 있지만 판매대수가 일정 수준에 이를때까지 보류하고 있다는 관측이 적지 않게 제기됐기 때문이다. 실제로 현대차의 경우 최근 몇년 동안 하이브리드 기술을 비롯해 전장부문과 관련한 특허소송에 휘말려 곤욕을 치렀다.
현대차 관계자는 "차를 많이 판다는 것은 그많큼 많은 경쟁자를 상대해야한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명실상부한 글로벌 브랜드로 성장하기 위해 내실다지기에 힘을 쏟고 있다"고 설명했다.
임철영 기자 cyl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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