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부골프장 회원권 9억선마저 붕괴, 첫 분양 시점으로 회귀
[아시아경제 손은정 기자] '국내 최고가'의 명성을 구가하던 남부골프장의 9억원 선이 무너졌다.
호황기 때 정회원권 1구좌가 무려 20억원을 넘었던 골프장이다. 18홀 규모에 회원 수가 194명에 불과해 주말 예약이 100% 가능한 게 최대 강점이었다. 중요한 접대가 많은 법인에서 선호했던 까닭이다. 회원제골프장 가운데 홀 당 회원가가 당연히 가장 비싸다. 경기도 용인시 기흥에 위치해 서울 시청 기준 43km에 불과한 뛰어난 접근성도 매력이었다.
▲ "21억원짜리가 8억 대로"= 1992년 개장 당시 1억2000만원에 150구좌의 주주 형태로 출발했다. 비회원을 절대 받지 않았고, 운영에 손실이 나면 주주들이 연회비를 내서 메우는 방식을 통해 철저한 프라이비트골프장으로 운영됐다. 2004년 주주총회를 통해 정회원권 45구좌를 7억원에 분양했고, 기존 주주도 모두 입회금을 낸 정회원권과 똑같이 전환됐다.
본격적으로 유통되기 시작하자마자 9억원을 호가했다. 2005년에는 13억원으로 수직상승해 10억원이 넘는 '블루칩'으로 가장 먼저 주목받았다. 2007년 18억원까지 상승세가 지속됐고, 2008년 드디어 20억원을 돌파했다. 그 해 6월에는 21억5000만원에 시세가 형성됐다. 골프회원권 역사상 1구좌 최고 가격, 최초의 주주회원권 가격 대비 13, 4배로 몸값을 부풀린 셈이다.
하지만 이후 글로벌 금융시장 악화와 경기 침체로 급락이 시작됐다. 2008년 말 10억원 대까지 빠졌다가 2009년에는 15억원 대까지 회복되기도 했지만 신설골프장 폭증에 따른 우려와 함께 회원권시장이 침체되면서 곧바로 다시 내리막길을 탔다. 올 여름 10억원 대가 붕괴된 데 이어 지루한 약보합장 끝에 결국 9억원 대도 지탱하지 못한 채 8억원 대로 밀려났다.
"2004년 첫 거래 시점으로 회귀해 그동안의 상승분을 고스란히 반납한 모양새"라는 신현찬 에이스회원권거래소 애널리스트는 "요즈음에는 불황에다 계절적 요인까지 겹쳐 시세가 계속 떨어지고 있는 추이"라며 "법인체가 많이 소유하는 남부는 특히 겨울철에는 비즈니스 상의 라운드도 크게 줄어 매도 대비 매수세가 없어 앞으로도 더 떨어질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 "불황 타개는 언제?"= 불황이 거듭되면서 회원권시장은 이처럼 집중포화를 맞고 있다. 회원권시세 지표인 에이스피지수는 연초 845포인트로 출발했지만 현재 749포인트로 11.4%나 하락했다. 최근에는 회원제골프장의 2년간 개별소비세 감면이 국회에서 거부되면서 상황이 더 나빠졌다. 실제 회원권 보유자들의 실망 매물이 쏟아졌고, 비수기와 맞물려 매도 물건만 쌓이는 실정이다.
향후 전망도 밝지는 않다. 골프장들은 그래서 회원 교류 등 다양한 자구책 마련에 골몰하고 있다. 회원권 하나로 여러 골프장을 이용할 수 있는 기능성을 과시하고 있는 셈이다. 먼저 휘닉스파크가 블루헤런과 업무 제휴를 맺었다. 휘닉스파크 회원은 블루헤런을 회원가로 이용할 수 있고, 블루헤런 회원은 반대로 휘닉스파크의 골프장은 물론 스키장과 객실, 워터파크 등에서 회원 혜택을 받는다.
알펜시아도 일본의 오션팰리스 등과 제휴를 맺고 회원서비스를 확대했다. 지방골프장들의 회원 교류는 이미 수준 이상이다. 테디밸리와 송추, 사이프러스와 오펠, 에덴블루, 세인트포와 김포시사이드, 라온과 용원 등 제주도 골프장이 가장 활발하다. 지방은 울산이 롯데스카이힐제주와 아델스코트, 캐슬렉스제주 등과 회원 혜택을 주고받는 등 적극적이다.
손은정 기자 ejs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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