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SGA와 R&A, 퍼팅 스트로크 방법 제한한 골프규칙 14-1b 손질해 2016년부터 적용
[아시아경제 김현준 골프전문기자] "핵심은 몸에 붙이지 말것."
지구촌 골프계의 양대산맥인 미국골프협회(USGA)와 영국왕실골프협회(R&A)가 29일(한국시간) 발표한 일명 '롱퍼터 제한 규칙'은 고정식(앵커링) 퍼팅 방법을 금지하는 내용이 골자다. 규칙 14-1b항에 "골프채를 몸 한쪽에 붙여서 스트로크 할 수 없다"는 규정을 넣었고, 2016년 1월1일부터 적용한다. 요지는 기존의 롱퍼터를 사용하지 말라는 게 아니라 몸에 붙이고 퍼팅하지 말라는 이야기다.
두 단체 역시 성명서를 통해 "장비 규정을 특별히 바꾸지 않았기 때문에 현재의 롱퍼터나 벨리퍼터를 사용하는 데는 아무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마이크 데이비스 USGA 이사는 "골프는 600년 동안 손과 스윙으로 볼을 쳤다"면서 "스트로크의 본질에 맞춘 결정"이라고 덧붙였다. 롱퍼터가 그립의 한쪽 끝을 몸에 붙이면서 시계추 원리를 쉽게 적용해 공을 똑바로 보내는 강점이 있고, 이 때문에 "장비 의존도가 너무 높다"는 많은 선수들의 지적을 충분히 감안한 셈이다.
키건 브래들리와 웹 심슨(이상 미국), 어니 엘스(남아공), 애덤 스콧(호주) 등 롱퍼터로 메이저대회를 제패하고 '제2의 전성기'를 열었던 대표적인 선수들은 그러나 큰 문제가 생겼다. 그립 끝을 배꼽이나 가슴에 고정시키기 때문이다. 새 규정에서는 턱이나 뺨 등에 고정시키는 것도 허용하지 않는다. 2016년부터는 스크로크플레이에서는 2벌타, 매치플레이에서는 그 홀의 패배다.
브래들리가 "소송도 불사하겠다"며 "나 자신은 물론 롱퍼터를 선택한 모든 선수들의 권익을 위해 투쟁할 것"이라며 강력하게 반대 의사를 표명한 까닭이다. 심슨이나 스콧 역시 "장비 의존도는 오히려 비거리를 늘리기 위한 드라이버 쪽이 높다"며 "일단 내년까지는 롱퍼터를 사용할 것"이라고 거들었다.
매트 쿠차(미국) 같은 선수는 반면 샤프트를 왼팔에 붙여 퍼팅하는 스타일이라 아무 제약이 없다. 퍼터 끝을 손으로 감싸더라도 몸이나 턱에 고정하지 않으면 된다. '국내파' 가운데서는 김대섭(31ㆍ아리지CC)이 있다. 지난달 한국오픈에서 42인치 벨리퍼터 샤프트를 잘라 37.5인치로 만들어 스카티 카메론퍼터에 끼워 넣었다는 변형 벨리퍼터의 효과를 톡톡히 봤다. 물론 몸에 대지 않는 방식이라 상관없다.
김현준 골프전문기자 golf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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