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재범 기자]상영부터 흥행 그리고 대종상까지 엇갈린 희비의 연속을 벌이던 두 영화가 또 다시 희비의 쌍곡선을 그렸다. 여기에 대종상의 여파가 청룡의 수상 안배로 이어진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30일 오후 8시 50분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제33회 청룡영화상 시상식에서 김기덕 감독의 ‘피에타’가 최우수작품상을 거머쥐었다. 지난달 말 열린 제49회 대종상시상식에선 ‘광해, 왕이 된 남자’가 최우수작품상을 받았고, 지난 7일 열린 제32회 영평상 시상식에선 ‘피에타’가 다시 최우수작품상을 수상했다.
이날 김 감독은 수상자로 무대에 올라 “스태프 25명, 제작비 1억원, 10일 간의 촬영으로 완성된 영화다”면서 저예산 영화의 존재감에 대한 인식을 강조하는 듯 했다. 앞서 열린 남우주연상 시상식에서 상을 받은 최민식이 “어딘가에서 쓴 소주를 마시고 있을 동료 감독”을 언급하며 저예산 영화와의 상생을 언급한 뒤였다.
김 감독은 피에타가 지난 9월 이탈리아에서 열린 제69회 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 최고상인 ‘황금사자상’을 받은 뒤 멀티플렉스와 블록버스터 영화의 스크린 독과점에 대해 지적해 왔다. 그는 “진짜 ‘도둑들’”과 “진정한 1000만은 ‘왕이 된 남자’ 뿐”이라고 불편한 심기를 공공연히 밝혀왔다. 올해 1000만을 넘긴 두 편 ‘도둑들’과 ‘광해, 왕이 된 남자’를 두고 하는 말이었다.
지난 달 30일 개최된 대종상에선 ‘피에타’가 최우수작품상으로 가장 유력했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결과는 달랐다. 3년 만에 부활한 심사위원특별상과 여우주연상(조민수)만 '피에타‘의 몫이었다. 김 감독은 ’몸이 좋지 않다‘는 이유로 시상식 중간에 자리를 박차고 나갔다. 반면 ’광해‘는 15개 부문의 상을 수상하며 시상식 독과점 논란에 휩싸였다. 하지만 이날 청룡에선 미술상 한 개만 수상하는 데 그쳤다. 물론 ’피에타‘ 역시 최우수작품상 하나로 만족했다. 표면적으론 심사위원회 측이 만들어 낼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이었다.
이번 청룡영화제의 수상 안배를 보면 최우수작품상(피에타)을 비롯해 남녀주연상(범죄와의 전쟁, 내 아내의 모든 것)과 남녀조연상(내 아내의 모든 것, 연가시) 감독상(부러진 화살) 등 주요 6개 부문 상 작품이 올 상반기 최고 흥행작 들이었다.
전반적으로 흥행작들에게 고른 상을 배분하며 올해를 마감하는 영화계 최대 축제로서 내놓을 수 있는 ‘솔로몬의 지혜’를 발휘한 듯 보였다.
'제33회 청룡영화상' 수상자(작)
▲ 최우수 작품상=피에타(감독 김기덕)
▲ 감독상=정지영(부러진 화살)
▲ 남우주연상=최민식(범죄와의 전쟁:나쁜놈들 전성시대)
▲ 여우주연상=임수정(내 아내의 모든 것)
▲ 남우조연상=류승룡(내 아내의 모든 것)
▲ 여우조연상=문정희(연가시)
▲ 신인남우상=조정석(건축학개론)
▲ 신인여우상=김고은(은교)
▲ 신인감독상=김홍선(공모자들)
▲ 촬영상=김태경(은교)
▲ 조명상=홍승철(은교)
▲ 음악상=조영욱(범죄와의 전쟁:나쁜놈들 전성시대)
▲ 미술상=오흥석(광해, 왕이 된 남자)
▲ 기술상=유상섭, 정윤헌(도둑들)
▲ 각본상=윤종빈(범죄와의 전쟁:나쁜놈들 전성시대)
▲ 최다관객상=도둑들(1298만 2573명)
▲ 청정원단편영화상=밤(감독 강원)
▲ 청정원인기스타상=하정우, 김수현, 공효진, 배수지
김재범 기자 cine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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