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성호, 김보라 기자]
광주광역시청 공무원들 점심값 외상 관행에 주변 식당 원성 높아
몇달씩 미루고 독촉전화에는 “뭔소리?”… 결제는 급량비로 ‘찔끔’
#1. 광주광역시에 근무하는 공무원 A씨는 동료들과 함께 시청 인근 식당에서 맛있게 점심을 먹었다. 식사를 마친 A씨가 계산대에서 내민 것은 현금이나 신용카드가 아닌 ‘볼펜’. 이들은 여느 때처럼 A씨가 속한 부서의 이름이 적힌 외상장부에 서명을 한 뒤 식당을 빠져나왔다.
#2. 광주광역시 서구 치평동 B식당 주인은 지난 4월과 5월, 두 차례에 걸쳐 12만5000원의 밥값을 외상으로 달아놓고 몇 달째 갚지 않는 광주시청 B과 직원들 때문에 울상이다. 최근 전화를 걸어 갚아달라고 했지만 오후에 들르겠다던 공무원은 며칠이 지나도록 코빼기도 보이지 않았다.
80여 개에 달하는 광주광역시청 주변 식당들이 운영난에 허덕이고 있다.
식당들끼리 경쟁이 심해 이문도 적은 데다 공무원들이 밥값을 몇 달씩 갚아주지 않거나 심지어는 떼이는 경우도 더러 있기 때문이다.
광주시청 주변 상가는 수천만 원에 달하는 권리금이 붙을 만큼 목이 좋은 곳으로 꼽히지만, 이들은 손님이 많으면서도 이윤이 남지 않는 ‘풍요 속 빈곤’을 겪고 있다.
가뜩이나 어려운 경기 속에 관행처럼 굳어진 시청 공무원들의 ‘외상 장부’가 쌓이면서 식당 주인들은 적자 운영을 면치 못하고 있는 것이다.
시청 인근에서 수년째 식당을 운영하고 있는 C씨는 “공무원들이 각 부서마다 만들어 놓은 외상 장부에 서명만 하고 해를 넘겨도 결제를 해주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다”며 “어떤 부서의 경우, 지난 2월부터 지금까지 외상으로만 밥을 먹고 있는데 이러면 어떻게 식자재를 사고, 식당을 운영하겠냐”고 불만을 토로했다.
그는 또 “매일 우리 식당에서만 밥 먹는 것도 아니지만 불이익을 당하고 싶지 않은 생각에 외상장부를 만들어 달라는 요청을 거절할 수 없다”면서 “2월과 4월에 한 번씩 와서 외상을 달아놓고 간 뒤 오지 않는데, 얼마 되지 않은 밥값을 갚으라고 조르기도 곤란한 노릇 아니냐”고 하소연했다.
견디지 못한 식당 주인들이 큰 용기(?)를 내 외상값을 갚아달라고 전화를 하면 적반하장식 대답이 돌아오기 일쑤다.
D씨는 “어렵게 전화를 하면 담당직원이 ‘갚았는데 무슨 소리냐’고 큰소리를 치곤 한다”면서 “외상을 하고 1~2년이 지나고도 다시 들르지 않아 전화를 하면 해당 부서에서는 ‘담당자가 바뀌어 모르겠다’는 대답만 들을 뿐 결국 밥값을 받지 못하는 경우도 흔하다”고 말했다.
게다가 공무원들은 이 같은 점심 외상 결제를 위해 ‘특근, 야근 시 사용하라’고 지원하는 급량비를 사용하고 있다.
광주시는 급량비에 대해 세출예산 집행기준(행정안전부 예규 제362호)의 의거해 ‘정규 근무시간 개시 전에 출근해 근무하거나 근무 종료 후 근무하는 자에 대해 급식을 제공한다’고 규정하고 시에서 자율적으로 판단, 그 지급기준을 결정해 집행하고 있다.
공무원의 경우 매월 1일 점심 식대로 13만원의 정액급식비를 급여통장으로 지급 받고 있지만 이 돈은 개인 호주머니로 들어가고 급량비를 부당하게 사용하는 경우도 허다한 것으로 알려졌다.
광주시의 한 공무원은 “구내식당만을 이용할 수는 없기 때문에 대부분의 부서가 인근 식당에 외상장부를 만들어 놓고 점심식사를 한다”면서 “사실 한 식당만 매일 갈 수 없기 때문에 결제가 몇 달씩 밀리는 경우도 있다”고 털어놨다.
박성호 기자 sungho3101@
김보라 기자 bora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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