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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후퇴' 안철수, 23일 그 날 무슨 일이 있었나..

시계아이콘읽는 시간1분 20초

[아시아경제 김승미 기자]예기치 못한 선언이었다. 대선을 25일 앞둔 가운데 안철수 무소속 대선 후보가 23일 정권교체를 위해 백의종군하겠다고 밝혔다. 단일화 룰 협상이 교착상태에 이르자 안 후보가 스스로 후보직을 던진 것이다.


안 후보는 이날 공식 일정을 모두 취소한 채 숙고의 시간을 보냈다. 안 후보는 오전 시간에 서울 용산 자택에 머물려 단일화 정국에 대해서 생각을 정리했다. 오전 11시께 캠프로 출근한 안 후보는 오후 25~26일 선관위 후보 등록에 필요한 서류를 발급받으러 잠깐 서울 종로 경찰서를 찾기도 했다. 이 때문에 안 후보가 독자 완주를 생각하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흘러나왔다.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가기 시작한 것은 저녁 6시께부터다. 단일화 특사로 협상장에 나간 박선숙 선거대책본부장이 무거운 발걸음으로 캠프에 돌아왔다. 두 후보의 단일화 특사들이 이날 서울 모처에서 4시간가량 비공개 회동을 가졌지만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박 본부장은 특사 담판에서 성과를 얻지 못했다고 안 후보에게 경과를 보고했다.


오후 7시 40분께 유민영 대변인이 긴급 브리핑을 예고했다. 10분 뒤에 유 대변인은 브리핑을 갖고 "물리적으로 여론조사를 할 시간이 부족하다"며 "남은 건 두 후보간 대화와 협의뿐"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안 후보가 마지막 협상으로 문재인 후보에게 담판을 제안하는 게 아니냐는 목소리도 흘러나왔다.

밤 8시 20분께 침묵을 지키던 안 후보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전격 후보직 사퇴를 선언했다. 예고치 못한 기자회견에 캠프 관계자들과 지지자들 수십여명이 회견장으로 몰려들었다.


굳은 얼굴의 안 후보는 미리 준비해온 기자회견문을 읽어내려갔다. "정권교체를 위해 백의종군을 하겠다"고 말하자마자 캠프는 순식간에 얼어붙었다.


조광희 비서실장과 박선숙·송호창 선거대책본부장을 비롯한 참모들은 참았던 눈물을 터트렸다. 소식을 듣고 찾아온 수십여명의 지지자들은 "후보님, 사퇴는 안된다"고 소리쳤다. 한 50대 지지자는 사퇴 선언을 듣자 "안됩니다"며 그 자리에 앉아 절규했다


안 후보 역시 순간 감정이 북받쳐 여러차례 말을 잇지 못했다. 특히 그는 출마선언이후 60여일동안 함께한 캠프 자원봉사자들을 일일히 바라보며 "직장까지 휴직하고 학교까지 쉬면서 저를 위해 헌신해주신 자원봉사자 여러분"며 "미안합니다. 고맙습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며 참았던 눈물을 흘렸다. 취재진의 숱한 질문을 뒤로 한 채 안 후보는 기자회견장을 떠났다.


그간 단일화 룰 협상이 파행을 겪는 동안 안 후보는 심리적 고뇌를 겪은 것으로 보인다. 특히 조국 서울대 교수를 비롯해 안 후보가 "양보해야 한다"며 여론의 압박이 거세지자 그의 부담이 커진 것으로 전해진다. 특히 전날 단일화 협상 난항을 겪자 한 시민의 투신 자살도 그에게 상당한 충격으로 다가왔다는 후문이다.


이날 룰 협상이 결렬되면서 사실상 후보등록일인 26일 전까지 정상적인 여론조사가 불가능해졌다는 점도 고려됐다. 최근들어 자신의 지지율이 다소 하락 국면에 접어들면서 좀처럼 반등 기회를 잡지 못한 점도 그에게 부담이었다.


안 후보는 사퇴선언문에서 "이제 문 후보와 저 두 사람 중 누군가는 양보를 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제가 대통령이 되어 새 정치를 펼치는 것도 중요하지만 정치인이 국민 앞에 드린 약속을 지키는 것이 그 무엇보다 소중한 가치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비록 새정치 꿈은 잠시 멀어지겠지만 저 안철수는 진심으로 새로운 시대, 새로운 정치를 갈망한다"며 "제게 주어진 시대적 소명을 결코 잊지않겠다. 어떤 가시밭길이라고 해도 온 몸을 던져 그길을 계속 가겠다"고 말해 향후 정치행보를 예고했다.




김승미 기자 ask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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