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관리는 케어다. 건설에도 여성 특유의 섬세함 필요"
[아시아경제 김창익 기자]"고객관리는 곧 케어(Care)다."
대우건설의 주거문화 서비스 선포식에서 단아한 차림의 여성이 프레젠테이션에서 던진 말이다. 지난 21일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이승미(50·여·사진) CS(고객관리)팀장은 세련되면서도 부드럽게 프레젠테이션을 마무리해 주목을 끌었다.
고객들의 관심사항을 놓치지 않고 세밀하게 살펴야 한다는 게 발표의 핵심이었다.
그녀는 '대우건설 역사상 최초의 여성팀장'으로 유명하다. 1982년 대우그룹 여성공채 1기로 첫발을 디뎠다. 당시만 해도 그룹사들의 공채는 남성의 전유물이었고 여성 대졸자의 경우 특채를 통해 소수만 선발될 때였다. 지금은 '커리어 우먼'이란 멋진 수식어가 붙지만 당시엔 여성에겐 명함도 안만들어주던 시절이었다고 한다.
그래서 건설로 발령났을 때만해도 그녀는 회사를 그만두고 공부를 계속할까 고민하기도 했다. 하지만 "해볼 때까지 해보기라도 했냐?"는 지도교수의 질책성 질문에 감춰뒀던 사표를 찢어버리고 사무실로 돌아왔다고 회고했다.
이렇게 시작한 '대우건설맨'으로서의 생활이 올해로 26년째다. 여성공채 1기 동기 30명 중 그를 포함해 2명만이 현재 대우건설에 남아 있다. 그는 여성으로서의 핸디캡을 특유의 오기로 극복했다.
이 팀장은 "결혼 직후 아이를 가졌을 때 남성 직원들과 다르게 보이는 게 싫어서 평일엔 병원에도 가지 않았다"며 "수년간 단 하루도 휴가를 쓰지 않은 적도 있다"고 말했다.
특히 '노가다 문화'에 고객관리 개념이 도입되면서 여성의 감성이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동탄신도시 아파트 시장조사 당시 커뮤니티 시설이 잘된 아파트가 더 많은 프리미엄(웃돈)이 붙은 것을 파악하고 관련 시장 보고서를 쓴 게 계기가 돼 지난해 연말 CS팀장에 발탁됐다. 이어 대우건설의 주거문화 서비스인 '라이프 프리미엄'의 탄생까지 실무 전반을 이끌었다.
이 팀장은 "주택은 여성의 섬세한 감성이 절실히 필요한 곳 아니냐"며 "여성의 시각으로 살기 편한 주택을 만들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대우건설이 짓는 아파트 커뮤니티 센터의 아동 도서실 이름이 그냥 아동 도서실이 아니라 '푸른 도서실'인 것도, 라이프 프리미엄의 40여가지 서비스에 못박기 등 여성들이 하기 힘든 일을 해주는 '대신맨 서비스'가 포함된 것도 '여성의 시각'이 반영됐다는게 그녀의 설명이다.
김창익 기자 window@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