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배경환 기자] 강남권 최대 재건축 밀집지인 개포지구 5개 저층단지가 '박원순 스타일'로 탈바꿈한다. 고층고밀식의 기존 방식과 달리 1~2인 가구 증가세를 감안한 '소형평형 30%' 형태가 핵심이다. 소형확대를 놓고 줄곧 서울시와 갈등을 벌이던 재건축ㆍ재개발 단지들이 박 시장의 요구안을 줄줄이 받아들여 의미는 더 크다.
서울시는 지난 7일 제20차 도시계획위원회를 개최해 '강남구 개포주공1단지 재건축정비계획안'을 조건부 통과시켰다고 8일 밝혔다. 양재대로와 언주로에 접한 개포1단지는 박 시장 취임후 소형평형 비율을 놓고 서울시와 가장 심각한 갈등을 벌인 곳으로 꼽힌다. 5000여가구가 넘는 개포택지지구내 가장 큰 규모인 탓에 소형을 늘릴 경우 사업성이 떨어진다는 분석에서다. 1단지만하더라도 소형평형 비율을 놓고 조합원 설문조사만 3~4차례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앞서 2ㆍ3단지와 개포시영 그리고 4단지 등이 서울시 요구안을 받아들여 심의를 통과하면서 분위기가 바뀌었다. 서울시와 마찰로 시간을 끌기보다 분양성이 좋은 소형을 늘려 사업을 서두르겠다는 조합내 판단에 따른 것이다. 실제 2ㆍ3단지와 시영 측 조합도 20%대의 소형비율로 갈등을 겪다 30~34%로 조정해 심의를 통과했다. 지난 9월 심의를 통과한 개포4단지도 소형주택을 신축 가구수 대비 27%(854가구)까지 늘렸지만 결국 서울시의 30%요구를 받아들였다.
개포1단지의 이번 통과로 개포택지지구내 저층 재건축 단지들은 모두 추진력을 얻게돼 1만5400여가구의 매머드급 고층 아파트로 새로 탄생한다. 이중 소형주택은 총 공급규모의 30%가 넘는 4721가구가 배정됐다. 커뮤니티시설 확충과 소셜믹스 도입 등 박 시장의 주택철학이 그대로 반영되기도 했다. 아직까지 조합내 반발이 심한 상태지만 임대주택을 분양주택과 혼합 배치하고 동일한 자재로 시공해 분양주택과 동등한 마감을 사용하도록 하겠다는 기조는 유지될 전망이다.
개포지구내 5개 단지의 정비안 확정은 강남권 재건축 소형비율을 '30%'에 맞췄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 강남권 단지들은 올초 도계위 소위원회의 '소형 50%' 발언으로 홍역을 치른 뒤 개포지구를 중심으로 '30%'선으로 낮춰졌다. 강남에 비해 사업성이 낮은 강북권에서 조합이 자발적으로 소형비율을 높인 움직임도 개포지구의 영향을 받은 결과다.
반면 시장의 움직임은 눈에 띄지 않는다. 1단지 역시 서울시의 요구를 받아들일 것이라는 전망치가 이미 수없이 언급된데다 재건축이 순조롭게 진행되더라도 최소 3년 이상의 기간이 필요한 장기 프로젝트인 이유에서다. 최근에는 투자도 조심스런 분위기다. 인근 J공인 대표는 "사업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재건축 규제를 비롯해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끝없이 바뀔 가능성이 높아 이제는 투자자들도 조심스런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1만5000여가구의 이주수요로 인한 인근 전셋값 급등 전망도 아직 이르다는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서울시가 강동구내 대규모 재건축 사업지들과 마찬가지로 이주수요 분산을 위해 단계별 사업 추진을 이미 언급했기 때문이다.
조민이 에이플러스리얼티 팀장은 "향후 구체적인 계획안을 꾸리는 과정에서 또다른 입장차가 나타날 수 있지만 이번 1단지의 심의 통과로 서울시와 강남권 재건축 단지의 갈등은 일단락된 셈"이라며 "소형비율 30%를 유지한 개포지구의 정비안은 강남권내 재건축 가이드라인으로 활용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배경환 기자 khba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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