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700만 관중돌파의 새 기록을 작성한 프로야구 열기가 지난주 마감한 포스트시즌까지 뜨거웠다. 쉽사리 끝나는 듯했던 코리안시리즈가 6차전까지 가면서 많은 야구팬들의 가슴을 설레게 했다. 매경기 최선을 다한 양 팀 선수에게 박수를 보내면서 야구를 좋아하는 필자에게 '야구와 주식의 공통점은 무엇일까?'라는 다소 뜬금없는 질문이 떠오른다.
우선 한 치 앞을 내다보기 어렵다. 야구는 늘 승리 속에 패배의 그림자가 숨어 있다고 한다. 또한 기본 전력이 갖춰진 팀이라면 하락세 뒤엔 늘 상승세를 맞을 수 있는 기회가 온다. 그 반전에 팬들은 열광한다. 주식도 반전의 요소가 강하다. 예측 불가능한 하락장이 자주 있고 시장은 패닉에 빠지기도 한다. 하지만 그 이후에 언제 그랬냐는 듯이 큰 반등이 찾아온다. 그래서 고수들은 하락과 변화의 시기를 기회로 최대한 활용한다. 하지만 결국 운에만 기대하거나 한탕주의에 빠지는 이는 한계를 맞는다. 분석적이고 준비되어 있어야 끝이 행복하다는 공통점이 있다.
둘째는 복잡한 룰과 상품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흔히 축구는 상대적으로 단순한 룰과 야성이 강한 운동이라고 하고 야구는 복잡한 룰과 시스템으로 구성된 운동이라고 한다. 투수가 던지는 공의 종류만 해도 수십 가지가 넘고 심판들도 주심과 1루심, 2루심, 3루심 각자 고유의 역할이 명확히 구분되어 있다. 주식도 마찬가지다. 투자자를 보호하고, 시장의 이상과열은 제어하는 다양한 룰이 있다. 주식, 채권 등 기본적 상품은 물론 주식과 채권의 중간혼합형태인 메자닌, 금융공학을 이용한 파생상품등 수많은 상품이 있다.
셋째는 둘 다 모두 오랜 역사를 가지고 진화되어 왔다는 점이다. 야구는 여러 설이 있지만, 13세기 영국에서 시작된 크리켓이 배트와 공, 베이스를 사용한 라운더스란 놀이가 되고, 이것이 발달하여 야구가 되었다는 것이 정설이다. 19세기 전반 무렵 미국 동부지역에 전해진 야구는 차츰 전국 각지로 퍼져 나가면서 다양한 룰이 만들어지고 체계화되기 시작했다. 반면 주식의 기원은 로마시대 세금을 걷거나 신전을 건립하는 기관인 푸블리카니인데, 오늘날의 주식회사처럼 소유권이 다수에게 분산된 법인체였다고 한다. 최초의 주식시장은 17세기 네덜란드에 근대적 형태의 주식회사 동인도회사가 설립되면서 형성되었다. 영국 또한 1610년에 증권거래소가 탄생하였는데 초기에는 술집이나 카페에서 주로 거래가 이뤄졌다고 한다.
넷째는 발과 몸으로 뛰는 사람이 성공한다는 것이다. 야구에서는 '타격엔 슬럼프가 있지만, 발에는 슬럼프가 없다'는 말이 있다. 타격은 항상 일정한 결과를 내기 어렵지만, 빠른 발은 언제 어디서나 그 몫을 다한다는 얘기이다. 또 변화구 하나 익히려면 10만번은 던져야 한다는 말도 있다. 주식도 회사실적자료나 해외주식시장 동향, 물가나 금리 등 거시적 요소까지 끊임없이 공부하고 체계적으로 정보를 분석해 보는 사람만이 최종적 성공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끝으로 야구와 주식시장에는 무수히 많은 속설이 존재한다. '바뀐 투수의 초구를 노려라, 밀집모자는 겨울에 사라' 등의 속설이 있는가 하면 야구와 주식시장이 결합된 속설도 있다. 대표적인 것이 월드시리즈에서 아메리칸리그 팀이 이기면 증시가 떨어지고, 내셔널리그 팀이 이기면 오른다는 설이다. 마침 올해는 내셔널리그의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팀이 4전 전승으로 월드시리즈를 재패했다고 한다. 과학적으로 증명되는 속설은 아니지만, 침체된 증시 속에서 내년 증시의 희망을 가져보는 건 기분 좋은 일이다. 정정당당함과 최선의 노력이 깃들여진 포스트시즌의 좋은 승부처럼 내년도 주식시장에서도 활기 넘친 페어플레이와 선전을 기원해 본다.
권용원 키움증권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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