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에 의한 스파이 활동이나 테러리스트의 잠입이 일상다반사로 이뤄지고 있는 일본의 또 다른 이름은 ‘스파이 천국’이다. 이에 대항해 대국제 테러조사 첩보 업무를 맡고 있는 경시청 공안부 외사과는 통칭 ‘외사경찰’이라 불린다. 어느 날 한국에서 농축 우라늄이 유출되고 일본에서는 레이저 기폭 장치 도면이 도난당하고 이 두 사건에 공히 북한 공작원이 관련되었음이 포착된다. ‘3.11 동일본 대지진’으로 인해 어느 때보다 핵에 민감한 일본 공안부는 작전을 위해 ‘공안계의 마물’ 스미모토(와타베 아츠로)를 복귀시키고, 한편 같은 정보를 입수한 한국 국가정보원 NIS에서도 유대하(김강우)를 일본에 투입시킨다. 하나의 사건에 서로 다른 목적으로 뛰어든 첩보원의 제 1계명은 바로 이것. ‘모두가 속고 있다. 아무도 믿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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쾌적한 근무 환경, 적절한 직원 복지가 핵 테러를 막는다
당신의 삶에서 꼭 지켜야 할 것이 무엇입니까? 이 같은 질문을 받는다면 어떻게 대답할 것인가. 핵 테러 위협을 맞닥뜨린 일본과 한국의 정보 요원들이 벌이는 작전을 다루는 <외사경찰>은 첩보물인 동시에 각기 다른 신념 위에 살아가는 사람들이 자신이 옳다고 믿는 삶을 증명하고자 애쓰는 이야기다. 흔히 일본은 미국이나 중국에 비해 북한과 이해관계가 덜 하다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실제로 일본인 납치 문제나 조총련의 북송 사업 등 역사적으로 민감한 정치, 외교 문제가 얽혀 있다. 또한 지난해 3월 일본 동북 지역을 강타한 지진과 그 여파로 발생한 원전 사고로 인해 일본은 그 어느 때보다 핵 문제에 예민한 상태고 한국 역시 분단 이후 언제나 핵의 위협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한일합작 영화 <외사경찰>은 이처럼 일본과 한국, 양국의 가장 위험한 뇌관인 북한과 핵 테러를 건드린다. 모두가 서로를 속이고 누구도 믿을 수 없는, 어느 순간 발목이 날아갈 지 알 수 없는 아슬아슬한 지뢰밭에서 누군가는 국가를, 누군가는 신념을, 누군가는 가족을 등에 짊어지고 달린다.
2009년 NHK에서 방송되어 호평 받은 동명 드라마의 영화 버전인 <외사경찰>은 흔히 일본 드라마가 영화로 만들어질 때 범하는 오류에서 제법 훌륭하게 비껴 선다. 드라마적 이야기에 발목 잡히지 않고 영화적 스펙터클에 매몰되지 않는다. 흔들리는 알렉사 카메라가 다가가는 것은 화려한 폭발 신이 아닌 인물들의 불안한 동공과 어두운 낯빛이고, 보수적으로 쓰인 음악은 상대의 불안을 헤집어 꼭두각시처럼 이용하는 심리 느와르에 적절한 긴장감을 드리운다. 시각적 스펙터클에 기대기보다 감정적 교전에 방점이 찍히는 만큼 배우들의 연기가 중요한데, 이 역시 훌륭하게 조율되었다. 연기에는 의문의 여지가 없지만 한 동안 들쑥날쑥 한 필모그래피와 흥행 타율로 팬들을 아쉽게 했던 와타베 아츠로가 드라마에 이어 성공적인 귀환을 알린다. 김강우를 비롯한 한국 배우들도 더도 덜도 아닌 딱 필요한 만큼의 역할을 수행하여 <외사경찰>이 지금까지의 한일합작 프로젝트 중 가장 안정적인 결과물로 완성되는데 기여한다. 하지만 이 작품에서 가장 인상적인 이는 역시 재일교포 원자력 기술자 서 마사요시를 연기한 다나카 민이다. 일본에서 원자력 기술을 공부한 뒤 가난한 조국에 따뜻한 빛을 주기 위해 북한으로 건너간 다나카 민의 얼굴은 자칫 미치광이 과학자의 궤변에 그칠 수 있는 대사에 거역할 수 없는 설득력을 불어넣는다. 그는 이누도 잇신의 <메종 드 히미코>에서 많지 않은 등장에도 강렬한 페로몬으로 화면을 장악했던 바로 그 배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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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아시아 글. 김희주 기자 fifte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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