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ar_progress

글자크기 설정

닫기

GS칼텍스 '甲의 횡포'

시계아이콘읽는 시간01분 58초

공공기관 유류 공동구매 사업자 선정 이후 뒤늦게 "할인비용 주유소도 내라"

할인율 2.866% 중 일부(ℓ당 10원 안팎) 주유소 분담 추진에 업계 반발
주유소업계 "하루 14곳 휴업하는 불황에 큰 부담. 애초 말과 달라 더 황당"
총 5조원 규모로 진행되는 추가 사업 염두에 둔 사전 포석 해석
결재시스템 구축·인력투입 비용 발생 불구 '주유소만 추가수익' 불가피한 측면도


[아시아경제 임선태 기자]최근 '공공기관 유류 공동구매 사업자'로 선정된 GS칼텍스가 할인(비용) 부담을 일선 주유소에 분담시키는 작업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주유소업체들은 GS칼텍스가 사업 입찰 직전까지 할인 비용 분담에 대한 언급이 없었다는 점을 들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특히 불황 여파로 휴업 주유소가 급증하는 시기에 계약 관계상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부당한 요구를 하고 있다는 불만이 커지면서 집단 반발도 예상되고 있다. GS칼텍스 측은 주유소가 누리는 추가 수익에 대한 정당한 분담 요구로, 관련 결재 시스템 구축 및 인력 비용 등을 감안할 때 분담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31일 정유ㆍ주유업계에 따르면 GS칼텍스는 공공기관 유류 공동구매 사업에 동참한 직ㆍ자영주유소 3000여 사업자를 대상으로 ℓ당 10원 안팎의 비용 분담을 요구하고 있다. 시중 판매가격 대비 ℓ당 60원 수준의 할인을 제공하는 GS칼텍스 입장에서 기존 판매 물량 이외에 이번 사업으로 주유소가 얻게 될 추가 수입에 대한 일종의 수수료를 요구하는 셈이다.

앞서 GS칼텍스는 지난 8월 조달청이 발주한 공공기관 유류 공동구매 사업자 입찰 경쟁에서 SK네트웍스를 누르고 최종 사업자로 선정됐다. 당시 계약 물량은 휘발유 2.5억ℓㆍ경유 2.5억ℓ로, GS칼텍스는 공공기관이 GS칼텍스 폴 주유소에서 해당 석유제품을 구입할 경우 시중 판매금액에서 2.866%를 보존해주는 조건을 제시했다. 주요 사용처는 조달청에 등록된 4만4000여 중앙부처, 지자체, 정부투자기관이다.


예를 들어 공공기관이 보통휘발유를 ℓ당 1998.90원에 GS칼텍스 폴 주유소를 통해 구입할 경우 GS칼텍스가 정산 과정을 거쳐 해당 공공기관에 57.29원을 되돌려주는데, 이중 10원 안팎의 금액을 주유소가 협조하는 방식이다. 주유소의 평균 마진율이 3~5%인 점을 감안할 때 10원 비용 분담은 주유소 마진의 최대 20%에 달한다.


한 주유소업계 관계자는 "GS칼텍스가 정부의 사업자 선정에 참여하기 직전 주유소를 상대로 참여 의사를 묻는 설문조사를 실시할 당시에는 참여 의사만 물었고 비용 분담에 대한 얘기는 없었다"며 "최근 고유가 및 불황 여파로 휴업 및 폐업을 하는 주유소가 크게 늘어가고 있는 상황에서 사업을 수주한 이후 발생한 비용을 영세한 주유소업체들에게 요구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지적했다.


실제 경기불황 여파로 지난 8월 주유소시장에서 휴업을 신청한 주유소는 436개로 집계돼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하루 평균 14곳이 사실상 문을 닫은 것이다. 주유소업계 관계자는 "휴업을 신청하는 유형도 환경 부담금, 시설물 철거, 주유탱크 정화 등에 지불해야 하는 폐업 비용 부담 때문"이라며 "현 주유소업계 상황은 폐업비용을 감당하지 못해 휴업을 신청하는 최악의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주유소업계 반발에도 GS칼텍스가 비용 분담을 추진하는 이유는 향후 추가 입찰을 염두에 둔 포석이라는게 업계 판단이다. 현 정부가 5조원 규모의 공공기관 유류 공동구매 입장을 공식화한 가운데, 이번 사업이 사실상 1차 사업이기 때문이다. GS칼텍스가 수주한 이번 1차 사업은 자동차용 석유 제품에만 국한, 전체 사업 규모도 8000억~9000억원에 불과하다.


한 정유업계 관계자는 "새로운 결재 시스템 구축과 이에 따른 인력 투입 비용 등 (GS칼텍스 입장에서도) 사업 진행 과정에서 여러 비용 부담이 발생했을 것"이라며 "이번 사업 수주를 통해 주유소들이 기존 판매 물량 이외 추가 수익을 누리는 것도 맞지만 말을 달리한 점, 주유소 업황 등을 고려할 때 양측 갈등은 쉽게 해결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GS칼텍스는 공공부문 차량용 유류 공급을 위한 공동구매시스템 개발을 이달 초 완료하고 지난 8일부터 본격적인 서비스에 들어갔다. 이에 공공기관은 기존에 별도의 계약절차 없이 신용카드나 현금 등 시가로 구매하던 것을 GS칼텍스와 협약된 주유소에서 할인된 금액으로 공급받을 수 있게 됐다.




임선태 기자 neojwalke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AD
AD

당신이 궁금할 이슈 콘텐츠

AD

맞춤콘텐츠

AD

실시간 핫이슈

AD

다양한 채널에서 아시아경제를 만나보세요!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