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극적인 신차 출시, 고품질, 프리미엄 마케팅
[상하이(중국)=아시아경제 임철영 기자]중국 자동차 시장의 성장세가 크게 둔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인 가운데 현대차와 기아차는 신차, 품질, 프리미엄 마케팅이라는 3가지 전략으로 정면돌파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지난 9월 나란히 역대 월간 최고 판매대수를 기록했지만 남은 4분기는 물론 내년 시장 전망치를 낙관할 수 없는 탓이다. 백효흠 베이징현대 사장을 비롯해 소남영 둥펑위에다기아 부사장 등 현지 법인장들 역시 꾸준한 성장세를 예상하면서도 급변하는 시장상황에 대한 경계심을 나타냈다.
24일 현대차와 기아차는 중국시장에서 가장 규모가 큰 C급 모델을 앞세워 점유율 수성에 대한 의지를 밝혔다. 이미 현대차는 지난 9월 중국 자동차 시장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준중형 시장에 선보인 ‘랑동(朗動, 중국형 신형 아반떼)’의 판매 호조로 역대 최대인 8만4188대를 판매했다. 기아차 역시 지난 해 처음 선보인 K2와 스포티지R의 인기를 바탕으로 지난 9월 4만3639대를 판매해 두 브랜드를 합쳐 월 판매대수 12만7827대의 판매 실적을 달성했다.
이들 두 브랜드가 지난 2002년 중국 진출이후 지난 9월까지 기록한 누적 판매대수는 총 580만8256대(현대차 385만 5807대, 기아차 195만 2449대)에 달한다.
◆중국의 끝나가는 고성장 신화= 현대차와 기아차가 중국에서 사상 최고의 실적을 이어가고 있지만 향후 시장전망은 예전만 못할 전망이다. 유럽재정위기에서 비롯된 글로벌 경기침체의 여파가 확산되고 있고 중국 정부 역시 자국의 산업을 보호한다는 취지로 토종브랜드에 대한 세제해텍 등을 강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류기천 베이징현대 경영연구원 이사는 "중국은 지난 WTO가입 이후 지난 10년간 연평균 10%에 달하는 고성장을 달성했으며 자동차 시장 역시 빠르게 성장해왔다"면서 "하지만 중국 경제가 6~8%의 안정적인 성장을 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자동차 시장도 그 동안 이어왔던 고성장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또한 최근 중국 정부의 대도시 차량 등록 대수 제한 정책 확대와 적극적인 중국 토종 브랜드 육성, 유가 상승 등 불리한 시장 여건으로 중국시장에서 장미빛 전망을 지속적으로 내놓기 어렵게 됐다.
소남영 사장은 "지난해 대지진 등의 영향으로 판매가 급감한 일본 자동차 업체들이 정상화와 함께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치고 있어 경쟁이 더욱 치열해졌다"며 "최근 중국내에서 심화되고 있는 반일감정으로 반사이익을 누리고 있지만 한시적일 것으로 예상한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현대차는 지난 6월 중국 시장에서 5만 8156대를 판매하며 5.5%의 시장점유율을 기록, 15개월 만에 역대 최저치의 점유율을 기록했다. 지난해 말 4%대의 시장점유율을 기록했던 기아차 역시 올해 들어 시장점유율이 3.4%까지 떨어지는 등 고전을 면치 못했다.
경쟁사들이 공격적으로 중국 내 생산능력을 대폭 확대하고 있는 것도 부담이다. 상하이폭스바겐은 현재 생산능력 150만대에서 2015년 197만대 일기폭스바겐은 같은 기간 111만대에서 141만대로, 상하이GM도 100만대에서 160만대로 생산 거점을 대폭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현대·기아차의 전략은?= 중국내 자동차 시장상황이 녹록치 않은 가운데 현대차와 기아차는 이른바 '현대 속도'를 바탕으로 적극적인 신차출시, 높은 품질, 프리미엄 마케팅이라는 3가지 카드를 꺼냈다.
현대차와 기아차는 지난해 쏘나타와 K2 등의 신차를 꾸준히 출시해 판매대수를 늘려왔다. 지난해 4월부터 판매되기 시작한 쏘나타는 9월 1만15대가 판매돼 중국 진출 이후 최초로 중형 차종 월 1만대 판매대수를 넘어섰으며 특히 지난해 12월까지 4개월 연속 1만대 판매를 넘어서는 등 현대차의 중대형차 판매를 견인하고 있다. 지난해 7월 출시한 기아차의 중국 전략형 소형차인 K2는 준중형 차급에 이어 두 번째로 시장 규모가 큰 소형 차급에서 출시 3개월 만에 1만대를 돌파했다.
백효흠 사장은 "시장상황과 상관없이 시장점유율을 유지하게 위해 매년 1대 이상의 신차를 출시할 계획"이라며 "고급차종의 추가적인 도입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현대차와 기아차는 쏘나타와 K2에 이어 올해, 랑동(朗動, 중국형 아반떼)과 신형 싼타페, K3 등을 새롭게 라인업에 추가해 라인업이 한층 강화됐다. 현대차는 올해 말부터 베이징 3공장에서 생산할 신형 싼타페를 론칭해 점차 증가하고 있는 중국 SUV 시장에도 적극 대응할 방침이다.
브랜드 신뢰도 제고, 고객 만족도 강화 등 질적 성장을 바탕으로 내실도 더욱 단단하게 다져나갈 계획이다. 현대차와 기아차는 주요 해외 자동차 업체 대비 늦은 중국 시장 진입으로 진출 초기 브랜드 인지도가 낮았지만 높은 품질로 꾸준히 브랜드 경쟁력을 높여왔다.
백 사장은 "베이징현대는 2002년 10월18일 설립 초기부터 정몽구 회장의 경영철학인 품질 제1원칙을 적용해 품질 목표 제시, 현장 품질 관리, 품질 전문가 양성 등 다양한 품질 혁신을 통해 철저한 품질 관리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소 부사장 역시 "경쟁이 치열해질 수록 브랜드 가치의 중요성이 커질 수밖에 없다"며 "딜러의 수를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AS를 강화하는데 적극적으로 투자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프리미엄 브랜드로 거듭나기 위한 전방위적인 마케팅 계획도 수립한 상태다. 중국 시장에서도 글로벌 브랜드 전략을 일관성 있게 적용하고 시장과의 소통을 강화해 프리미엄 브랜드로 거듭나겠다는 의지다. 또한 브랜드 신뢰도 강화 및 고객만족도 제고, 그리고 중국정부, 고객, 협력 업체 등과 신뢰구축을 통해 중국 내 존경 받는 기업으로 거듭난다는 전략이다.
더불어 현대차는 올해에 전년 대비 80개 증가한 800개, 기아차는 112개 증가한 560개 딜러 구축을 목표로 동부 연안 대도시 및 성(省)급 주요 도시를 중심으로 판매망을 정비하고 향후 중국 자동차 시장의 성장세를 이끌 것으로 예상되는 신성장 도시로 네트워크를 확장하는 등 중국 전역을 대상으로 판매망을 늘린다는 방침이다. 딜러망 확대화 함께 현지 딜러 육성 프로그램과 한국 본사의 교육 프로그램을 적극 활용해 양질의 판매망을 확보하는 데 노력할 계획이다.
백 사장은 "현대기아차는 이같은 3가지 전략을 통해 올해 판매 목표인 125만대(현대차 79만대, 기아차 46만대)를 달성해 폭스바겐, GM에 이어 중국내 3위 업체 자리를 수성하겠다"고 말했다.
임철영 기자 cyl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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