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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 영구채 선제대응 나선 까닭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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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같은 빚, 신종자본증권…부실기업이 눈속임 악용못하게 쐐기

만기 영구·이자지급 임의성 등 회계상 자본편입
구조조정 없이 부채비율 낮춰 기업에 달콤한 유혹


금융당국, 영구채 선제대응 나선 까닭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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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정재우 기자] 금융당국이 기업들에 새로운 자본조달 수단으로 부각되고 있는 신종자본증권(영구채)에 대한 선제 대응에 나선 이유는 악용 소지가 다분하기 때문이다.


영구채가 실질적으로는 부채의 모습을 가지면서도 회계상 자본에 편입돼 매력적일 수 있지만 특히 부채비율이 높은 한계 기업들에는 ‘독이 든 사과’일 수 있다. 이에 따라 금융당국이 신종자본증권 발행 증권신고서를 제출하는 기업에 관련 공시 규정을 강화키로 결정한 것이다.

15일 금융감독원 및 관련업계에 따르면 영구채는 만기가 영구하다는 점, 후순위성, 이자지급의 임의성 등을 이유로 국제회계기준상 자본으로 편입된다. 문제는 이러한 영구채가 자본의 ‘탈’을 쓴 실질적인 부채로 발행되는 경우다. 최근 두산인프라코어가 발행한 5억달러 규모의 외화표시 신종자본증권이 대표적이다. 전문가들은 이 영구채의 구조가 사실상 5년 만기 회사채와 동일하다고 입을 모았다.


두산인프라코어는 지난달 5억달러 규모의 신종자본증권을 30년 만기로 약 3.3% 수준의 금리로 발행하면서 5년 후 가산금리 5%포인트를 추가하는 조건을 붙였다. 7년째부터는 2%포인트가 더 추가된다. 여기에 5년이 지난 시점에 콜옵션(발행사가 정해진 조건에 빌린 돈을 되갚는 것)을 행사할 수 있도록 했다. 6년째 갑자기 5%포인트를 더 낼 기업은 없을 것이라는 것이 시장의 평가다.


이혁재 IBK투자증권 크레디트 연구원은 이에 대해 “6년째부터 금리를 급격히 높여서 지불하겠다는 얘기는 거꾸로 5년이 지나면 무조건 갚겠다는 의지로 해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기업평가는 이와 관련해 보고서를 통해 “콜옵션 행사 가능 시점에 금리를 높이는 조건을 붙이는 것은 콜옵션 행사(부채상환)를 간접적으로 강제하는 효과를 가지기 때문에 신종자본증권의 자본성을 떨어뜨리는 요소”라고 지적했다. 실제 은행권에서는 은행감독규정을 통해 은행들이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할 때 기본자본으로 인정받기 위한 영구채의 금리 인상 수준을 1%포인트 이내로 제한하고 있다.


이러한 기업의 꼼수 발행이 투자자와 시장에 혼란을 일으킬 수 있다는 점은 더욱 심각한 복병이다. 사실상의 부채가 자본으로 인정되면 기업의 실질적인 부채비율에 착시현상이 일어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부채는 항상 나쁘다고 할 수 없지만 특정비율을 넘기면 유동성에 문제가 생길 수 있기 때문에 한계기업 등 투자위험도가 높은 기업일수록 민감하다.


김상만 하나대투증권 크레디트 연구원은 “이렇게 사실상 부채가 자본으로 편입돼 부채비율을 낮추면 상대적으로 전문성이 떨어지는 일반투자자들 입장에서는 다른 기업들과의 비교가능성이 떨어지고 기업의 실제 상태를 잘못 파악하게 될 수 있어 혼란이 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시간이 지나 일반 채권과 섞이게 되면 실제와 다르게 5년 후 갚아야 할 부채가 자본으로 둔갑하면서 재무구조가 개선됐다는 잘못된 판단을 유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IFRS(국제회계기준)상 자본으로 인정하고 있는 것을 통째로 뒤집기에는 어려움이 있다”며 “대신 재무제표 주석을 통해 자본의 내역에 신종자본증권 등과 관련한 내용을 최대한 상세히 공시토록 할 생각”이라고 설명했다.


자본시장법 개정 전까지는 ‘신종자본증권’에 대한 정의와 규정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도 큰 우려를 낳고 있다. 이와 관련해 금융위원회는 지난해부터 추진하고 있는 자본시장법 개정안에 신종자본증권을 ‘특정한 이벤트가 발생하면 사채에서 자본으로 전환되는 종류의 증권’으로 정의하고 있다.


이혁재 연구원은 다만 현재 발행을 추진하는 대한항공, 한진해운 등 대기업들이 두산인프라코어처럼 새로운 제도를 활용해 비교적 좋은 조건에 자본을 조달하기는 쉽지 않을 수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두산의 경우 비즈니스 체력 자체가 해운, 항공, 건설 등을 주요 사업으로 하는 기업과는 차이가 있다고 판단한다”며 “부채비율이 높고 상대적으로 유동성 위험이 높은 기업의 경우 은행이 신용공여 등 보증에 나서기가 쉽지 않을 수 있다”고 예상했다.


또 기관투자가들도 부채이면서 자본에 편입되는 신종자본증권의 ‘이점’을 잘 아는 만큼 발행조건에서도 상대적으로 많은 이득을 취하려 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정재우 기자 jjw@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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