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양낙규 기자]지난 2일 밤 북한군 병사가 강원도 고성지역 동부전선 철책을 넘어 우리측 일반전방소초(GOP) 장병들의 숙소인 생활관(내무반) 문을 두드리며 귀순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북한 장병의 귀순과정 ▲고의적인 축소보고 ▲녹화도 안된 CCTV 등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남북 군사분계선(MLD)을 기준으로 남북쪽으로 2Km지점에 1차 철책이 있다. 남측으로는 1차 철책 아래에 2차 철책, 2m를 더 내려오면 GOP 3차 철책이 있다. 이 사이에는 CCTV는 물론 탐조등 ,열영상장비(TOD), 등 감시장비가 설치되어 있다. 귀순한 북한군은 총 4Km가 넘는 거리를 우리 군에 걸리지 않고 3시간만에 통과한 것이다.
북한군 귀순 당시는 GOP에 장병 15명가량이 철책 경계근무에 나간 상태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또 이날은 강원도 강릉 경포대 앞바다에서 북한 잠수정으로 추정되는 물체가 발견됐다는 신고가 접수돼 인근 부대 전체에 경계태세 강화명령이 떨어졌다.
특히 이 부대에서는 1999년과 2009년에도 민간인이 철책에 구멍을 뚫고 월북하는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당시에도 군은 북한이 월북 사실을 밝히기 전까지 이를 전혀 알지 못한 것으로 드러나 경계 태세에 심각한 허점이 드러나기도 했다.
이를 두고 월북한 사람들의 경로가 헛점이라고 북한군이 이미 파악했고 귀순자도 이 경로를 통해 내려왔을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월북자가 발생했음에도 불구하고 지뢰매설이나 GP근무지 변경을 그동안 제대로 이뤄지 않았다는 점이 사실화된다.
군의 보고체계도 의문이다. 북한군 귀순자 사건 발생 직후 해당 부대는 합동참모본부에 소초의 CCTV로 북한군 1명의 귀순을 인지했다고 처음 보고했다. 하지만 합참의 전비태세 검열실에서 확인한 결과 당초 보고와 달리 북한병사는 우리군의 생활관 문을 두드리고 우리 장병들이 나가서 신병을 확보했다.
이를 두고 당초 야전부대에서 사건을 축소.은폐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 아니었나 하는 의문과 함께 군 기강이 총체적으로 해이해졌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GOP 생활관 출입구 상단에는 CCTV가 설치되어 있다. 하지만 당시상황이 CCTV에 녹화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당시 최전방 경계소초의 CCTV가 작동조차 하지 않았을 가능성도 있다는 의문이 제기된다.
군의 한 관계자는 전방경계태세에 대해 "이번 사건에서 보듯이 전방은 사람에 의한 경계태세보다 장비에 의한 경계태세로 전환을 해야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첨단 감시장비를 도입하더라도 결국 사람이 직접 조작을 해야하는 문제이기 때문에 경계태세는 장병들에게 달렸다는 반박도 만만치 않다. 최근 도입을 추진하고 있는 첨단 경계로봇의 경우에도 모니터를 보며 병사들이 조작해야 하기 때문에 근무를 소홀히 한다면 무용지물이라는 것이다.
양낙규 기자 i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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