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정원일기 총 4000책 중 10%만 한글화돼..나머지 3580책 번역에 83.3년 걸려
[아시아경제 조민서 기자] 국보 303호이자 2001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지정된 '승정원일기'를 한글로 만나보려면 최소 83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승정원일기'는 조선시대 왕명(王命)의 출납(出納)을 관장하던 승정원에서 매일 취급한 문서와 사건을 기록한 일기로, 조선시대 최고 기밀기록으로 평가받고 있다.
9일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 이용섭(민주통합당) 의원이 고전문학번역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현재 승정원일기의 한글 번역 작업은 총 4000책의 10%인 420책에 불과하다. 총 43책을 번역한 올해의 인력과 예산으로는 나머지 3580책을 번역하는 데 83.3년이 걸릴 전망이다.
승정원일기는 군신간의 대화를 가감없이 기록해 현장성과 객관성이 뛰어나 당시 역사를 들여다 볼 수 있는 귀중한 사료로 인정받고 있다. 최근 큰 인기를 얻고 있는 영화 '광해, 왕이 된 남자'도 광해군 8년 '승정원일기'에서 사라진 보름간의 기록을 바탕으로 영화를 시작하고 있다.
한글화 작업이 완료될 때까지 오랜 시간을 기다려야 하는 경우는 '일성록'도 마찬가지다. '일성록'은 영조 28년부터 1910년까지 국왕의 동정과 국정을 기록한 국보 제153호로, 이 역시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돼있다. 총 분량은 1060책인데 올 연말까지 172책의 한글화 작업이 완료된다. 이중 17권을 번역한 올해의 예산과 인력으로는 남은 888책을 작업하는 데는 52.2년이 걸린다는 분석이다.
총 5250책 분량인 한국문집총간도 현재 8.9%인 470책만 번역됐으며, 작업이 완료되기까지는 앞으로 61.3년이 더 걸릴 것으로 보인다. 이 의원은 고전번역 작업이 이처럼 더딘 것은 번역 인력의 부족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고전문학번역원의 정원은 82명, 비정규직은 54명이다.
이 의원은 "우리 역사와 문화에 대한 올바른 이해를 위해서는 한문으로 된 역사적 사료와 문학적 자료들을 한글화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비정규직이 39%인 현재의 고전문학연구원 인력구조를 개선하고 예산도 대폭 확충하는 등 우리 고전을 번역하는 연구자에 대한 국가적 지원이 이뤄져야 할 것"이라 주장했다.
조민서 기자 summ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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