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지선호 기자] 1년여의 열애 끝에 지난 2007년 결혼에 성공한 박모씨 부부. 그러나 결혼 3년차를 넘어서면서부터 부부간 말다툼이 잦아졌다. 박씨는 아내인 정씨가 시댁 식구에게 성심성의껏 하지 않는 점을, 정씨는 가부장적인 남편이 시댁에 의무만을 강조하는 점이 못마땅 했다.
특히 정씨가 암 투병중인 시어머니를 돌보며 겪는 어려움을 시댁 식구들이 몰라주자 부부간 갈등의 골이 더욱 깊어졌다. 이에 지난 설 연휴동안 갈등이 폭발했다. 정씨는 제수 음식을 마련하다가 손가락을 삐고 허리까지 다친 것.
시댁 식구들은 이를 보고도 모른체 했다. 결국 정씨는 시누이, 시아버지와 말다툼을 한 뒤 홀로 서울로 돌아갔다. 이 사건이 발단이 돼 박씨는 위자료 1000만원과 이혼소송을 제기했다. 정씨도 위자료 5000만원과 이혼소송으로 맞섰다. 이에대해 재판부는 양측 모두에게 책임이 있다며 양측의 위자료 청구를 모두 기각했다.
일반적으로 명절 직후 이혼상담 건수가 평소보다 크게 늘어난다. 즐거워야 할 명절이 부부간 이혼을 촉발하는 도화선이 되고 있는 셈이다.
이혼 등 가사사건 전문 곽성한 변호사는 28일 "명절이 끝나고 나면 이혼 상담이 두배 가량 늘어난다"며 "갈등이 내재돼 있다가 명절을 계기로 표출되거나 명절 때 심하게 다툰 일 때문에 법정으로 향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그는 또 "지난해 이혼 신청건수는 11만2898건에 이르는데 이 중에 20% 가량이 명절 이후에 집중된다"고 덧붙였다. 특히 성격차이가 이혼 건수의 절반인 5만1315건으로 이런 성격 차이에 따른 갈등은 명절 등을 계기로 극으로 치닫는다. 최근에는 갈등 유형도 전통적인 고부 갈등에서 장서 갈등으로 뒤바뀌는 추세다. 육아 등을 처가에 의존하는 부부 증가로 인한 '사위-장모' 사이의 갈등이다.
맞벌이 가정 내에서 아내의 발언권이 커진 점도 갈등의 한 요인이 되고 있다. 한국가정법률상담소 박소현 부장은 "최근 들어 아내에 비해 경제력이 뒤쳐져 장모의 미움을 받는 사위들이 명절 후 이혼상담을 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처가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진 점도 한 갈등요인으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지미숙 서초구 건강가정지원센터 상담원은 "육아 등 처가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면서 명절에 시댁에 가지 않거나 소홀한 점, 남편에 대한 무관심 등이 명절이혼의 주요 사유가 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명절 후유증이 이혼으로 나타나는데 대해 상담전문가들은 역지사지의 심정으로 문제를 바라봐야한다고 조언한다. 박소현 부장은 "명절 뒷탈로 갈등이 생길 경우 양쪽이함께 상담하는 것이 문제 해결의 지름길"이라며 "상대방 입장에서 사태를 헤아리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지선호 기자 likemo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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