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ar_progress

글자크기 설정

닫기

[충무로에서]먹고 살기 위해서

시계아이콘01분 44초 소요

[충무로에서]먹고 살기 위해서
AD

어떤 CEO가 있었답니다. 일년에 딱 두 번, 설날과 추석 당일을 빼고는 매일 출근하는 지독한 일 중독자인데다가 능력도 뛰어나 초고속 승진을 거듭했고, 결국엔 CEO(최고경영자)가 된 사람이었습니다. 집안 대소사는 모두 아내의 몫이었고, 아이들 입학식이나 졸업식조차 참석해 본 적이 없었답니다. 그런데 어느 날, 그가 집에 일이 있다며 이른 퇴근을 했습니다. 전에 없던 일대 '사건'인지라 직원들 사이에는 억측이 난무했지만 나중에 그 조퇴가 집에서 키우던 개 때문이라는 것이 밝혀졌답니다. 그룹 회장님이 며칠 전 손수 선물하신 강아지가 아프다는 전화를 받고, 개를 데리고 동물병원에 달려간 것이었다지요. 이 이야기를 들려준 선배는, 숟가락으로 밥공기를 가리키며 말하더군요. 먹고 산다는 게 참 어려워.


굳이 그렇게까지 살 필요가 있느냐고 혀를 차다가 깨달았습니다. 그렇게 말할 자격이 제겐 없다는 것을요. 바쁜 직장 생활을 하던 어느 날의 일입니다. 퇴근시간이 다 되어 중요한 고객의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간단히 밥이나 먹자는 것이었지요. 하필이면 아이의 생일, 가족끼리 오랜만에 저녁을 먹기로 한 날이었습니다. 하지만 절대 '갑'인데다가 아주 큰 계약이 걸려 있는 중요한 시점인지라 식사제안을 거부할 수는 없었습니다. 식사는 결국 새벽 술자리까지 이어졌지요. 아빠를 기다리던 아이는 제가 전화를 꺼버린 뒤에도 여러 번 전화해보다가 울며 잠들었다더군요. 저도 속으로 울었습니다. 머리에 넥타이를 동여매고 탁자 위에서 몸을 흔들면서, 저는 제 어깨에 걸린 삶의 무게를 저리도록 느꼈습니다. 그런 경험들 탓인지 저는 먹고 사는 문제에 집착하지 말고 당당해지라고 말하는 조언자들에게 마음이 가질 않습니다. 누군들 그걸 모르겠습니까? 다만 우리가 지켜야 할 것들이 워낙 소중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는 가족을 위해 '밥값을 버는', 그리고 그걸 위해 자존심도 종종 내려놓는 이 땅의 모든 소심한 이들에게 깊은 존경심과 소박한 공감을 느낍니다.


그런데 요즈음 "먹고 살기 위해서"라는, 저를 눈물겹게 하는 이 말을 여기 저기에서 너무 쉽게 듣게 됩니다. 수억원대의 고급 승용차를 훔친 절도범도, 여러 사람의 몸을 망가뜨린 무면허 치과의사도 자신들이 먹고 살기 위해 그랬답니다. 엄청난 규모의 뇌물을 받은 공무원마저 먹고 살려고 그랬다고 장발장의 흉내를 냅니다. 바로 며칠 전에는 의사단체의 대표를 맡고 계신 분이 현재의 건강보험체계하에서는 의사들이 '먹고 살기 위해' 과잉진료와 과잉검사를 하는 것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했습니다. 우리가 먹고 살기 위해 버려도 되는 양심과 자존심의 크기가 어디까지인지, 어디까지 용서해야 하는지 고민스럽기만 합니다.


그리고 마침내 신문기사 하나가 제 마음에 가시처럼 박혔습니다. 요즘 국민적인 관심이 과거의 한 사건에 쏠리는 것을 두고 어떤 국회의원이 "다들 배가 부른가 보지?"라고 말했다는 기사였습니다. 이분 입장에서는 사람들이 먹고 사는 문제에 집중하지 않고 양심이 어떻고 정의가 어떻고 하는 것이 무척 가소롭게 보였나 봅니다. 하지만 우리는 자신의 먹고 사는 걸 희생하고 더 큰 가치를 위해 몸을 던진 사람들의 이름을 부를 때 존경심을 품을 줄 압니다. 자신이 더 많이 먹는 대신 어려운 처지의 사람들과 나눌 줄 아는 이들을 주변에서 적잖이 찾아볼 수 있습니다. 이 국회의원이 생각하는 것처럼 우리가 모든 걸 다 잊고 오직 '잘 먹고 잘 살기 위해' 분투하게 된다면, 그리고 그걸 부끄럽지 않다고 여기게 된다면 세상은 얼마나 끔찍한 곳이 될까요? 그리고 무엇보다 우리가 흔히 쓰는 '먹고 살기 위해'라는 말은 사실 '남보다 좀 더 잘 먹고 잘 살기 위해'라는 뜻이 아니던가요?






김도현 국민대 경영학 교수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AD
AD

당신이 궁금할 이슈 콘텐츠

AD

맞춤콘텐츠

AD

실시간 핫이슈

AD

놓칠 수 없는 이슈 픽

  • 26.01.0914:18
    "손해 보고도 집못팔까" 걱정 덜어준다…지방 미분양 '환매보증' 첫도입
    "손해 보고도 집못팔까" 걱정 덜어준다…지방 미분양 '환매보증' 첫도입

    정부가 지방 미분양 해소를 위해 수분양자에게 일정 가격으로 되팔 권리를 보장하는 '주택환매 보증제(가칭)'를 처음 도입한다. 준공 후 미분양 1가구1주택 특례 가액기준을 6억원에서 7억원으로 상향하고, 인구감소지역 세제 특례와 기업구조조정 부동산투자회사(CR리츠) 지원도 연장한다. 공급 측면에서는 3기 신도시 1만8000가구를 포함해 올해 5만가구 착공에 나선다. 9일 관계부처 합동으로 발표한 '2026년 경제성장전략'에서

  • 26.01.0914:05
    디지털자산 제도화 본격화…스테이블코인·현물 ETF까지 제도권 편입
    디지털자산 제도화 본격화…스테이블코인·현물 ETF까지 제도권 편입

    정부가 스테이블코인 규율체계 마련을 포함한 디지털자산 제도화에 속도를 낸다. 디지털자산 기본법(가상자산 2단계 법안) 입법을 통해 발행·유통·거래 전반을 포괄하는 규제 틀을 마련한다. 또한 디지털자산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도입을 추진할 계획이다. 재정경제부·금융위원회를 비롯한 관계기관은 9일 오후 '2026 경제성장전략'을 통해 스테이블코인 규율체계 마련 등 디지털자산을 제도화하겠다고 밝혔다. 해당 법안은

  • 26.01.0914:00
    국장 장기투자 촉진 ISA 신설…국부펀드는 20조원 규모로 출범
    국장 장기투자 촉진 ISA 신설…국부펀드는 20조원 규모로 출범

    정부가 국내 장기 주식투자를 유도하기 위해 세제 혜택을 대폭 확대한 생산적 금융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를 출시한다. 투자 시 납입부터 배당까지 '더블 혜택'을 주는 국민성장펀드·기업성장집합투자기구(BDC) 펀드도 출시한다. 국내외 산업과 자산에 적극적으로 투자해 수익을 창출하는 '한국형 국부펀드'는 20조원 규모로 출범하기로 했다.9일 재정경제부는 이런 내용을 담은 '2026년 경제성장전략'을 발표했다. 정부는 60

  • 26.01.0914:00
    "국장 장기투자 촉진" 세제혜택 늘린 '생산적금융 ISA' 신설
    "국장 장기투자 촉진" 세제혜택 늘린 '생산적금융 ISA' 신설

    생산적 금융을 강조해온 이재명 정부가 국장 장기투자를 촉진하기 위한 '생산적 금융 개인종합투자계좌(ISA)'를 신설한다. 일정소득 이하의 청년을 대상으로 한 '청년형 ISA'는 물론, 비과세 200만원이 적용되는 기존 ISA 대비 세제혜택을 대폭 확대한 '국민성장ISA'도 선보일 예정이다. 재정경제부, 금융위원회를 비롯한 관계부처는 9일 오후 이러한 내용을 포함한 '2026년 경제성장전략'을 공개했다. 생산적 금융 기치 하에 첨단

  • 26.01.0914:00
    7월부터 24시간 외환시장 개방…MSCI선진지수 편입 박차
    7월부터 24시간 외환시장 개방…MSCI선진지수 편입 박차

    정부가 오는 7월부터 외환시장을 24시간 개방해 원화 국제화에 나선다. 역외 원화 결제 시스템을 구축하고 관련 규제를 정비함으로써 한국 증시의 숙원이자 이재명 대통령의 공약인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선진국지수' 편입에 박차를 가한다는 방침이다. 재정경제부·금융위원회를 비롯한 관계 기관은 9일 오후 '2026년 경제성장 전략'을 공개하면서 이러한 내용의 'MSCI 선진국지수 편입을 위한 외환·자본시장 종합

  • 26.01.1609:11
    윤희석 "한동훈 제명돼도 당 위한 활동 계속"
    윤희석 "한동훈 제명돼도 당 위한 활동 계속"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윤희석 전 국민의힘 대변인(1월 15일)※ 기사 내용을 인용할 때는 반드시 '소종섭의 시사쇼'를 명기해 주시기 바랍니다. 소종섭 : 전화 인터뷰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윤희석 : 감사합니다. 소종섭 : 국민의힘 윤리위원회가 제명 처분을 할 것이라고 예상을 했나요? 윤희석 : 어느 정도는 예상했었죠

  • 26.01.1416:21
    이준석 "한동훈, 고수라면 창당이나 서울시장 무소속 출마 선언할 것"
    이준석 "한동훈, 고수라면 창당이나 서울시장 무소속 출마 선언할 것"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마예나 PD■ 출연 :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1월 14일) ※ 기사 내용을 인용할 때는 반드시 '소종섭의 시사쇼'를 명기해 주시기 바랍니다. 소종섭 :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소종섭의 시사쇼 시작하겠습니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와 함께 여러 가지 이슈 짚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잘 지내셨죠? 이준석 : 예, 그렇습니다. 소종

  • 26.01.1008:01
    "아내는 연상…원더우먼 같았다" 유산·가난 속에서 함께 버틴 박홍근 의원 '인생 최고의 반석' [배우자 열전]②
    "아내는 연상…원더우먼 같았다" 유산·가난 속에서 함께 버틴 박홍근 의원 '인생 최고의 반석' [배우자 열전]②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박수민 PD편집자주6·3 지방선거의 해가 열렸다. 여야 후보자들의 출마가 이어지고 있다. 후보자들이 누구인지, 어떤 정책을 내세우는지와 함께 배우자는 어떤 인물인가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소종섭의 시사쇼'는 출마(또는 출마 예상) 후보자 배우자에 대해 알아보는 '배우자 열전'을 시작한다. ①문혜정(정원오

  • 26.01.0808:49
    동갑내기 캠퍼스 커플…"예뻐보이더라" 정원오, 배우자 문혜정 첫 인상[배우자 열전]①
    동갑내기 캠퍼스 커플…"예뻐보이더라" 정원오, 배우자 문혜정 첫 인상[배우자 열전]①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마예나 PD편집자주6·3 지방선거의 해가 열렸다. 여야 후보자들의 출마가 이어지고 있다. 후보자들이 누구인지, 어떤 정책을 내세우는지와 함께 배우자는 어떤 인물인가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소종섭의 시사쇼'는 출마(또는 출마 예상) 후보자 배우자에 대해 알아보는 '배우자 열전'을 시작한다. ①문혜정(정원오

  • 26.01.0710:25
    장성철 "장동혁, 한동훈 제명 아니면 탈당 권고할 듯"
    장성철 "장동혁, 한동훈 제명 아니면 탈당 권고할 듯"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1월 5일) 소종섭 : 어서 오세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장성철 : 감사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소종섭 : 이 얘기부터 해보죠. 이혜훈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와 관련해서 폭언했다, 보좌진에게 갑질했다, 남편이 부동산 투기를 했다는 등 의혹이 쏟아집니다. 그런데


다양한 채널에서 아시아경제를 만나보세요!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