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윤재 기자]서울 성북구 주민들이 뿔났다. 현재 서울에서 유일하게 대형마트와 기업형슈퍼마켓(SSM) 의무 휴업이 이뤄지고 있어서다. 다른 지역과는 달리 성북구 내 대형마트 3곳과 SSM 13곳이 매월 둘째주와 넷째주 의무휴업을 한다. 이처럼 '나홀로 휴업'에 성북구 주민의 불만이 많다.
올 상반기 전국 지자체들이 일제히 관련 조례를 제정하면서 전국 대부분의 대형마트와 SSM이 월 2차례 의무 휴업을 진행했다. 그러나 롯데쇼핑과 홈플러스, 이마트, GS리테일 등 대형 유통업체들은 '영업제한처분은 과도하다'며 각 지자체를 상대로 '영업시간 제한 등 처분 취소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이후 법원이 대형유통업체의 주장을 받아들이면서 전국 대부분의 지역에서 대형마트 영업이 재개됐다.
하지만 이들 가운데 서울 성북구는 의무 휴업이 계속 되고 있다. 현재 행정소송 대신 행정심판이 진행 중이기 때문이다. 체인스토어 협회 관계자는 “다른 지자체와 마찬가지로 행정소송을 제기했지만 성북구의 경우 소송을 제기 할 수 있는 도과(徒過)기간이 지나 현재 행정심판을 진행중”이라고 설명했다.
행정소송법 20조 1항에 따르면 취소소송은 처분 등이 있음을 안 날부터 90일 이내에 제기해야 한다. 성북구의 경우 지난 3월12일에 구의회 의결이 이뤄졌고, 같은 달 29일 구청의 승인이 떨어졌다. 이후 4월8일부터 의무휴업을 적용하고 있는데 이를 두고 성북구와 체인스토어협회의 날짜 계산이 엇갈렸다. 결과적으로 체인협은 소송기간을 놓치고 만 것이다.
이로 인해 해당 행정기관에 행정심판을 청구해 행정기관의 처분에 문제가 있다는 점을 먼저 확인하고, 다시 행정소송을 거쳐야 영업 재개가 가능하게 됐다. 체인스토어협회 관계자는 “현재는 행정심판을 진행중이고, 행정심판의 결과에 따라 다시 행정 소송을 제기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행정심판에 소요되는 시간이 짧지 않다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행정심판 과정이 최소 한두 달 이상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전국에서 의무 휴업을 진행하고 있는 지자체는 전남 순천, 제주, 서울 성북구 등 일부 지역에 한정돼 있다. 이 가운데 행정심판이 진행 중인 곳은 성북구가 유일하다. 순천은 지역의회와 대형유통사가 평일에 월 2회 의무 휴업을 진행하기로 합의하면서 의무휴업이 재개됐고, 제주시의 경우에도 조례 제정 과정에 적절한 절차를 거쳤다는 판단에 유통업계가 소송을 제기하지 않았다.
유독 성북구에서만 의무휴업이 이뤄지자 지역 주민들의 볼멘소리가 크다. 성북구 길음동에 거주하는 한 주민은 “다른 지역에서는 월 2회 의무 휴업 없이 모든 대형마트가 영업을 하는데 유독 성북구에서만 영업을 하지 않는다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며 “일요일에 장을 보기 위해서는 동대문구나 노원구 등 멀리 떨어진 곳으로 원정 쇼핑을 떠나야 한다”며 불만을 드러냈다.
이윤재 기자 gal-r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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