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연소 홀인원 5세, 최고령은 99세, 통산 51회 데이비스 '홀인원의 제왕'
[아시아경제 김현준 골프전문기자] '0.008%'.
골프다이제스트가 집계한 아마추어의 홀인원 확률이다. 평생 한 번 할까 말까할 정도로 희박하다. 국가대표 서연정(17ㆍ대원여고2)의 '홀인원 잭팟'이 더욱 아쉬운 까닭이다.
지난 7일 충남 태안 골든베이골프장(파72)에서 열린 한화금융클래식(총상금 12억원) 2라운드 17번홀(파3)에서 홀인원을 작성했다. 홀인원 상품이 무려 3억원에 육박하는 벤틀리 자동차라는 점에서 더욱 시선이 집중됐다. 결과적으로 받지는 못했다. 아마추어 신분이었기 때문이었다.
▲ 서연정 "벤틀리 날린 사연은"= 아마추어는 상금은 물론 상품도 일정 금액 이상 받을 수 없다. 문제는 대한골프협회(KGA)가 올해부터 아마추어 자격 규칙 3-2b에 '홀인원 기록 시에는 상금을 받을 수 있다'고 규정을 변경했다는 점이다. 당연히 영국왕립골프협회(R&A)와 미국골프협회(USGA)의 규칙 개정이 토대가 됐다. 행운적 요소가 강한 홀인원까지 아마추어 자격을 제한한다는 게 지나치다는 판단에서였다.
대회를 주관하는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는 그러나 요강에 "아마추어에게는 특별상(각종 기록) 상금이나 상품을 지급하지 않는다"고 명시했다. 김광배 경기위원장은 "규칙이 개정됐다 해도 KLPGA는 프로가 우선이기 때문에 종전 규정을 고수해 왔다"며 "당연히 지급할 수 없다"고 못박았다. 오랜 타성과 배타주의가 아마추어의 시상 부분을 간과했다.
타이틀스폰서인 한화금융 측이 8일 3라운드 직후 "홀인원 상품은 규칙에서도 허용하고 있다"며 "벤틀리를 지급하겠다"고 일방적으로 발표해 파문이 확산됐다. KLPGA는 그러자 "대회 요강은 절대 변경될 수 없다"며 대립각을 세웠다. '벤틀리 논란'은 결국 서연정의 아버지가 매듭지었다. "아마추어라 처음부터 순위와 상금, 특별상 등을 생각하지 않았다"며 "아쉽지만 KLPGA의 규정을 따르겠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 아마추어 "홀인원 확률은 0.008%"= 지름 108mm의 작은 구멍에 단 한 번의 티 샷으로 공을 넣어야 하는 홀인원의 확률은 사실 정확한 예측이 힘들다.
세계 각국의 기상 여건이 다르고, 골프장 마다 거리와 그린 경사도도 차이가 있다. 골프다이제스트의 다양한 분석에 따르면 아마추어골퍼는 약 0.008%, 프로골퍼는 0.029% 정도로 집계되고 있다.
각종 조건을 미리 계산해 결과를 도출하는 연역적 방법이다. 예를 들어 농구에서 자유투를 성공하기 위한 좌우 오차는 1.5도 안팎이다. 150야드 거리에서 아이언 샷으로 공을 홀인시키기 위한 좌우 오차는 1000분의 1도 안 된다. 자유투의 성공확률은 약 75%, 홀인원의 확률은 단순 계산으로 0.067%다. 여기에 공이 그린에서 굴러가는 속도와 굴곡 등을 변수로 더하면 확률은 더욱 낮아진다.
0.008%, 즉 1만2000분의 1이라는 통계라면 1라운드에 4개의 파3홀이 있을 때 홀인원은 3000라운드에 1번꼴이다. 적어도 1년에 200라운드를 해야 15년 주기로 홀인원의 행운이 찾아온다는 이야기다. 서연정의 홀인원은 0.008%의 확률에 사상 초유의 엄청난 부상까지 맞물렸던 셈이다. 물론 골프를 시작하자마자 홀인원을 맛볼 수도 있고, 평생 꿈만 꾸다가 골프채를 놓을 수도 있다. 홀인원은 그래서 "하늘이 점지한다"는 말이 있다.
▲ 기네스북의 "더욱 진기한 홀인원"= 기네스북에는 실제 첫 실전라운드, 그것도 첫 홀에서 홀인원을 기록한 골퍼가 있다. 미국 플로리다주에 사는 65세 여성 운니 해스켈은 2009년 사이프러스링크스에서 소위 "머리를 올리러" 갔다가 진기록을 수립했다. 그녀는 "모든 골퍼가 다 쉽게 (홀인원을) 하는 줄 알았다"고 말했다.
최연소는 1998년 키스롱(5세)이라는 아이가 만들었다. 미국 미시간주 잭슨의 파인스골프장 4번홀이다. 최고령은 1985년 스위스 제네바에 사는 오토 부처라는 할아버지(99세)다. 스페인의 라망가골프장 12번홀에서 작성했다. '453m짜리' 홀인원도 있다. 1995년 숀 리치는 잉글랜드 데번주 엑시터크리스토의 테인밸리골프장 17번홀에서 453m 거리의 불가사의한 에이스를 터뜨렸다. 도그렉홀이어서 가능했다.
'홀인원의 제왕'은 단연 맨실 데이비스다. 통산 51회다. 미국프로골프(PGA)투어에서 활약했던 선수다. 첫 기록은 11세 때다. 1967년에는 1년 동안 8개, 이후 1987년까지 매년 1개 이상의 홀인원을 했다. 홀인원한 클럽도 다양하다. 웨지와 퍼터를 제외한 거의 모든 클럽으로 짜릿한 손맛을 봤다. 홀인원보다 더 어렵다는 알바트로스(기준 타수보다 3타 적은 스코어)도 10차례나 나왔다.
김현준 골프전문기자 golf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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